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도 아침은 꼭" 직장인, 김밥·컵라면·죽으로 간단 해결점심, 값싸고 맛있는 커피로 후식 … 저녁, 간식용 빵 '인기'

   
 
 
보험회사 입사 5년차 이재경(32) 씨가 출근 도장을 찍는 곳은 다름 아닌 회사 근처 편의점.

자취 경력 9년차지만 '아침밥 집에서 먹기'는 넘을 수 없는 벽이다. 그래서 택한 것이 편의점이다.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밥도 있고 김밥, 라면, 가락국수 등 입이 원하는 대로 골라 먹는다.

인스턴트 음식을 아침마다 사먹는 일이 지겨워질 만도 한데 이 씨는 출근날이면 빠지지 않고 편의점 문을 민다.

편의점 마니아까지 생긴 편의점 식품 코너. 아침 출근시간, 점심 후, 저녁 퇴근시간에 맞춰 죽치고 앉아 편의점 고객에게 말을 건넸다.

아침밥 타령 여전

편의점 점주가 간단히 일러둔다.

"아침 고객은 고정(단골) 고객입니다. 한번 발을 들이면 계속 오는 고객이 아침 고객입니다. 아침부터 커피를 찾는 손님은 거의 없습니다. 아침 최고의 메뉴는 삼각김밥입니다. 삼각김밥계의 빅3는 참치, 전주비빔밥, 참치 김치입니다. 새로운 메뉴는 오래 못 버티고 퇴출당하기 일쑤입니다. 새로 나온 삼각김밥은 홍보 차원에서 무료로 음료수를 끼워주지만 빅3를 당하진 못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먹는 데서는 손님들이 보수적인 것이 확실합니다. 밥이 질린 손님들은 죽을 찾습니다."

줄 김밥도 인기메뉴다. 컵라면과 줄 김밥에 계란을 갖추면 한 상 차려진 아침식사다. 패스트 푸드점 '세트메뉴'보다 더 알차다.

출근길에 아침밥을 해결하고자 찾은 회사원 김세영(29) 씨는 "지각 걱정에 집 근처 편의점보다 회사 근처 편의점을 찾게 된다"면서 "빵 종류와 달리 밥은 질리지 않는 것이 좋아 매일 김밥을 먹고 있다. 추울 땐 따뜻한 음료도 준비되어 있고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따뜻하게 데워 먹을 수 있는 것도 편의점의 장점인 것 같다"고 편의점 마니아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삼각김밥을 살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김밥은 위생상 하루 넘게 보관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다른 메뉴와 달리 김밥은 반품이 안 되는 품목이다. 빵, 우유도 마찬가지로 반품거절 품목이다. 그래서 점주는 위험을 줄이려고 대량주문을 망설이게 된다. 함부로 주문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김밥이나 우유를 살 때는 되도록 대량으로 가져다 놓은 집에서 구매해야 한다. 그만큼 회전율이 빠르다는 증거로 신선하다는 것을 뜻한다.

모닝커피 NO, 점심커피 YES

점심때 인기메뉴는 커피다. 직장인들이 점심 후 삼삼오오 모여서 들어온다. 저렴한 가격과 믿을 수 있는 맛이 장점이다. 1000원 이하의 가격에 먹고 싶은 커피를 골라잡는다. 커피 종류가 커피전문점만큼 많다. 에스프레소에서 카푸치노, 라떼, 모카, 핫초코까지 분말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서울지역에서는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바로 추출해주는 편의점도 있다고 하지만 아직 경남지역에선 일반화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출시된 건강식 제품도 인기몰이다. 생강, 홍삼, 한라봉, 땅콩·호두, 흑미 등 선식용으로 구성되어 물에 녹여 먹는 것들이다.

영원한 스테디셀러로 불리던 모 업체의 노란색 바나나 우유(일명 단지 우유)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하얀빛의 바나나 우유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점주는 "이제야 손님들이 바나나 향과 바나나 과즙의 차이를 확인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녹차가 음료 냉장고를 차지하던 시절도 옛이야기다. 지금은 특정업체의 옥수수 수염차가 인기몰이다. 농약 녹차 파동에 옥수수 수염차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고 최근 상한가다.

저녁 불나방 행렬 이어져

하굣길 학교 앞 편의점에서 만난 고등학생 황재영(17) 군은 "학원으로 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저녁을 때운다"고 했다. 그는 "롯데리아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은 친구들끼리 가야지 혼자 가면 뻘쭘하다"며 "편의점은 골라 먹는 재미도 있고 통신카드로 가격의 15% 할인까지 되니깐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말한다.

저녁이지만 빵도 잘 나간다. 간식용이다. 모 인기만화 캐릭터의 빵이 절찬리에 팔린다. 가격이 다른 빵보다 20% 싼 이유도 있지만 빵과 함께 스티커나 카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스티커가 탐이 나 빵을 사는 이들이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라는 점은 놀랍다.

셔터를 내리지 않는 편의점은, 불빛을 찾아 나선 불나방처럼 한밤중에도 허기진 손님들로 문지방 방울소리가 조용할 기색이 안 보인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