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독자 배종갑 전 마산시의회 의장

   
 
 

9년째 <경남도민일보>를 구독하고 있는 독자를 만났다. 9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아니다. 길다. <조선·중앙·동아일보> 같은 신문재벌들이 공짜신문에 경품까지 뿌려대면서 남의 신문 독자를 빼앗아 가고 있다. 약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신문 경품이 점점 고가화되고, 무가지 구독기간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딴 곳 쳐다보지 않고 꾸준히<경남도민일보>를 받아보는 독자는 그야말로 '보배'인 것이다.

미디어팀에서는 창간 때부터 줄곧〈경남도민일보>를 받아 보는 독자 명단을 뽑아 '누구를 만날까?' 고민하다 제1·2·3·4대 마산시의회 의원, 제4대 전반기 의장을 지낸 배종갑(60·마산시 구암동) 씨를 인터뷰했다.

지방의회 활동에서도 거침없는 언행으로 주목과 숱한 논란도 불러 일으킨 주인공이었다. "이제는 조용히 살고 싶은데"라며 여러 차례 고사했지만, 11일 오전 마산역 앞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정치 이야기는 될 수 있는 대로 삼가고 '9년 독자'로서〈경남도민일보>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첫 마디는 "솔직히 〈경남도민일보>가 지역에서 언론으로서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1~2년 안에 문 닫을 거라는 소문이 많았죠. 아무튼, 도민일보 식구들이 마음을 비우고 일치단결해 창간 9년에 이르는 모습을 보니 독자로서 기분이 좋네요"라는 칭찬으로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역에 제대로 된 언론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언론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정치·행정을 감시하는 기능을 하거든요. 지역언론이 소중한 까닭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곧장 15년 넘게 정치권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적이 잇따랐다. "<경남도민일보>기사를 보면 종종 기자 개인의 주관적 입장에서 보도하는게 눈에 거슬립니다. 정치인이나 행정가가 한 말만 갖고 쓴 기사를 보면 짜증도 나고요. 드러나는 말이 아닌 숨어 있는 도민들의 소리, 민심을 짚어내야 한다고 봅니다."

자신은 매일 방에 걸려 있는 큼지막한 청무성(聽無聲: 소리는 없어도 들린다)이라는 글귀를 마음에 새긴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는 수준 높은 주문이었다.

세대간 갈등 조정해 주는 역할 당부

언론 본연의 역할에 대해서도 "세대 간의 갈등을 조정해 주는 역할을 언론이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산 수정만 STX 유치 논란과 미국산 수입 쇠고기 문제를 예로 들었다.

"수정만 문제를 놓고도 아버지는 찬성, 아들은 반대, 지역 분위기가 참 어수선합니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공부한 과정 또한 다르니 그럴 수밖에요.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는 중·고등학생을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해요. 도민일보가 세대 간의 갈등을 적극적으로 조정해 주는 역할을 해주기 바랍니다. 그러려면 전문성과 넓은 안목이 필요할 것인데, 기자들이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겁니다."(웃음)

자연스레〈경남도민일보>가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한 제시로 이어졌다. "50~60대의 보수층이 아닌, 30~40대 개혁층에 눈빛을 맞춰 나가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독자들의 생각보다 너무 앞서가면 곤란하다고 봅니다. 변화를 모색하는 데 있어서 생각과 비전은 넓게 가지되 보도나 논조는 철저히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할 때 도민일보가 경남을 바꿀 수 있고,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통합의 기능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조금은 추상적인 것 같아서 "다른 신문에 견줘 내세울 수 있는 차별전략은 어떤 게 있을까요?"라고 하자, "왜 지역신문의 독자 수가 줄어드는지 아세요? 그건 볼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뉴스는 다양한 경로로 소비됩니다. 어지간한 소식은 TV나 라디오, 인터넷, 심지어 휴대전화로도 실시간으로 뉴스를 접하지 않습니까. 도민일보의 차별화 전략은 지역소식을 보다 '더 많이' '더 깊게' 다루는 것이라고 봅니다"라고 되받았다.

"약자·강자 모두 대변하는 언론 되길"

〈경남도민일보>의 사시에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 '약한자의 힘'이잖아요. 그렇지만 무조건 '약한자'만 대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강자의 처지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보도를 해야한다"고 했다. 모두를 아우르는 실력, 이를 뒷받침하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거다.

구독료 이야기를 던졌다. "신문을 하나만 받아 본다면 큰 부담이 없는데요. 여러 개를 받아보는 처지에서는 부담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지역을 바꿔나가는 데 동참하는 비용치고는 8000원이면 싼 거죠. 도민들이〈경남도민일보〉를 비롯한 지역신문을 많이 구독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근황을 묻자, 마산 현동 밭을 틈틈이 일구면서 민심을 읽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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