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조달청 앞 '남해일식' 창원 용호동 '명가 회 초밥'남해일식 - 일본산 재료로 차별화, 직접 사온 고래고기 별미명가 회 초밥 - 서비스로 승부…회 먼저 상에, 반찬은 나중에

낯선 지역에 다니다가 맛 집을 찾기가 쉽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이런 상황에선 관공서 주변을 둘러보면 뜻밖에 맛 집을 찾기가 쉽다. 미식가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공무원들의 입맛을 맞추려면 '일반적인' 맛으로 관공서 주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도내 대표적인 관공서 밀집지역인 경남도청 일대. 그곳에서 신선한 고기와 친절한 서비스로 '칼잡이'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벌어지는 일식집 두 곳을 찾아가보았다.

'남해일식' 이동원 사장과 초밥.
◇남해 일식


창원시 조달청 앞 '남해 일식'은 통나무 실내장식으로 일본 본토 일식집을 옮겨온 듯하다. 이동원 사장이 일식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1992년 일본 어학연수 중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부터다.

남해 일식의 차별화는 주재료로 일본산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일본서 배운 초밥이라 식초, 겨자(고추냉이)까지 일본 것을 쓴다. 게다가 일본인 아내 우에무라 씨가 서빙을 담당하고 있어 일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남해 일식의 가장 큰 매력은 고래고기를 먹을 수 있는 일식집이란 점이다. 이 사장은 2달에 한 번씩 일본 쾌속선에 오른다. 일본은 제한적으로 포경이 합법한 나라이기 때문에 고래고기를 살 수 있다. 그래서 2달 분량의 고래고기와 5일 분량의 생참치, 생 겨자를 직접 사서 가지고 온다.

교통비까지 고려하면 초밥의 가격이 높아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사장은 "일본에서 직접 사면 국내 가격보다 고래고기는 50%, 생참치는 30% 이상 싸기 때문에 교통비가 들어도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일반인이 쉽게 초밥의 질을 평가하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이 사장은 "초밥의 밥을 형광등에 비춰보는 방법이 좋다"며 "밥을 통과하는 빛 투과율이 높을수록 좋은 초밥"이라고 귀띔했다.

△녹는 맛

이 사장은 "초밥을 겨자 간장에 찍어 먹을 때 일반인은 보통 밥에다 살짝 찍어 먹는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초밥의 맛을 즐기려면 회 끝 부분에 찍어 먹어야 합니다. 회 맛에 민감한 일부 마니아는 젓가락 온도까지 걱정하며 맨손으로 먹기도 합니다"라고 초밥을 찍어 먹는 방법도 맛을 결정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 초밥을 먹을 때마다 락교나 차로 입을 헹궈주는 센스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둠 초밥은 다양한 초밥을 맛볼 수 있게 색부터 화려하다. 초밥을 먹는 순서는 흰살생선, 붉은 살 생선, 장어, 고래고기 순이다. 기름기가 적은 것부터 먹어야 질리지 않고 초밥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초밥은 씹는 맛보다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솜씨다. 주재료가 입안에서 밥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하다. 고래고기와 참치, 민물장어 초밥은 특유의 고기 향까지 놓치지 않았다. 초 생강을 아끼지 말고 먹을수록 초밥 맛은 살아난다. 모둠 초밥 2만 원(1인분).

명가 회 초밥 윤규식 사장과 모둠회.
◇명가 회 초밥


"요즘은 음식을 차별화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제 서비스의 시대입니다."

22년 넘게 물고기와 씨름 중인 창원 용호동 '명가 회 초밥' 윤규식 사장은 말한다.

좋은 서비스를 위해서 직원관리를 철저히 했다. '손님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윤 사장의 철칙이다. 대신 종업원들의 대우도 월등히 높였다. 종업원들이 다년간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증명된다. 대부분 음식점에서 자주 바뀌는 주방 아주머니가 11년째 자리를 지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유내강형 경영이다.

모든 일식집이 그렇겠지만 '명가 회 초밥'은 재료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우선 재료 구입에 '열정적'이다. 2000~3000원 싼 재료로 원가를 절감하기보다는 확실한 재료에 투자하는 편이다.

맛에 대한 신용이 가장 중요한 비결이다. 요즘은 입이 까다로운 손님이 먼저 맛을 알아보기 때문에 자연산, 양식 등 속임수를 쓸 수가 없다.

   
 
 
윤 사장은 "저희 집에서는 홍합 국물, 튀김, 해물 등 회 반찬(일명 스키다시)을 먼저 내놓지 않습니다. 회를 충분히 즐긴 후 보충적으로 먹어야 하는 것이 반찬입니다. 반찬으로 배가 부른 상태에서 회를 먹으면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없습니다"라며 회 맛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회 반찬끼리의 '경쟁'도 치열하다. 손님이 떠난 후 자주 남는 반찬을 확인해 메모해 두었다가 횟수가 늘어나면 다음부터 다른 반찬으로 대체한다.

△씹히는 맛

횟집에서 회를 먹을 때도 기름기가 적은 부위부터 먹는 것이 좋다.

가장 맛있는 부위를 물었더니 기름기가 많은 부위를 추천한다. 돔, 방어 등 깊지 않은 곳에 서식하는 고기는 뱃살이 맛있다고 한다. 쉽게 구별하는 법은 은색 빛이 감도는 조각이 배 부위다. 깊은 곳에 사는 물고기들은 지느러미가 맛있는 부분이란다.

모둠회를 시켰더니 자연산 열기가 머리는 치켜들고 살을 드러낸 채 접시에 요염하게 누워 있다. '남해 일식'의 녹는 맛과 달리 씹히는 맛이 인상적이다.

가장 맛있는 회를 즐기기 위한 팁을 주문했다. 윤 사장은 "한국 사람들은 살아있는 고기를 바로 떠서 먹는 것을 가장 맛있게 먹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 맛을 아는 사람들은 절대 바로 떠서 먹지 않습니다. 냉장고에서 3~4시간 숙성시킨 회 맛을 더 좋아합니다. 숙성된 회를 먹으려면 예약은 필수지요"라고 전한다.

예약은 에티켓이 아니라 회를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한 일이라고 윤 사장은 강조한다.

윤 사장은 또 "회를 먹을 때 보통 술을 같이 먹게 되는데 술은 혀가 회 맛을 잃지 않게끔 향이 강한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보통 곡주를 권해드립니다"라고 설명했다. 모둠회 6만 원(3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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