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 전통문화를 세계화 하자

얼마 전 일본 TV에서 '한국 모방문화'에 대해 방송한 적이 있다. 이 방송에 소개된 것은 일본을 모방한 한국 제품 중 스낵류, 만화, 접착제 등이었다. 리포터가 모방 제품을 소개하는 동안 사회자 둘은 뭐가 그리 우스운지 몸을 뒤로 젖히면서 소리를 내며 웃는다.

사실 모방문화는 한국의 문화가 아니라 일본의 문화다. 일본문화를 흔히 모방문화, 혼합문화라고 부르는데, 일본어로 '공부한다'는 뜻인 '마나부( 學ぶ)'는 흉내 낸다, 모방한다는 뜻의 '마네스루(眞似する)'와 그 말의 어원이 같다.

일본은 외래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 말은 곧 일본은 일본 자체 문화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문화 창조의 역사적 자원이 없는 일본의 모방문화는 일본 생존 그 자체다.

일본은 일본 문화 형성에 많은 영향을 준 나라로 중국을 지칭하고 싶겠지만 한국이 절대적이며 그다음이 중국, 유럽 등이다.

필자는 식생활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으로 우선 식생활문화에 관련된 한국 음식이 일본음식화 한 것만 예를 들어 보겠다.

첫째, 한국 음식 밥 식혜를 모방한 스시(壽司: すうし)다. 1700∼1800년경 스시(초밥)가 빠르게 개발되면서 일본 대표적 음식인 하코스시(箱すし: 상자초밥)가 창조됐다. 둘째, 우리 메밀국수를 모방해 소바(そば)가 탄생했다.(<본산적주(本山荻舟)>(고베도서관 소장)). 이렇듯 일본의 대표적 요리라 할 수 있는 소바와 스시 외에도 두부가 토푸(豆腐)로 태어나는(<카이잔슈(皆山集)>(고치시 현립도서관 소장)) 등 일본 음식 다수가 한국 음식을 벤치마킹해 왔다.

다만, 이들의 모방은 그야말로 모방해 온 나라에서도 모를 정도로 지극히 일본화하여 세계시장에 내 놓는 모방의 가치창출로 국부(國富)를 이루었다.

우리는 1970~80년대 이후부터 이런 일본을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우리는 사실 모방이 아니라 복사(copy)문화라는 사실이다.

복사문화는 독창성도 없고 가치를 찾아볼 수가 없다. 외래문화를 받아들여 일 점, 일 획도 빼거나 더하지 않는 복사문화가 오히려 우리의 문화를 황폐화하고 있다. 전국 60여만 개의 요식업체가 주방장 빼가기, 남의 음식 뒤적이기 등을 통해 복사해 나가다 보니 그 음식이 그 음식이라 고객은 때가 되면 '뭘 먹을까?' 고민하게 된다. 인테리어나 시설에 투자는 많이 하는데, 음식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우리 요식업계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일본은 지금도 한국 음식을 모방해 일본화 후 세계화를 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우리 것을 무시하거나 깎아내리면서 이런 일본을 부러워하며 모방 본을 복사해 오는 우매한 짓을 하고 있다. 우리가 무시하고 깎아내린 우리 전통문화를 일본은 세계화하는데, 우리는 그 문화를 복사만 해 올 것인가? 과연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짓을 할 것인가? 일본은 우리 문화로 세계화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는가? 모방 본을 복사하는 나라는 영원히 일등 할 수 없다.

이제 우리 전통문화를 되돌아 볼 때가 되었으며, 우리 것에 대한 가치를 만들어 갈 때가 되었다. 5000년 역사의 문화적 가치를 세계로 내놓는 국가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자.

/김영복(경남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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