120여 부위로 세분화해 먹는 식습관미국과 달라 부산물 수입 땐 더 위험

기원전 1800~2000년경으로 추정되는 소뼈가 김해에서 발굴된 적이 있다.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 농경과 함께 한우의 가축화는 신석기시대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소는 단순히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쇠고기이기 전에 농사를 도와 가업을 지탱하게 하는 고마운 존재다.

그러기에 고려 때 1362년(공민왕 11)에 금살도감을 처음 설치해 밀도살자는 <대명률>의 재살우마조(宰殺牛馬條)에 따라 장(杖) 100에 처했으며, 수군역(水軍役)에 충당하는 형을 부가하기도 했다. 또 밀도살자 1명을 체포한 자에게는 면포 14필을 주고, 여러 명을 잡으면 1명마다 2필을 추가해준다는 포상 규정까지 두었다.

조선 초기 태종 역시 소 도축을 감시하는 금살도감을 설치했으며, 죽은 소에 대해서도 세금을 매기고 소 잡는 백정은 도성 90리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세조도 금살령을 내렸다. 이후 1763년, 1854년, 1910년 등 말과 소를 잡지 못하도록 하는 도살금지령이 수시로 내려졌다. 심지어 '동국세시기'(1849)에는 음력 12월 납향(臘饗) 때 쇠고기를 사용하지 못해 산돼지와 산토끼를 잡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미국의 인류학자 마거리트 미드 여사(1901~1978)는 "쇠고기를 부위별로 맛을 가려 먹는 고도의 미각문화를 지닌 민족은 한국과 동아프리카의 보디 족"이라고 했다. 육식을 즐기는 영국·프랑스·미국 사람들이 쇠고기를 35부위로 분류해 먹고 일본 사람은 쇠고기를 15부위를 먹고 있으나 아프리카 보디 족은 51부위로 분류해 먹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 두 배가 넘는 120여 부위로 세분화해서 요리를 해먹는다.

우선 쇠고기를 살것(살코기), 속것(내장), 갓것(머리, 다리, 꼬리)으로 3부위로 대분류하고 이를 다시 30~40개로 분류한다.

살것(살코기)은 등심, 채끝, 설도, 안심, 우둔, 앞다리, 양지, 갈비, 목덜밋살, 꽃살, 치맛살, 대접살, 도가닛살, 설낏살, 홍두깨살, 중치, 사태, 업진살, 양지머리, 홀떼기, 차돌박이, 안창살, 날갯살, 쇠가리, 쐐악가지, 힘줄, 제비추리, 등성마루살, 유통 등이며 속것(내장류)은 염통(우심), 간, 콩팥(우신), 만화, 지라(비장), 방광, 부아(허파), 양, 깃머리, 벌집양, 처녑, 대장, 곱창, 곤자소니 등이다. 갓것(머리, 다리, 꼬리)은 혀 밑, 이보고니(소 입속의 잇몸살), 꼬리, 족, 쇠머리, 우설, 골, 등골, 주곡지뼈, 무릎도가니, 앞거리, 걸랑, 뒤뚱이, 족통, 사골, 잡뼈, 반골, 수구레(쇠가죽 안쪽의 아교질) 등으로 이름을 붙여 분류한다.

이렇듯 우리는 소 한 마리를 잡으면 뿔, 털, 뼈, 똥만 빼고 다 먹었다.

그러나 문명국이며 동물보호국이라 자처하는 미국, 프랑스, 영국 사람들은 살코기 35부위만 먹고 내장 등 나머지는 모두 가공해서 소에게 먹여 왔다. 소가 소를 먹고 미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정도다. 바로 광우병은 소가 소를 먹고 미친 병이다.

광우병을 발생시킨 원인은 변형 프리온인데 프리온은 단백질(protein)과 비리온(virion)의 합성어로 바이러스처럼 전염력을 가진 단백질 입자다. 변형 프리온은 채식동물이 육식동물을 먹으면서 발생한다고 알려졌는데, 소가 소를 먹게 되니 안 미치고 견디겠는가.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는 30개월령 이하 소는 편도와 회장원위부 등 2개, 30개월령 이상 된 소는 뇌·눈·머리뼈·척수(등골)·척주·편도·회장원위부 등 7개 부위를 특정위험물질(SRM)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소 한 마리를 잡아 120여 부위로 알뜰하게 조리해 먹는 우리 민족의 식성으로 볼 때, 주로 정육만 먹는 미국 등 유럽 사람들보다 미친 소를 잡은 쇠고기가 수입된다면, 그것도 뼛조각은 물론 내장 등 부산물이 수입된다면 광우병 노출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무분별한 미국 쇠고기 수입은 소에게 소를 먹여 소를 미치게 한 그들이 소를 잡아 알뜰하게 먹어 온 한국인의 식성에 미친 쇠고기를 먹을 것을 강요하며 한국인을 미치게 하는 잔인한 짓을 하는 것이 된다.
   
 
 

말 못하는 소는 미국인이 강요한 소를 먹고 미쳤지만, 한국민은 미국의 강요에 미치지 않으려고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그것도 어린 학생들까지…. 실로 통탄할 일은 광장에서 극민들의 촛불이 타오를 때 스스로 초가 되어 국민을 위해 자신을 태운 정치인은 없었다는 거이다.

/김영복(경남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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