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아토피 막으려 채식만 시켰더니… 단백질 부족 등 영양결핍 초래

중독이 뇌의 '지독한 편견'이라면 음식은 가장 중독성이 강한 아이템이다. 중독이라고 인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음식은 태어날 때부터 뇌로부터 긍정적 '편견'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입은 도구일 뿐 뇌로 먹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정한 음식에 대한 뇌의 '편견'을 살찌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음식에 대한 뇌의 작용을 풍부하게 하는 일이다. 뇌를 건강하게 살찌우는데 5명의 전문가가 동참했다. △경남대 김명자 강사(찻잔 속의 페로몬) △마산대학 이장환 교수(지피지기 와인) △경남대 김현아 교수(국자 속 학교 급식) △창원전문대 김종현 교수(음식 속 한방 상차림) △창원대 이경혜 교수(냠냠 어린이) 등 5명의 분야별 전문가가 돌아가면서 단맛, 쓴맛, 신맛, 매운맛, 짠맛이 버무려진 맛난 음식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소아 아토피의 30%는 음식 탓

나이 탓인가? 세월이 너무 빠르다.

어느덧, 벌써 낮의 햇볕이 많이 따뜻해졌다. 겨울 동안 아파트 단지의 어린이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보이지 않더니 이제 제법 아이들 소리가 들려서 반갑고 시멘트에 둘러싸여 있는 단지가 정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참을 아이들을 쳐다보면서 말도 시켜보고 웃고 있었다.

그런데 한 아이 목의 피부가 이상하여 다가가 물어보니 아토피라고 한다. 옆의 친구도 아토피가 있다고 하고 팔을 보여주는데 참으로 딱하게 피가 군데군데 묻어 있어 마음이 안쓰럽다. 겨울과 봄에 건조하여 더 심하다고 하면서 아토피에 관해 많이 아는 듯이 이야기를 한다.

'아토피'란 희랍어로 '기묘한 일, 혹은 불가사의한 일'을 나타내는 용어로서, 좁은 의미로는 알레르기 반응 중 항체인 면역 글로불린이 높게 검출되는 경우만을 아토피라고 한다.

아토피의 넓은 의미로서의 정의는 1923년 미국의 쿠크(Coooke)와 코카(Coca)가 유전적 소인이 있는 알레르기 질환을 다른 알레르기 질환과 구분하고자 아토피성 질환이라고 불렀던 것이 유래가 되어, 알레르기성 질환에 걸리는 유전적인 경향을 아토피로 정의하기도 한다.

아토피성 질환의 증상에는 천식, 결막염, 피부염 등이 있는데, 아토피성 피부염이 대표적인 증상이므로 많은 사람이 아토피성 피부염을 아토피로 부르고 있다. 이는 아토피성 체질, 즉 유전적인 알레르기 성향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을 일으키며, 만성 피부질환으로서 피부 건조와 가려움증이 주 증상이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전 인구의 5~10%가 앓고 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초등학생 유병률은 24%, 중학생은 13%이다. 환자의 85%가 5살 안에 나타나고 50%는 두 돌 이내에 없어지나 25%는 청소년기까지 나타난다. 나머지 25%는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된다. 최근에는 어른이 되어서 아토피성 피부염이 발생하는 환자도 보고되고 있다.

소아 형 아토피성 피부염은 집 먼지 진드기, 곰팡이, 꽃가루 등이 주원인 물질이며, 사춘기나 성인형은 보통 5~6세 경에 발병해서 사춘기 전후로 좋아지다 계속된다.

주원인으로는 음식, 대기오염, 정신적 스트레스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소아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30% 정도가 음식물에 의해 악화한다고 알려졌다.

특히 우유, 계란, 땅콩, 너트, 콩, 밀, 생선, 조개 등이 악화 요인이고, 식품 알레르기의 약 80%를 차지한다. 수분 안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생선, 해산물, 너트 종류 등이다.

특히 땅콩 알레르기는 임상 증상이 심하고 알레르기가 평생 지속하는 것이 특징이다.

   
 
 
◇채식, 만병통치 아니다


아토피에 단백질 식품이 많이 관여되다 보니, 아토피가 심한 아이를 가진 어머니 중 채식으로 아이를 기르려 하는 분들이 전화 문의를 하는 경우가 있어, 여기서 주의할 점을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물론 채식의 이점으로 당질과 섬유소 섭취는 많고,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는 낮아서 성인들은 특히 심장병, 당뇨, 고혈압, 암(대장암)의 위험성을 낮추거나 과체중이 될 경향이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채식 때문인지, 이들이 가진 좋은 생활습관 즉, 운동은 더하고 술과 담배는 적게 하는 습관 때문인지 알기가 어렵다.

그러나 한창 성장을 해야 하는 어린이들은 먹는 양 자체가 한계가 있으므로 에너지가 부족하기 쉽고,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저하되면서 필수 아미노산의 부족이 올 우려가 있다. 또한, 섬유질 과다섭취로 말미암은 소화불량과 저에너지 식품, 저지방 식품의 선택으로 말미암아 에너지 섭취량이 저하되어 채식을 하는 어린이들의 키와 체중이 동물성 식품을 혼합한 식사를 하는 어린이보다 현저히 낮은 경향이 있다고 알려졌다.

또한, 칼슘, 철, 아연이 이들 영양소의 주 공급원인 유제품과 동물성 식품의 섭취가 부족하여 일어나며, 아울러 채식으로 섭취량이 많아지는 섬유소와 피틴산이 무기질 흡수를 방해하게 되어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채식하는 어린이는 에너지 보충을 위해 식물성 기름인 강화 대두유를 충분히 먹거나 단백질 보충을 위해서 곡류와 두류(콩·콩가루·강낭콩), 곡류와 유제품(우유, 치즈가루)을 잘 혼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기질 보충을 위해 강낭콩·대두·해바라기씨·케일·치즈·과일 주스 등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 채식을 하는 어린이는 채식주의자에게 가장 부족하기 쉬운 철분과 비타민 B를 함유한 영양제 섭취를 권유할 수도 있다.또한, 어머니들께서 조리방법에 주의를 하면 아토피 조절에 많은 도움이 된다. 예로, 가열하면 단백질이 변성되어 항원의 성질이 약해지므로 삶고 찌고 데치는 방법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빵보다는 토스트, 생채소ㆍ생과일보다는 통조림이 항원 반응이 낮다. 달걀은 노른자가 흰자보다 항원성이 적으므로 계란을 삶은 다음 곧바로 노른자는 이용하고 흰자는 물에 담갔다가 사용하면(오보뮤코이드가 물에 녹으므로) 항원 반응을 줄일 수 있다.

더 추천할 수 있는 조리법은 육류도 삶은 편육으로 하고, 채소는 생채소보다는 나물로, 샐러드로 할 때도 살짝 데치는 것이 좋다.

대두와 밀에 과민체질이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발효식품인 된장, 간장, 청국장, 고추장은 양조과정에서 항원성이 완화되므로 사용할 수 있겠다. 그러나 같은 발효라 해도 요구르트는 우유보다 떨어지나 항원성이 아직 남아있으므로 유아에게 사용하기 어렵다. 우유제품은 단독보다는 전분질이 함께 들어 있는 크림수프, 푸딩, 케이크 등에는 항원성이 낮아진다.

토란줄기, 죽순, 고비, 고사리, 도라지와 같은 산채 나물은 삶은 후에 물에 담가서 사용하면 어느 정도 항원을 우려낼 수 있다. 아토피 어린이를 위한 식단에 튀김 조리법은 식용유의 과잉 섭취가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하므로 될 수 있는 대로 삼가고, 튀긴 제품(유부, 어묵 등)이나 고지방 식품(햄, 소시지 등)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사용하도록 권한다.

가장 기본적인 사항으로 부엌 칼, 도마, 냄비 등에 소량의 항원(알레르겐)이 남아있을 염려가 있으므로 조리기구나 식기는 깨끗한 것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창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필자약력

△1978년 2월 연세대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졸업
△1992 7월 독일 Kiel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박사 학위
△1993 9월~현재 국립 창원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
△2004 8월~현재 청와대 어린이 안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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