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 Wonderful 지적 Intellectual 자연 Natural 실체 Essence

중독이 뇌의 '지독한 편견'이라면 음식은 가장 중독성이 강한 아이템이다.

중독이라고 인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음식은 태어날 때부터 뇌로부터 긍정적 '편견'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입은 도구일 뿐 뇌로 먹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정한 음식에 대한 뇌의 '편견'을 살찌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음식에 대한 뇌의 작용을 풍부하게 하는 일이다.

뇌를 건강하게 살찌우는데 5명의 전문가가 동참했다. 경남대 김현아 교수(단체 급식), 창원대 이경혜 교수(아동 영양), 창원전문대 김종현 교수(한방 음식), 마산대학 이장환 교수(와인), 경남대 김명자 강사(차) 등 5명의 분야별 전문가가 돌아가면서 단맛, 쓴맛, 신맛, 매운맛, 짠맛이 버무려진 맛난 음식이야기를 들려준다.

와인(wine)을 알파벳의 첫 글자를 따서 설명해보면 경이롭고(W: Wonderful) 지적이며 (I: Intellectual) 자연적인 (N: Natural) 실체 (E: Essence)라고 표현할 수가 있다. 사람에 따라 와인에 대한 접근방법이 다를 수 있으나 필자는 이러한 표현이 적격이라고 주장한다. 더욱 해석을 줄이자면 '경이로운 실체'라고 표현하고 싶다.

◇ 와인은 경이롭다(Wonderful)

와인은 술이며 음료이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즐거움의 소재를 제공하는 음료나 술은 드물다. 우선 외관을 통한 색상을 즐기며 그리고 후각을 통한 향을 즐기며, 입안에서는 미각을 즐기고 촉감이나 질감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음료가 드물다는 점이다. 또한, 다양성에서 그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상품의 분류가 드물다는 것이다. 품종과 재배방식과 토양 그리고 이를 양조하는 양조자의 특성에 따라서 와인의 뚜렷한 개성은 어떠한 음료에서도 대신하지 못하는 독특함을 지니게 한다.

특히 와인은 발효 음료이면서 건강과 관련하여 항암성분인 폴리페놀과 타닌을 함유하여 음료 이상의 기능적인 가치를 지니기도 하면서 순환기와 골다공증 그리고 우울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 분야에 예방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경이의 음료임에 틀림이 없다.

와인의 경이로움은 마시는 분위기에서도 나타난다. 음료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라스를 사용하는 음료가 와인이며, 가장 다양한 글라스를 사용하는 음료가 와인이다. 와인은 그만큼 까다로울 수 있으나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기관에 즐거운 자극을 주는 최상의 넥타가 바로 와인이라는 점에서, 와인은 인류가 만들었다기보다 신들이 만들어 놓은 넥타임에 분명하다.

◇ 와인은 지적(Intellectual)이다

와인을 그냥 즐기고자 당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기만 하면 충분하다고 강조하여도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와인은 지식의 대상이 아니라 즐거움의 대상이라고 그렇게 강조하여도, 사실 와인은 지적일 수밖에 없다.

우선 라벨에 표시된 문자들이 불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나 심지어 터키어나 아랍어로 표기된 것들을 보면 우선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 궁금증은 어찌할 수가 없다. 심지어는 중국이나 일본어로 된 와인을 보노라면, 친절한 병 뒷면의 수입회사의 라벨 설명이 없다면 무엇을 마시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단순히 마시고 취하기 위한다면야 아무런 문제도 없으련만 오감의 미묘한 감각을 즐기려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분석해야만 기쁨이 배가된다.

품종이나 지역에 따른 와인의 차이를 인정한다면 하는 수 없이 그 높은 감각수준의 즐거움을 위하여 오늘도 익숙하지 않은 머나먼 지역의 마을 이름도 익숙해야 하고 익숙하지 않은 품종의 특성도 꿰뚫어야 한다.

◇ 와인은 자연적(Natural)이다

물 한 방울 첨가 없이 포도만으로 이루어지는 와인은 흙과 바람과 날씨와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서 만들어낸 지극히 자연스러운 농산물이다. 만약에 와인이 공업화된 인스턴트 식품이라면 사람들은 그렇게 높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리라 본다.

발효 식품이 다 그러하듯 와인은 지극히 슬로 푸드다. 자연지향적이고 순수하다. 물론 완벽하게 자연친화적인 농산물이라고 강조할 수는 없지만 농산물 대다수가 가지는 특성이 그대로 배어 있다. 그러기에 지역마다 토양의 차이에서 오는 느낌과 기후의 차이에서 오는 느낌이 고스란히 와인에 농축되어 드러나게 된다.

와인을 숙성시키는 참나무통조차도 자연적이다. 그리고 코르크까지 자연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와인은 사실 농산물인데, 그렇게 높은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만드는 농산물은 드물다. 어떻게 보면 차라리 적은 산출을 위하여 포도의 수확량을 줄이기 위한 과감한 가지치기나 포도생산의 억제는 와인의 자연적이라는 책임과 명예의 역설적인 행위인지도 모른다.

와인은 기다림의 산물이다. 그것도 자연이 주는 숙성의 기다림이다. 수확이 되어 발효가 끝났다고 와인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유럽 전통 와인 만들기 한번 보실래요?

촬영·편집: 민병욱 기자 min@idomin.com

◇ 와인은 실체(Essence)이다

와인은 이미 성서에서 165번이나 인용된다고 한다. 말씀하기를 "이는 내피의 잔이니 나를 기념하라"는 거룩한 음료이다. 술 이상의 의미가 있게 하는 것은 종교적 사회적 문화적인 특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포도주 없는 즐거움이란 있을 수 없다. 모든 생활의 근저에 깔린 즐거움 속에 포도주는 항상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미국과 같은 다중 민족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와인은 사실 부유층이나 식자층이 선호하는 음료였다. 역사적으로도 와인은 귀족층의 전유물이며 맥주는 노동자계급의 음료였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빠른 숙성과정을 거쳐도 술이 가능한 맥주는 취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훨씬 가치가 있는 저비용의 술이었다.

그와 달리 와인의 일년생 보리는 수년간을 심겨야 하고 그 숙성과정조차도 길었다. 자연스럽게 와인의 소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는 와인이 우리의 막걸리와 별반 차이가 없고 아니 그 이상으로 식사에 포함되는 음료로 이해되는 그야말로 음식 일부였다.

◇ 경이롭고 지적이며 자연적인 실체를 즐겨보자

와인은 외관에서부터 시작한다. 손에 잡힌 와인 병이 어느 지역 어느 나라에서 온 것인지를 상상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와인마다 그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라벨을 즐기는 일도 작은 즐거움이 된다. 코르크를 오픈하고 글라스에 따르는 동작도 그것은 어떠한 음료에서도 볼 수 없는 우아한 연출이 된다. 코르크 마개를 병 속으로 빠트리지 않고 보기 좋게 오픈한다면 이미 수준급에 이르렀다는 증거다.

/이장환(마산대학 국제소믈리에과 교수)

이장환 교수

-현재 마산대학 국제소믈리에과 교수
-경영학박사
-일본소믈리에협회 정회원
-프랑스와인대학교(Universite du vin) 와인엑스퍼트시험 한국준비위원장
-국제음료학회(IBS) 와인챔피언십 운영위원장
-국제음료학회인증 와인소믈리에자격증 한국운영위원장
-경남요리경연대회 음료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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