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의 명물이자 역사였던 상남 5일장이 폐쇄된답니다. 이유인즉 시에서 상남재래시장을 짓고, 거기 상인들이 입주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자전거를 타고 지나치다가 일부러 내려 그 재래시장이란 곳엘 들렀습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지은 것인데, ‘창원이 발칵 뒤집힌다’는 플래카드가 벽면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고, 각종 포장마차들도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첫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모여들었습니다만, 그걸 보는 제 가슴은 자꾸만 식어갔습니다. 그저 점포 하나 얻었다고 좋아했던 그 상인들이 이제부터는 저 무지막지한 홈플러스(삼성이 경영하는 대형할인매장)와 경쟁을 해야겠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무리 따져봐도 경쟁상대가 되질 않습니다. 시에서 지어준 건물이니 멋있기라도 합니까, 그렇다고 상품에 대한 품질이 보장됩니까. 그저 하나 있는 매력이라면 재래시장의 ‘토속성’인데, 그런 허름한 건물에 가둬 둘 바에야 도대체 일반 아파트 상가와 뭐 다를 게 있겠습니까· 이것은 바로 상가 안에 입주한 사람들도 죽이고, 또 장돌뱅이 노점상들도 죽이며, 지난날 상남장을 거닐었던 시민들의 추억 또한 죽이는 처사입니다.

그러나 5일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상남장은 분명히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비록 홈플러스와 각종 대형할인매장이 들어서도 상남장은 끄덕 없었으니까요.

이처럼 상남장이 대형유통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목표시장’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똑 같은 사람이 대형매장을 찾을 수도 있고, 상남장엘 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대형매장과 상남장을 찾는 이유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대형매장에는 싸고 품질좋은 물건을 사러 간 것이고, 상남장에는 훈훈하고 여유로운 토속적인 분위기를 사러 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상남장만이 줄 수 있었던 그런 상품가치가 송두리째 사라지고, 오로지 가격과 서비스만으로 경쟁을 해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수로 이겨내겠다는 것입니까·

물론 속단하기는 이를 것입니다. 당장은 시에서 상남 5일장 폐쇄를 공표했지만, 그게 그리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고, 수십년 이어온 장소성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는 당분간 상남 5일장의 관성이 남아 있을 그 기간이 상남장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같습니다. 아직까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시골장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을 때 좀 더 전향적이고 치밀한 대책이 나와줘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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