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품종·산지 알아두면 즐기고 기억하는 데 도움AOC (품질등급)·포도 생산지·연도·생산자 등 표기

     
 
 
◇와인 맛은 3단계가 있다

와인의 초보자면 기본적으로 어릴 적에 집에서 담가 마시던 엄마 표 포도주에 소주를 첨가한 달짝지근한 맛에 맞춰 있다. 그래서 초보자는 아무래도 달콤한 쪽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반대로 소주에 익숙한 남성들은 어느 정도 쌉쌀하면서 증류주 특유의 깔끔한 맛을 선호하기도 한다.

이처럼 음료를 접하는 과거의 일이나 이미 익숙한 경험 등 때문에 그와 가장 비슷한 미각에 호감을 나타내게 된다.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와인을 즐긴다는 것은 호감이 가는 맛에서 시작해 점차 와인이 지닌 독자적인 맛과 향의 다양함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대개 와인을 선호하다 보면 3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1단계는 초보자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자신에게 편하고 좋은 와인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는 대개 달콤하고 상큼한 수준으로 바디감(입에 꽉 차게 또는 무겁게 느껴지는 충만한 맛)이 낮은 와인류다. 미국의 콩코드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나 화이트인 경우는 리슬링이나 모스카토 등이다.

특히, 늦게 수확한 리슬링 품종 와인이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 단계로 다양한 품종을 섭렵하게 되는데 화이트 품종에는 소비뇽블랑과 샤도네이가 있고, 레드 와인 품종으로 카베넷 쇼비뇽, 메를로, 쉬라 등이 속한다.

세 번째 단계로는 명품에 속하는 고급 와인에 매료되어 이를 중심으로 선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초보는 명품에 속하는 와인을 접한다고 해도 강한 감동이나 독특한 매력을 가격과 대비해 그만큼 느끼기 어렵다. 자신이 선호하는 미감이 아직 그것을 느낄 줄 아는 능력으로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보 운전자가 굳이 고급 승용차를 처음부터 몰 필요는 없다.

◇신대륙과 구대륙을 비교해본다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발견하게 되더라도 같은 품종이 지역에 따라 독특한 맛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는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다. 사실 많은 나라에서 와인만큼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음료는 없다. 특정 국가가 아니라 온대권에 해당하는 모든 나라에서는 와인 생산이 가능하고, 같은 품종이라 해도 지역에 따라 드러나는 개성이 다양하다. 우선 유럽을 제외한 신대륙은 프랑스 유명포도 품종을 잘 육성해 질 좋은 와인을 생산한다. 유럽과 신대륙 중 동일 품종 와인을 비교하면서 차이를 즐기는 것도 이해를 넓히는 일이다.

최근에 FTA가 성사되어 관세가 매우 낮아진 칠레는 국제화 역사가 50년 정도지만 생산 와인의 70% 이상을 수출 전략 상품으로 육성해 가격대비 품질에서는 최고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쉬라(Shiraz, Syrah는 모두 같은 품종) 품종은 오스트레일리아가 가장 많이 생산하면서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신대륙은 대부분 라벨에 포도품종을 명시해준다. 초보자는 포도 품종을 중심으로 즐기면서 와인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다. 신대륙 와인이 품종을 명기하는 데 반해 유럽의 대부분 와인은 오랜 역사적인 전통으로 특별히 라벨에 포도 품종을 명기하지 않고 있다. 그 지역 특성을 모르는 소비자에게는 매우 까다롭게 보인다.

◇라벨에는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

와인이 어려운 것은 대부분 용어에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 또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나 독일어 등으로 쓰여 있고, 영어권 나라나 칠레와 같이 수출 지향적인 신대륙을 제외하면 고유한 자국 언어로만 사용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외국에서도 태권도장에서 쓰는 용어를 우리말로 하는 것처럼 유럽은 와인을 단순한 알코올 음료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국이 생산해내는 문화 산물로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동양권 사람에게 그러한 표현 방법은 너무 어렵다. 그래서 와인을 제대로 즐기려면 어느 정도 포도 품종이나 산지 등을 알아두지 않으면 무엇을 어떻게 마셨는지 기억에 남기기도 어려워진다. 유럽의 대부분 나라는 세계 공통어인 영어로 표기하는 것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들의 전통적인 표기방식을 공부하거나 익숙해지지 않으면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다.

◇프랑스 와인의 라벨읽기

프랑스 와인에서 먼저 읽어야 하는 것은 AOC(지역 품질등급)이다. 여기에 속하는 프랑스 와인은 전체 와인의 54%가량 되므로 이러한 표시가 없다면 질이 떨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AOC 중 몇 가지 등급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 'Appellation ---- controlee'에서 '아펠라시옹 ○○○○ 콩트롤레' 중간에 지역명이 들어간다. 지역명이 작으면 작을수록 그 지역 포도만을 사용했다는 한정의 의미가 있다. 작은 지역이 유명하면 그 지역 아펠라시옹 와인은 당연히 고급명품이 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프랑스 와인의 대표 산지로 보르도(Bordeaux)와 부르고뉴(Bourgogne)를 들고 있는데, '아펠라시옹 보르도 콩트롤레' 또는 '아펠라시옹 부르고뉴 콩트롤레'라고 와인 라벨에 명기되었다면 보르도 지방의 머독이나 생테밀리옹이라고 명기된 것에 비해 등급이 낮다. 머독보다 더 작은 마을 단위인 포이약, 생줄리엔, 생에스테프, 마고 등으로 아펠라시옹이 명기되면 더 좋은 와인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명을 아는 것은 즐거운 일이면서도 스트레스다. 애호가라면 즐거움 혹은 스트레스로 선택해야 한다.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 스타일 와인의 라벨읽기

사진에서 보는 '아펠라시옹 에세조 콩트롤레'는 부르고뉴 중 코트드 뉘(cote de nuits)라는 지역 내의 유명 와인을 생산하는 마을 이름이 '에세조'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AOC는 당연히 고급 와인이 된다. 이를 증명하듯 그랑크루(Grand Cru: Cru란 영어로 Growth를 뜻한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는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 용어는 보르도와 부르고뉴, 그리고 알사스 지방만 사용한다. 그 지역 최고급 와인이라는 뜻이다.

사진과 같이 부르고뉴의 와인은 포도밭(에세조)이 중요한 브랜드다. 이를 생산하는 양조업자(뱅생 지랑댕)가 보조 상호로 등장하거나 별도의 보조 상호를 포도밭 명칭에 붙이게 된다. 에세조 포도밭에서 생산한 포도로 뱅생 지랑댕(Vincent Girandin)이 만들었다는 의미다.

물론, 뱅생 지랑댕은 다른 지역에서도 만들므로 뱅생 지랑댕만을 찾는데 어느 지역 포도밭인지 모를 때는 정확한 와인을 찾을 수 없다. 다른 뱅생 지랑댕 와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라벨 스타일은 프랑스 3대 와인 지역인 론(Rhone)에서도 포도밭 중심의 브랜드 명칭이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에 반해 보르도 지역은 포도밭 중심의 명칭이 아니라 포도원 중심의 단독 브랜드를 사용하므로 상대적으로 식별하기가 쉽다.

/마산대학 국제소믈리에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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