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뭘 보고 배우나"

새로운 밀레니엄 시작으로 부풀었던 2000년도 찬바람이 옷깃을 세우게 하는 세모를 맞으며 시민들은 또 한해를 갈무리하고 있다. 해마다 맞는 연말이지만 올 해는 그 감회가 또 다르다 할 수 있다. IMF의 탈출과 함께 새천년의 장밋빛을 그리며 시작된 2000년은 그 종착점을 향하면서 가시화된 경제한파로 모두가 다시 위기의식에 빠져있다. 그러나 이같은 난관은 지난날의 잘못이 더 미궁에 빠지지않도록 우리앞에 나타난 시행착오의 과정이며 새로운 것을 향한 도전의식을 불태우게하는 기회의 다른 모습에 다름 아니다.

본보는 올 한햇동안 지면을 통해 드러난 각종 이슈와 사회상을 다시 짚어보는 시리즈 ‘되짚어 본 한해-시민사회 희망과 좌절’을 다음달 말까지 계속해 싣는다. 이는 지역민들이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시민사회의 이런저런 문제를 함께 공감하기 위한 것이다.

<편집자>

30일 마산시 합포구 구산면 해안선에 들어선 ㄱ 모텔.

점심식사가 끝날 무렵인 오후1시쯤 짙은 선팅을 한 중형승용차 한 대가 모텔로 진입했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차량이 이 업소에 들어섰다.

이어 30분이 경과하기전에 총 7대의 차량이 4~5분 간격으로 모텔에 들어가는 것이 목격됐다.

그러나 차량 탑승객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보안장치 갖추고 손님 끌어

이른바 ‘러브호텔’로 불리는 이 숙박업소는 방하나에 전용 주차공간이 딸린 ‘1객실 1주차장’으로 투숙객들은 객실과 연결된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객실입구에서 카운터와 연결된 창구를 통해 숙박비를 계산한다. 확실한 ‘보안장치’ 덕분에 신분노출을 꺼리는 남녀들이 줄지어 찾고있다.

마을주민 김모(56)씨는 “훤한 대낮에 남녀가 러브호텔에 들어가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애들 교육상 안좋고 동네 이미지 다 구겨놓았다”고 혀를 찼다.

수도권 신도시 주택가 및 학교주변까지 파고든 러브호텔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도내에도 러브호텔 난립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주거지역 200m안 11곳 영업

지난 달 20일 경남도가 국회행정자치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는 도내 지자체가 최근 3년간 194개소의 숙박업소에 대해 건축허가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7곳은 건축허가가 날 수 없는 자연환경보전지역이었으며, 학교정화구역과 주거지역안에도 61곳의 숙박업소가 버젓이 영업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거지역 200m안에서 11개 숙박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으며 이중 5개 업소는 주거지역과 불과 50m쯤 떨어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자체별로는 마산시와 남해군이 각각 24건의 건축허가를 내줘 가장 많았으며, 산청군(23건)과 진해시(21건)?하동군(18건) 등 순이었다.

자연환경보전지역에 허가를 준 지자체는 남해군(3)?함안군(2)?통영시(1)?고성군(1)이며 자연녹지지역에는 진해시(7)와 밀양시(1)?산청군(1)?남해군(1) 등이 건축을 허가했다.

학교정화구역에도 난립

또 학교정화구역안에서 영업중인 숙박업소는 50개로 김해시(13)?사천시(8)?진주시(8)?밀양시(6)순으로 많았다.

이처럼 도내에서도 주택가와 도심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숙박업소가 줄지어 생겨나고 있고 근교나 국도변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대부분은 러브호텔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수도권 신도시의 경우는 학부모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 러브호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각 자치단체가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으며, 업주들이 집단의 힘을 앞세운 재산권 침해라며 행정소송을 벌이기로 하는 등 반발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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