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파괴 위협에 맞서 '뭉치자 언론'신문·방송 겸영 허용 등 '시장화 정책'에 공동대응 필요성 절감

14일 오후 2시 서울역 KTX 4층 대회의실에서 '언론산별 2008년 제1차 중앙교섭'이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2000년 방송사 연대 총파업 → 통합방송법 쟁취, 2004년 신문개혁 총력투쟁 → 신문법, 지역신문법 견인….'

2000년 11월 24일 창립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이 남긴 발자국이다. 언론노조는 전국의 신문·방송·출판·인쇄 등 매체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한 단일 산업별노조. 2007년 말 기준 3개 본부, 114개 지부, 36개 분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합원은 모두 1만 7238명이다. 언론노조는 공교롭게도 4년마다 올림픽 개최와 맞먹는 큰일을 치렀다. 그럼, 2008년에는? '산별교섭 승리! 언론 공공성 사수'를 내걸었다.

언론노조는 이를 위해 지난 8일에는 광주에서 '산별교섭 쟁취를 위한 언론노조 확대 간부 수련회'를, 9일 오전에는 같은 장소에서 2차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신문·방송 겸영 허용 반대 등 언론공공성 강화 방안이 포함된 산별공동협약안을 확정했다. 언론노조가 산별교섭을 추진하는 배경과 산별공동협약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왜 산별교섭인가? = 먼저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이 만만치 않아서다.

대통령 직속의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신문 교차소유·겸영 허용, 신문법 개악(폐지), 신문고시 개악(폐지), 지역신문발전지원법 개악(폐지), KBS2, MBC 민영화 추진 등 일련의 정책을 봤을 때 한마디로 언론공공성 파괴, <조선·중앙·동아일보>로의 여론독점 심화 등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지켜내자! 언론공공성'을 위해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언론노조는 창립 이후 지금까지 사업장별 교섭은 본부·지부·분회가 위임을 요청해 별도로 진행해왔다. 시기도 통일되지 않았다. 그래서 '무늬만 산별'이라는 비난을 안팎으로 받았다. 그러나 산별교섭이 추진되는 올해부터는 산별교섭 일정에 따라 동시에 집중적으로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본부·지부·분회에 대한 교섭권 위임은 원칙적으로 주지 않기로 했다. 산별교섭을 언론노조 전체 조합원을 하나로 묶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또 경제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노동자 배제적인 신자유주의 정책과 세계화는 기업별 노동조합운동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언론노조는 분석하고 있다. 나아가 고용불안, 비정규직 문제, 소득격차 확대와 양극화, 주택문제, 교육문제는 가장 중요한 이슈임에도 사업장 단위에서는 의제로 설정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을 돌파하고자 산별교섭이라는 무기를 꺼내 든 것이다.

◇협약안에는 어떤 내용이? = 이번에 결정된 협약안에는 △산별 조합활동 보장 △비정규직 사용제한과 보호 △임금 △언론공공성 강화 등과 관련한 요구가 담겨 있다.

조합활동 보장은 △산별노조의 조합원 교육시간을 연중 1회(1박2일 유급) 부여, △조합원 100명당 1명 전임 인정 등을 명시해 놓고 있다. 또 비정규직을 더는 도입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임시직, 계약직, 시간제, 일용직, 용역 등 비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할 때 사용기간은 6개월 이내로 하되 조합과 사전에 합의하도록 했으며, △노사공동으로 연 1회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하고, 임금인상과 연동해 비정규 협력기금을 조성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또 임금 부분에서는 언론산업 최저임금제(월 99만 4840원)를 도입하면서 조합원의 적정 생계비가 확보될 수 있도록 실질임금 확보에 회사가 최선을 다하도록 규정했다.

언론 공공성 부분을 살펴보면, 언론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높이고자 노사가 함께 노력한다는 약속 아래 △신문·방송 겸영 허용 반대 △한미 FTA 비준동의 반대 △실효성 있는 정보공개법 개정 및 취재접근권 보장 △언론의 지역성 강화 등 여론다양성 보장과 미디어 수용자 권리보호를 위해 공동 대응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아울러 공정보도를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신문은 △편집권 독립 △편집국장 직선제 △노사 동수의 편집위원회 구성 등을 명시했으며, 방송에 대한 규정으로는 △방송 관련 보직 국장의 인사 정책설명회 개최 △편성위원회 운영 △프로그램 개편 때 최소 7일 전 통보 등을 넣었다.

한편, 14일 오후 2시 서울역 KTX 4층 대회의실에서 '2008 언론노조 중앙교섭 상견례'가 열렸다. 언론노조는 지난 2일 산하 130여 개 사업장의 사용자들에게 우편과 팩스로 산별 중앙교섭을 위한 상견례 참석을 요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날 상견례에 10여 개 사업장의 사용자만 나왔다. 노사는 다음 주 수요일(21일)께 2차 회의를 열어 회의 일정과 원칙 따위를 정하기로 했다.

☞산별교섭이란? =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노측 대표와 사측 대표가 산별협약안을 한꺼번에 결정하고, 이를 조합 소속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산별교섭은 개별 사업장에서 포괄할 수 없는 '언론 공공성, 법·제도 개선' 등 사회적 의제까지 교섭할 수 있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일반화돼 있다. 전문가들은 "교섭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사회적 갈등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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