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급식, '뭘 먹지?' 선택권을 학생에게

서울 ㅎ고등학교의 3가지 메뉴 급식장소 표시.
ㅎ고등학교 3가지 메뉴.
학교급식 견학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2007년 8월 서울에 있는 ㅎ 고등학교의 학교급식 견학 기회를 얻게 되었다. 왜냐면 그 학교에서는 다른 학교급식과는 달리 선택식단제를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택식단제'란 고객에게 한 가지 식단만을 제공하지 않고 여러 가지 식단 중 한 가지를 선택해 먹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실 학교급식을 제외한 다른 단체급식 영역 즉 산업체의 직원식당, 입원환자를 위한 병원 급식, 대학교의 학생식당 등에서는 이미 선택식단제를 시행한 지 오래되었다.

병원 급식에서는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선택식단제로 말미암아 병원 급식에 대한 환자 만족도 향상에 한 몫하고 있다.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면 선택식단 용지를 받아 보게 된다. 선택식단 용지에는 다음날 제공 가능한 식단을 제시하고 그중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한다. 주로 제공 가능한 메뉴는 기본식단과 선택식단 두 가지다.

한 가지 식단 아닌 여러가지 메뉴 중 선택할 수 있어 만족도 높아
병원·산업체·대학에선 일반화…관계자들 간의 적극적 협조 필요


기본 식단은 주로 밥, 국, 반찬, 김치로 구성된 전통식 위주의 백반 형태 식단이며, 선택식단은 일품요리, 양식, 분식 등의 메뉴로 구성된 식단으로 떡만둣국, 짬뽕, 카레밥, 삼계탕 등의 메뉴가 제공된다.

환자가 선택식단 용지에 아무것도 표시하지 않거나 혹은 선택식단 용지가 회수되지 않을 때는 기본 식단이 제공된다. 간혹 환자 중에 기본 식단이 아닌 선택식단을 선택하면 추가 비용을 내는 줄 알고 선택하지 않고 있다가 식사 비용은 같다는 설명을 들으면 기본 식단이 아닌 선택 식단메뉴를 선택하는 때도 종종 있다.

필자가 견학한 ㅎ고등학교는 선택식단제 중에서도 '트리플 메뉴'를 시행하고 있었다. 즉 식단을 선택할 때 두 가지 식단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 식단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메뉴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실 경상남도를 포함해 전국 대부분 학교 급식에서는 보통 한 가지 식단이 제공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트리플 메뉴를 시행하는 학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세 가지 식단에 대한 식수 예측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세 가지 식단에 대한 실제 식수와 예측된 식수가 차이가 나면 어떻게 할까? 단일식단보다는 선택식단제를 할 때 생산성이 떨어지고 식단 작성, 음식재료 구매, 전 처리와 조리 업무, 배식, 정보관리, 사무관리 등 학교급식 운영 전반에 걸쳐 업무량이 복잡해지고 많아졌을 텐데…. 무엇보다 비용도 많이 들었을 텐데….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제약이나 애로가 따랐을 텐데….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해결했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15일 전에 메뉴가 적힌 선택식단 용지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선택하도록 하고, 선택식단 용지를 회수해 식수를 집계해서 조리하기 때문에 식수 예측이 크게 빗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사실 어제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학생들은 과연 15일 전에 자신이 어떤 식단을 선택했는지 기억할 수 있을까?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다. 대신 반장이 회수한 선택식단 용지를 가지고 있어 자신이 기억나지 않을 때는 확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사실 '선택식단제'라는 제도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애로가 있었다고 한다. 선택식단제를 초기에 시행했을 때는 학생들이 이것도 맛있어 보이고 저것도 맛있어 보여서 한 학생이 두 가지 이상의 메뉴를 먹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또한, 한 가지 메뉴를 먹고 빨리 다른 메뉴를 먹고자 식판을 치우지 않고 테이블에 남겨놓고 가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급식 운영자, 학교, 학생, 학부모들에게 이러한 문제들을 주제로 설명해 주고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내는 과정을 통해 성공적인 선택식단제의 정착이 가능했다고 한다.

만약 학생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식단을 계속 먹었다면, 만약 학생들이 맛있어 보인다고 두 가지 이상의 메뉴를 계속 먹었다면, 만약 학교와 학부모들이 학생들로 하여금 선택식단제를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독려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선택식단제는 시행되다가 중간에 포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ㅎ고등학교는 학교급식 운영자, 학교행정 관리자(교장,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의 협조로 선택식단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 힘들지만 새로운 시도를 위해 온 힘을 다하는 학교급식 운영자의 모습, 학교행정 관리자와 학부모의 적극적인 협조, 그리고 학생들의 선택식단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실천으로 '선택식단제'라는 제도가 훌륭하게 정착되고 수행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학교급식 운영자, 학교행정 관리자, 교사, 학부모, 학생들 모두에게 선택식단제 혜택이 돌아갈 수 있었다. 학교 측, 학부모, 학교급식 운영자는 다른 학교에서 부러워할 만한 학교급식을 이루어 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 학생들의 학교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향상됐다. 한 학생의 블로그에는 'ㅎ고등학교의 자랑-급식'이라는 글이 올려져 있기도 하다.

선택식단제를 시행하는 학교급식 견학을 통해 성공적인 학교급식에 관한 두 가지 전제 조건을 알 수 있었다. 첫째, 학교급식은 누구도 아닌 학생을 위한 것으로 학생들의 학교급식에 대한 만족도 향상이 학교급식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즉 학교급식에는 학생들을 학생으로 보지 말고 고객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고객만족을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둘째, 성공적인 학교급식을 위해서는 관계자들 즉 학교행정 관리자(교장, 교감), 교사, 학부모, 학교급식 운영자(영양사, 조리사, 조리 보조원), 그리고 학교급식 당사자인 학생들의 적극적이며 유기적인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

학교급식의 고객인 학생들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학교급식 관계자들의 상호 유기적인 협력, 바로 이 두 가지가 학교급식의 기본이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끝>

/김현아(경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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