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칼럼]'메리 크리스마스'에 보내는 쓴소리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19일 밤 서울 청계광장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맞잡아 보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 최윤석 이명박
권력은 과연 다르다. 이명박 당선자에게 온 눈길이 쏠린다.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만이 아니다. 어느새 텔레비전도 바뀌고 있다. 사석에서 만난 한 대학교수는 방송의 '용비어천가'를 아직도 듣게 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해할 수 있다. 당선자의 주가는 지금이 정점 아닌가. 옹근 10년 동안 권력의 은전에 허기진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잘 보이면 국회의원이나 장관 길이 열릴 터다. 

권력의 향기는 달콤하다. 그 향기를 탐하는 사람들이 들꾀기 마련이다. 굳이 눈 흘길 생각은 없다. 대통령이 바뀔 때 한 자리를 탐하는 군상은 새삼스런 현상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걸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보라. 이명박 당선자의 모습을. 이미 권력을 즐기고 있다. 당선자는 주말에 자문교수단 및 측근들과 취미인 테니스를 즐겼다. 한나라당 의원은 물론 국제정책연구원과 바른정책연구원 원장도 참여했다. 쉬는 시간에 당선자는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제 1주일에 한번 씩 치려고 한다."

이어 손녀의 돌잔치에도 참석했다.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교회에 가서 일일이 악수도 나눴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저녁에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다며 덧붙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해야지."

딴은 좋은 일이다. 건강을 챙겨야 하고, 가족과 단란한 시간도 필요하다. 메리 크리스마스도 개신교 장로로서 마땅히 누릴 일이다.

앞으로 테니스 즐기고 메리 크리스마스 하겠다는 당선자

하지만 정색을 하고 묻는다. 지금이 과연 그럴 때인가. 당선자는 선거 다음날 특검에서 무혐의로 나타나면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으름장 놓았다. 그의 한마디에 한나라당과 신문권력이 합창하고 나섰다. 청와대에 특검 거부를 요구했다. 당선자의 심기를 살피는 살뜰한 정성이다.

어디 그 뿐인가. 한나라당 내부에서 경부대운하에 회의적인 의원들도 입조심에 들어갔다.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조차 출자총액제한제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단다.

그래서다. 당선자에게 명토박아 둔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서지 않았던가. 그래서 도덕적 흠결에도 당선되지 않았던가. 압승이라고 하지만 냉철할 일이다. 전체 유권자의 30% 지지만 받았을 뿐이다.

찬찬히 돌아보라. 당선자가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은 BBK와 관련해 "설립했다"와 "무관하다" 가운데 어떤 게 거짓말인가를 국민 앞에 진솔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당선자는 정반대였다. 권력자의 시퍼런 서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테니스를 즐기고 손녀 돌잔치에 가고 '메리 크리스마스' 하잔다.

듣그럽겠지만 거듭 성찰을 권한다. 민생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을 실천하려면 당선자에겐 지금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7·4·7공약을 비롯해 그의 경제살리기 공약은 엄밀하게 말해서 정책이 아니라 슬로건이다.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점에 아무런 문제의식도 보이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의 경제 살릴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면서 금산분리를 완화하고 대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국책은행을 민영화한단다. 모순이다. 지금 이 순간도 메리 크리스마스는커녕 눈물로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 도시빈민들의 고통을 해소할 길이 이명박 당선자의 정책 공약에선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권력의 향기를 만끽해도 좋은가. 앞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테니스를 치든, 메리 크리스마스를 하든 자연인 이명박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은 더는 자연인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자다.

태안 기름바다에 꼭 가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권력의 향기에 취할 때가 아님을 경고할 따름이다. 자신의 도덕적 문제점을 알면서도 민생경제를 살려달라고 표를 몰아준 국민 앞에 자신을 비춰보기 바란다. 누가 보이는가?  

오마이뉴스/손석춘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