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골고루 든 건강한 밥상이 '맛있는 급식'학생 만족도, 선호음식 주느냐에 따라 갈려교사·학부모, 급식 메뉴 영양교육 꼭 받아야

중독이 뇌의 '지독한 편견'이라면 음식은 가장 중독성이 강한 아이템이다. 중독이라고 인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음식은 태어날 때부터 뇌로부터 긍정적 '편견'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입은 도구일 뿐 뇌로 먹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정한 음식에 대한 뇌의 '편견'을 살찌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음식에 대한 뇌의 작용을 풍부하게 하는 일이다. 뇌를 건강하게 살찌우는데 5명의 전문가가 동참했다.

△경남대 김명자 강사(차) △마산대학 이장환 교수(소믈리에) △경남대 김현아 교수(학교 급식) △창원대 이경혜 교수(아동 영양) △창원전문대 김종현 교수(한방 음식) 등 5명의 분야별 전문가가 돌아가면서 단맛, 쓴맛, 신맛, 매운맛, 짠맛이 버무려진 맛난 음식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에피소드 1

영희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영희야~어서 와. 학교에서 공부하느라 힘들었지? 오늘은 학교에서는 어땠어? 급식은 맛있었어?' 어머니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영희는 대답합니다. '학교에서 재미있게 놀았어요. 근데 급식은 맛이 없었어요.' 어머니는 영희의 대답을 듣고 조금 언짢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학교급식에서 식중독이 일어나곤 해서 항상 걱정되던 차에 아이들에게 매일 주는 급식을 좀 더 맛있게 해주면 안 되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반찬이 맛이 없었니?' 하고 영희 어머니는 다시 한 번 물어보았습니다. 영희는 '파란 나물이 나왔어요. 맛없고 싫어서 난 많이 남겼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마도 영희가 먹지 않고 남긴 나물은 평소에도 집에서 잘 먹지 않아 애를 먹였던 시금치나물, 쑥갓나물, 얼갈이 나물, 깻잎순무침 혹은 미역줄기 볶음 정도였으리라 영희 어머니는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에피소드 2


철이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철이야~어서 와. 학교에서 공부하느라 힘들었지? 오늘은 학교에서는 어땠어? 급식은 맛있었어?' 어머니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철이는 대답합니다. '학교에서 재미있게 놀았어요. 그리고 급식도 맛있었어요.' 어머니는 철이의 대답을 듣고 조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최근 학교급식에서 식중독 사고가 일어나곤 해서 항상 걱정되던 차에 급식이 맛있었다니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찬으로 뭐가 나왔는데 맛있었니?' 하고 철이 어머니는 다시 한 번 물어보았습니다. 철이는 '어제는 돈가스, 오늘은 탕수육. 맛있어서 다 먹었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최근에 철이의 몸무게가 갑자기 늘어서 집에서도 튀긴 음식과 탄산음료를 되도록 적게 먹이도록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튀긴 음식을 너무 자주 주면 어떡하느냐고 생각하며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학생들이 급식이 맛있다, 혹은 맛없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음식의 간이나 온도, 음식의 양, 재료의 신선도, 친절한 서비스가 아니라 대부분은 학생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 제공되면 맛있고,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제공되면 맛없다고 결정하게 될 때가 많다.

즉, 학생들이 좋아하는 고기요리, 튀김요리나 일품요리가 나오면 학생들은 급식이 맛있다고 생각하고, 학생들이 좋아하지 않는 나물, 버섯요리가 나오면 맛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학교급식 운영자로서 학생들의 학교급식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학생이 좋아하는 메뉴(육류와 튀김요리)만 제공하게 되면 영양상으로 문제가 많아진다. 그렇다고 영양상으로 우수한 전통 식단으로 제공하자니 학생들의 만족도가 낮아지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들의 학교급식 만족도. 그리고 학생들의 건강을 위한 영양적인 식단. 이 두 가지는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것으로 우리나라 학교급식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우선으로 학생들의 건강과 영양을 생각하여 건강한 식단을 작성해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러한 식단에 대하여 학생들을 이해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왜냐면 어떠한 음식이 건강과 성장에 좋은지, 어떠한 음식이 건강과 성장에 좋지 않은지를 안다면, 제공된 식단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다면 학생들의 만족도 또한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학생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까?

학생들에게 건강한 식단에 대하여 이해시키는 일은 학교와 가정에서 모두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에서는 영양교육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건강한 식단이 무엇인지 어떻게 먹어야 영양상으로 균형된 영양소의 섭취가 가능한지를 알려줘야 한다.

이와 함께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학생이 맛없다고 말할 때 무조건 학생 편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나아가 왜 학생들이 맛없다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매월 가정으로 보내지는 학교급식 식단을 보고 학생들과 함께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지 않다.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만 차근차근 잘해준다면 학생들은 기꺼이 나물반찬도, 버섯반찬도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학교급식에서 제공되는 음식재료를 학교 수업과 연계하여 농장에서 재배하기도 하고 혹은 음식재료의 손질 작업에 동참하게 되는 경우 그 재료로 만들어진 학교급식 메뉴는 섭취율과 만족도가 높아지는 국내외 사례가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제공되는 식단표를 가정에 보내 학부모들도 학교에서 제공된 식단에 대하여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제공되는 식단표를 일종의 교과서라 생각하고 학교급식 식단에 대하여 높은 신뢰를 보인다는 것이다.

   
 
 
사례로 학교에서 제공되었던 메뉴를 학부모가 학생과 함께 가정에서 조리하여 온 가족이 먹게 되는 일도 있다.

결론적으로 맛있는 학교급식을 위해서는 우선 학교급식 주방에서 품질 좋은 음식재료를 사용해 정성껏 맛있게 조리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와 함께 제공된 메뉴가 무엇인지 영양상으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학교와 학부모가 연계되어 함께 영양 교육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결국, 맛있는 급식, 맛없는 급식은 영양상으로 균형된 건강한 밥상이 무엇인지를 알고 학교에서 제공된 급식 메뉴가 학생들의 건강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를 학생 스스로 아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김현아경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김현아 교수 약력

△ 1993년 연세대학교식품영양학과 졸업
△ 2004년 연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 1997~2001년 서울대학교 급식영양과 근무
△ 현재 경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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