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왕의 냉랭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소대는 모른 척 태연하게 말했다.



“저는 오늘 조나라로 들어올 때 역수(易水)를 건너 왔습니다.” “그야, 조와 연의 국경을 이루는 강이니까 당연히 그쪽으로 건너왔겠지.”



“그런데 말입니다. 강가에서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어떤?”



“조개가 입을 벌리고는 기분 좋게 햇볕을 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 때였습니다. 대왕께선 도요새란 놈을 아시는지요? 무엇보다 도요새란 놈은 비가 오는 것을 예지하는 특별한 새가 아닙니까.”



“얘기의 핵심부터 어서 이야기하시오!”



“바로 그 도요새란 놈이 느닷없이 날아와서는 뾰족한 부리로 조갯살을 콱 쪼아대는 게 아니겠습니까.”



“조개도 깜짝 놀랐겠구먼.”



조왕은 소대를 놀리듯이 맞장구쳤다.



“놀라기도 하고 화도 난 조개는 도요새의 부리를 꽉 물어버렸습니다.”



“두 놈 모두 버둥거렸겠구먼.”



“그렇습니다. 이 때부터 두 놈은 실랑이를 시작했습니다. 주둥이를 빼내지 못한 도요새가 먼저 협박했습니다.”



(도요새)‘이대로 문 채 오늘도 비가 오지 않고 내일도 비가 오지 않으면 넌 속절없이 말라죽지!’



(조개)‘웃기지 말어. 내가 오늘도 널 놓아주지 않고 내일도 널 놓아주지 않으면 너야말로 틀림없이 굶어죽지!’



“그래서 그 싸움의 결론이 어떻게 났소?”



“모두 고집을 피우면서 화해하려 들지 않으니 좋은 결론이 날 리가 있겠습니까? 바로 그 때였습니다. 어부 하나가 나타나, 도요새와 조개를 동시에 두 손으로 움켜쥐더니 망태기 속으로 쑤셔 박습디다.”



“둘 다 잡혀버리고 말았구먼.”



“그 순간 제 머리 속으로 번개같이 떠오르는 무엇이 있었습니다.”



“그게 뭐였소?”



“대왕께서는 지금 연나라를 치려하고 계시나, 연나라가 조개라면 조나라는 도요새인 것입니다.”



그제쯤 조왕은 무슨 생각에 빠져들었는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결국 어부의 이익(漁父之利)만 챙겨준 꼴이지요.”



“알아들었소. 그런데 당신이 말하고 싶어하는 어부란 도대체 어떤 나라요?”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야 저 강대한 진나라이지요. 연과 조가 부질없이 다투어 백성들을 피폐케 만들면, 뒤편에서 호시탐탐 노리던 진나라는 갑자기 어부로 변해 혼자서 이익만 챙기는 결과를 만들지요.”



“좋소. 연나라 침공을 그만 두겠소.”



소대는 돌아가 연왕에게 결과를 상주했더니 연왕은 몹시 기뻐했다.



소진은 혁혁한 공명을 떨치고도 반간(反間:諜者)의 누명을 쓰고 죽었지만, 소대는 그의 아우 소려와 함께 제후들 사이에 이름을 떨치고도 천수를 누렸다.



<출전 : <戰國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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