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쫄깃 맛도 궁합도 최고

불어오는 바람엔 맵싸함이 빠지고 부드러움이 실렸다. 나무에 파릇파릇 물이 오르면 주꾸미의 계절이다. 예부터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산란기를 앞두고 특유의 쫄깃쫄깃, 말랑말랑한 맛이 한층 더해지고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알들이 침샘을 한껏 자극한다.

'낙지 새끼다', '꼴뚜기와 사촌이다'는 말도 많지만 결론은 '근거 없음'이다. 꼴뚜기는 다리가 10개로 오징엇과에 속하고 주꾸미는 다리가 8개로 문어과다. 낙지도 문어과이지만 엄연히 다른 종류다. 길이가 약 20㎝로 몸집이 작고 다리도 짧다.

볼품없는 생김새지만 맛은 일품이다. 문어나 낙지는 몸체가 커서 먹을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육질의 쫄깃함은 주꾸미와 비교가 안 된다.

또한, 열량이 낮으면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주꾸미는 그야말로 참살이 해산물로 꼽을 만하다. 두뇌 발달과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DHA가 함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타우린 성분이 아주 풍부하여 간장의 해독기능을 강화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치를 줄여주며 근육의 피로해소 등에 효과적이다.

주꾸미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신선한 회로 먹어도 좋지만, 돼지고기 삼겹살과 함께 매운 불고기 양념으로 무쳐서 숯불에 구워 먹는 것도 별미다. 주꾸미 삼겹살 구이는 음식궁합에서도 조화를 이룬다. 돼지고기는 신장을 보하면서 음기(陰氣)를 보해주는 효능이 뛰어나지만 지방과 콜레스테롤치가 높은 것이 흠이다. 반면 주꾸미는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주는 타우린이 다량 함유되어 돼지고기의 단점을 해결해준다.

새빨간 고추장 양념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주꾸미볶음, 보글보글 속까지 시원해지는 주꾸미 전골에 소주 한잔이면 봄날의 노곤함을 단번에 날릴 수 있다. 제철 만난 주꾸미로 차린 풍성한 식탁은 임금님 식사가 부럽지 않다.

◇주꾸미 삼겹살 볶음

△재료: 주꾸미 300g, 삼겹살 600g, 양파, 당근, 대파, 청·홍 고추 적당량씩.

△주꾸미 양념: 고추장 2큰술, 청양고춧가루 2큰술, 물엿 2큰술, 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생강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통깨 약간, 청주 1큰술,

△삼겹살 양념: 고추장 4큰술, 청양고춧가루 2큰술, 다진 마늘 2큰술, 간장 2큰술, 생강즙 1큰술, 설탕 1큰술, 청주 1큰술, 참기름 1큰술, 통깨, 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 삼겹살은 한 입 크기로 잘라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둔다. 2. 분량의 재료를 넣어 주꾸미 양념장을 만들어 놓는다. 3. 주꾸미는 내장과 먹물을 제거하고 바구니에 담아 찬물에서 거품이 나올 때까지 문질러 씻은 후 미끌거리는 표면을 잘 닦아 체에 건져 놓는다.

   
 
 
4. 양파와 당근은 굵게 채 썰고, 대파, 고추는 어슷썰어 놓는다.(그 외 집에 있는 채소를 활용하세요.) 5. 삼겹살을 볶기 직전에 손질한 주꾸미에 양념장을 넣고 고루 버무려 준다.(주꾸미 양이 많을 땐 끓는 물에 한번 데쳐서 하면 볶을 때 국물이 많이 생기지 않는다.) 6. 볶음 팬에 양념 삼겹살, 양파, 당근을 넣고 볶아주다가 거의 다 익었을 때 양념 주꾸미를 넣고 대파, 청·홍 고추를 넣어 재빨리 익혀 담아낸다.

△포인트: 밀가루와 소금으로 이물질 제거하기가 중요하다. 빨판에 붙어 있는 펄이나 미끈미끈한 진액을 제거하고자 밀가루와 굵은 소금을 뿌려 바락바락 주무른다. 그래야, 나중에 비린내도 안 나고 살도 탱글탱글해진다.

/허정주(LG아워홈 조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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