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차례상 차리기


황씨는 일단 한빈군을 큰 방으로 불러 교육에 대한 의미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준비한 종이 음식·제기 등을 내놓고 본격적인 교육을 시작했다.

“차례상은 대개 집안 형편대로 준비한단다. 북쪽에 놓는 지방은 조상을 모시는 것으로 ‘현고학생부군신위’라고 적은 것은 왼쪽에, ‘현비유인 본관○씨 신위’라고 적은 것은 오른쪽에 놓아. 지방 대신 사진을 모셔도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지방을 상위에 얹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야.”

“왜 지방을 상위에 얹으면 안 돼요·”

“그건 조상을 차례상 위에 모셔 음식을 드시게 하는 것과 같거든. 하지만 약식으로 병풍에 붙이기도 하기는 해.

또 보통 신위 앞 첫째 줄에는 밥과 국을 올리는데 정월차례에는 떡국으로 대신하기도 하지. 중앙에 잔과 술을, 받침대는 떡국의 왼쪽 및 오른쪽에 각각 놓아. 둘쨋 줄에는 구운고기·채소구이·고기전·떡 등을, 셋째 줄에는 쇠고기·닭고기·생선 등 세 가지 탕을 각각 준비한다.”

“순서는 상관없나요.”

“어동육서로 한단다. 생선은 동쪽에, 육고기는 서쪽에 두되, 두동미서로 생선머리를 동쪽으로 향하게 하고 배 부분은 북쪽으로 한다”

“생선머리는 왜 동쪽으로 향하게 해야해요?”

“그것은 옛 조상들은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을 양의 기운이 있다고 생각해 숭배했기 때문이야. 그 다음 넷째 줄에는 북어포 등 포와 삼색나물·식혜를 놓는다. 좌포우혜라 해서 왼쪽에는 포, 오른쪽에는 식혜를 놓는다. 다섯째 줄에는 과일과 과자를 놓되 동조서율이라 해서 밤·배·감·약과·사과·대추 등의 순으로 울긋불긋한 화려한 색깔이 한 곳에 몰려있지 않게끔 조화를 이루게 차례 놓는다.”

“어려워요. 그래도 상차림에도 깊은 뜻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이렇게 정성을 다해 차린 차례상 앞에서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온 가족이 둘러앉자 음식을 나눠 먹으며 좋은 얘기도 하고 하루를 보내면 된단다. 차례를 지내는 방법은 각 가정마다 다를 수 있으나 아버지가 가르치는 방법대로 하면 된다.”

“어떻게요?”

“차례를 지내는 사람을 주인이라고 하는데 주인이 향탁 앞에 가서 무릎을 꿇어앉아 분향하고 두 번 절을 한다”

“분향을 하는 이유가 뭐예요?”

“분향은 혼을 불러들이는 것으로 향로에 향을 피우는 거란다.”

“주인이 분향을 하고 조금 물러서 있으면 차례를 돕는 동쪽에 있는 집사가 주전자를 들고 주인의 오른쪽 앞에서 서쪽을 향해 서있고, 서집사는 술잔을 들고 주인의 왼쪽 앞에서 동쪽을 향해 서있는다. 주인이 꿇어앉으면 동서 집사도 같이 끓어 앉는다. 주인이 주전자를 받아 술을 따르고 주전자를 동집사에게 물리고 술잔을 받아서 모사 그릇 위에 세 번에 나누어 전부 붓고 주인은 일어나 재배한다.”

“모사 그릇이 뭐예요?”

“모사 그릇이란 제사지낼 때 그릇에 담은 모래와 거기에 꽂는 띠의 묵음을 말한다”

“참석한 자손 중 남자는 두 번 절하고 여자는 네 번 절한다. 이는 2와 4인 남녀 숫자의 음양이치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이야. 주인이 주전자를 들고 서쪽의 웃어른부터 차례대로 술을 따르지. 뚜껑을 열고 수저를 동쪽으로 가게 올려놓고 주인이 상 앞에서 두 번 절한다.”

“그렇게 하면 끝나나요?”

“아니, 조금 더 있어야 돼. 다음으로는 수저를 내려놓고 참석자 모두 절하고 신주를 사당에 모시거나 지방을 불살라. 지방을 불사른 다음 상을 치우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 되는거야.”

황씨는 어려울텐데도 참을성있게 설명을 듣는 아이가 대견했다. 한빈디도 설날하면 ‘용돈생기는 날’정도로 생각했는데 새로운 사실이 놀라운 눈치다. 설날 차례상과 차례 지내는 것이 어려운 만큼, 부모와 웃어른들을 정성을 다해 모셨다한다는 것쯤은 아는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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