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초단 민정아 씨의 9단 친환경 식단
생협 홈피 통해 국내 생산 친환경 농산품 사서 식탁에

민정아 씨가 물건을 사려고 생협사이트에서 물품을 고르고 있다.
세계 곡물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은 한 달 동안 90% 이상 폭등했다. 밀가루 가격이 인상되면서 밀가루 제품들이 일제히 가격상승을 하니, 다른 물가까지 버무려 올라갈 태세다.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곡물 값 폭등으로 상대적 이익을 보는 것이 친환경 농산물이다. 높아진 곡물 값으로 우리밀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밀 가격은 오히려 가격을 내린다고 한다.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에게 국내산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을 공급하는 비영리 단체인 한국생협연대(www.icoop.or.kr)는 유통과 가공과정의 효율성이 높아져 햇밀 수매가 이루어지는 오는 7월에 우리밀 가격을 10% 내리기로 했다. 현재도 우리밀로 만든 제품은 인하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덩달아 수입 밀에 밀려 0.3%의 부끄러운 자급률을 보이던 우리밀을 찾는 이들도 늘어났다.

그래서 생활용품 대부분을 생협에서 산다는 생협 마니아 민정아(31·마산시 내서읍) 씨의 집을 찾았다. 우리 땅에서 난 것으로만 상을 차리는 민 씨의 신토불이 식탁을 들여다봤다.

   
 
 
◇ "과일은 껍질째 먹어요"
"비싸다는 편견이 가장 큰 벽이겠죠. 하지만, 가격을 비교해보면 우리밀 부침가루가 2500원, 우리밀 식빵 1900원, 우리밀 라면 700원 등으로 수입품인 마트 제품 가격보다 100~400원 정도 차이입니다. 생협 조합원은 이 가격에서 15~20% 추가 인하된 가격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마트 가격과 비슷해집니다. 게다가 지역별 조합원이 늘어날수록 물류비용이 절감되어 가격은 더욱 내려가게 됩니다."

민 씨가 과일을 내온다. 꺼내온 사과, 참외도 생협에서 공급받은 친환경 사과다. 저농약으로 재배되어서인지 약간의 상처가 있다. 마트의 미끈하게 생긴 것과 비교된다. 근데 먹기 좋게끔 조각만 나눌 뿐 껍질을 깎지 않는다. 농약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4살, 5살인 아들 딸도 껍질째 사과를 베어 먹는다.

민 씨의 주방을 뒤져보니 우리밀로 만든 안흥찐빵, 쫄면, 스파게티 소스 등 간편 요리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모두가 생협 제품이다. 근데 제품마다 설명이 길다. 어디서 누가 생산한 원료로 어디서 어떻게 가공해 만들어졌다는 생산 이력제가 시행되고 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역추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파종시기까지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친환경 농산물의 아킬레스는 부패다. 방부제 등 화학약품 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오랜 기간 보관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민 씨는 최대한 냉장 보관을 권한다. 배달부터 모든 제품을 냉장탑차에서 꺼내 주기 때문에 마른 제품이 아니면 냉장 보관이 원칙이다.

◇ 장바구니 없는 집
"부모님들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권하면 크게 2종류로 나뉩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친환경 농산물에 관심을 두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신은 값싼 것만 찾아 먹어도 아이는 안전한 것을 먹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겠죠. 반대로 '부모들 자신도 농약으로 키운 농산물을 먹고 자랐는데 아이들이라고 무슨 일이 있겠어?' 하고 방관해버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후자가 더 많은 편이지만 친환경 농산물로 바꾸려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민 씨의 집에는 장바구니가 없다. 생협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할인을 해준다. 모든 지역이 오프라인 매장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집안에서 초콜릿, 아이스크림, 화장품, 세제류를 사고 결제까지 마쳤다. 지난달 밸런타인데이 때 사 먹은 초콜릿의 달콤함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환경이라고 해서 식감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민 씨의 고민도 이어진다. 그는 "친환경 농산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데 애들이 커서 조미료 듬뿍 넣어 먹는 집에 시집, 장가가면 어떻게 하나?" 하고 너스레를 떤다.

물론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것만 외국 것을 들여온다. 커피와 설탕이 대표적이다. 동티모르에서 들여온 커피와 파라과이에서 수입한 설탕은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자의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고 임금을 보전해주는 대신 농약을 치지 않아도 되는 고산지대 것을 쓴다.

"아토피가 사라진 첫째아들을 보면서 우리가 무심코 사용한 농약 제품들이 얼마나 우리 몸을 망가뜨리고 있는지 실감했어요. 이제 더 많은 분이 친환경 제품의 혜택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