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땅·사람 조화 이뤄야 '명품'

   
 
 

와인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을 때 명품이 된다. 하늘로부터 받은 좋은 품종과 지리적으로 정해진 땅에서만 제대로 된 와인이 되고 나아가서는 이를 만들어내는 양조자의 철학에 따라서 같은 지역에서 같은 품종의 와인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싸구려가 있고 명품이 되기도 한다. 그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1. 하늘의 뜻을 따른 품종 찾기

와인을 즐기려면 품종을 정리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도 품종의 종류는 많지만 베스트셀러는 6대 품종이다. 레드와인의 품종은 카비넷소비뇽, 메를로, 쉬라로 이루어진다. 화이트 와인의 품종은 샤도네이, 리슬링, 모스카토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는 섭섭할 수 있지만 레드 와인은 프랑스가 원산지인 품종들이 전체 와인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조차 우수한 레드 와인은 프랑스가 원산지인 품종이 고급 와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와인을 고를 때 우선 품종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신대륙 와인은 품종을 친절하게도 명시해 두는 단일품종으로 구성된 와인이다.

신대륙보다 프랑스의 보르도라든가 론 지방에서는 몇 가지 품종을 섞어 와인을 만들고 라벨에 명기도 하지 않는 불친절함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르도는 90% 이상이 카비넷소비뇽과 메를로로 구성된다. 그러므로 정확한 비율을 알아보고 싶다면 인터넷 등을 통해 직접 검색해보는 부지런함이 요구된다.

품종별로 비유한다면 30대의 농염한 여성 샤도네이, 발랄한 도시의 10대 소녀 리슬링, 역시 화려한 20대 아가씨 모스카토이라고 상징화하면 와인에 대한 이해가 빠를 수 있다.

카리스마의 카비넷소비뇽,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메를로, 편안한 친구 쉬라라고 상징화하면 와인 품종을 접하기 한결 쉬워질 것이다. 이러한 상징성은 매우 주관적이지만 품종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2. 땅의 뜻에 따른 나라 찾기

와인을 이해하려면 신대륙과 구대륙을 알아야 한다. 철저하게 유럽의 관점에서 보면, 유럽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이 신대륙이고 유럽은 그냥 구대륙이다. 그런데 이 대륙 간 구별에는 미묘한 우월감과 맛의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신대륙 기후가 포도 재배에 훨씬 적합하다 보니까 와인 도수가 1도 정도는 높게 나타난다. 좋은 기후조건과 토질로 말미암아 높은 알코올 도수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나라별로도 지방에 따라 차이가 있고 특색이 있음을 알아두면 좋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명확하게 지역 내에서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 애당초 프랑스의 메독이 있는 보르도 지방과 상대적인 브루고뉴 지방은 재배하는 포도의 품종이 다르고 아예 와인을 담는 병의 스타일도 다르다. 기록을 통해 어떠한 품종의 와인과 어떠한 나라 혹은 지역의 와인이 나에게 어울리는지를 아는 수준이라면 이미 반은 전문가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와인이 생산되는 나라가 50여 개 나라여서 각 나라 와인을 모두 맛보기도 쉽지 않다. 필자는 터키 와인을 우연히 접하면서 터키가 이슬람권이며 아랍어를 사용한다는 피상적인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깨치게 됐다. 터키어는 알파벳을 사용하며 와인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각 나라 와인을 만나는 것은 그 나라 문화를 접하게 하는 홍보사절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3. 양조자 철학에 따라 초보자는 스위트부터

와인은 참으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술이다. 와인만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있는 글라스와 거기다가 촛불까지 켜둔 식탁에 마주한다면 낭만적인 것들을 죄다 갖춘 것이 된다.

그런데 와인을 마시는데 맛이 텁텁하거나 시큼하여 무엇인가 2%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안타까운 일이다. 초보자의 와인은 스위트함에서 시작하여 이후에 점차 내공이 쌓인다면 드라이한 쪽으로 찾아가는 것이 좋다. 스위트 와인에도 여러 등급이 있다. 우선 리슬링과 같은 비교적 달콤함이 있는 와인이 있고, 건포도로 양조하는 달콤한 와인, 그늘에 말린 포도로 양조하는 달콤한 와인, 수확시기를 20~30일 늦추어서 수확한 늦수확 양조 와인, 아예 겨울에 영하 날씨에서 수확하는 아이스 와인, 보트리스균이라는 곰팡이에 의해 부식 당하는 귀부 와인이라는 고급 와인에 이르기까지 스위트 와인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초보자에게는 저렴하면서도 가격 대비 맛이 탁월한 리슬링으로 만든 칠레산의 늦수확(Late Harvest) 와인들을 추천한다. 산페드로 사의 버터플라이나 발두지 같은 1만 원대에 그만한 맛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강력히 추천한다. 누가 만들었는가는 매우 중요한 품질의 결정요소다. 양조자가 어떠한 품종으로 어떻게 재배해서 숙성 시 참나무통을 사용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와인의 운명은 달라진다.

4. 상세정보 기록하기

기록방법은 제목에 해당하는 브랜드 이름과 품종, 지역명 그리고 포도 수확연도인 빈티지와 가격을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느낌을 적어두면 된다. 시음 와인은 색, 향, 맛의 삼박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 맛에다 단연 높은 비중을 두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표현은 맛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결국에는 맛을 위하여 색과 향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상적인 맛에 대한 느낌을 적어두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그것을 적어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맛의 인상을 느낄 수는 있는데 표현하기가 절대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그냥 '맛이 있다'라고 적고 나름대로 10점 만점에 점수를 주면 된다.

맛이란 매우 주관적이면서도 또한 대부분이 공감한다는데 미묘함이 있다. 같은 맛이라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상황별로 달라질 수 있음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랑하는 친지와 마실 때와 접대로 마실 때의 맛이 같을 수는 없다. 사실 기록은 귀찮은 일이다. 그러나 와인 편력의 역사를 가지려면 작은 수첩 한 권에 와인 기록장을 만드는 것이 와인 애호가로 가는 길이 된다.

/이장환(마산대학 국제소믈리에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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