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팀들의 초반 탈락속에 프로 8개팀이 남은 2000 서울은행 FA컵 축구대회 8강전은 K-리그 정규시즌 1·2위간의 자존심 대결과 더불어 4강팀과 중·하위권 팀간의 리턴매치로 흥미를 끌게 됐다.

K-리그 정규시즌 1·2위 팀인 안양 LG와 성남 일화의 경기는 최용수·정광민이 빠져 쿠벡·왕정현 등이 주축이 된 안양의 공격진과 골감각이 살아난 박남열과 김대의·황연석이 버틴 성남 공격진간의 맞대결로 펼쳐질 전망이다.

조광래 안양감독은 전반에 고감도 득점력을 자랑하는 체코출신 쿠벡과 올시즌 급성장한 왕정현을 투톱으로 세우고 발빠른 최태욱을 후반에 투입, 공격진을 3명으로 보강하면서 성남 수비를 흔들겠다는 전략.

차경복 성남감독은 단국대와의 16강전에서 2골을 터뜨려 득점포를 가동시킨 박남열과 부상중인 죠이를 대신할 장신의 황연석을 투톱으로 세우고 주로 후반에 투입하던 김대의를 신태용 대신 사이드 어태커로 선발기용, 안양의 측면을 노리겠다는생각이다.

일단 주력선수들이 대거 빠져 1.5군으로 치르게 되는 안양이 정예멤버가 대부분 출전하는 성남에게 다소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K-리그 정규시즌 4~5위 팀으로 올시즌 명암이 극명하게 갈라진 부천 SK와 수원 삼성의 대결은 또 하나의 볼거리.

부천은 곽경근·전경준·윤정춘 등 공격 및 미드필더진의 주축선수들이 부상 등으로 빠져 데니스·산드로가 건재한 수원에 화력면에서는 다소 열세가 예상되는 상태다.

조윤환 부천감독은 공격진에 투입할 두 신인 김대철과 신현호의 패기와 1차전에서 뛰지 못했던 백전노장 강철·이임생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디다스컵 우승으로 간신히 지난해 3관왕의 체면치례를 했던 수원은 FA컵 정상에 올라 올시즌 K-리그 4강진출 실패의 충격을 씻겠다는 각오인 만큼 정예멤버로 강력한 공격진용을 갖췄다.

김호 수원감독은 최근 컨디션이 최상인 산드로와 박건하를 투톱으로 세우고 스피드가 좋은 서정원과 전천후공격수 데니스에게 양 측면공격을 전담시키는 한편 고종수를 적시에 투입해 힘이 빠진 부천의 미드필더진에 정면승부를 걸겠다는 작전이다.

이와 함께 K-리그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던 울산 현대와 부산 아이콘스의 8강전은 28일 성균관대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안홍민과 대표팀에서 복귀한 최철우를 앞세운 울산과 마니치-우성용이 나서는 부산의 투톱대결이 흥미를 끌고 있다.

또한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는 정규리그에서 막판 주춤하며 4위로 떨어졌지만 구단으로부터 재신임을 얻은 최만희 감독과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아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최순호 감독의 자존심을 건 지략대결이 관심거리다.

한편 8강전 4경기는 30일 울산(안양-성남, 울산-부산)과 여수(부천-수원, 전북-포항)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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