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원 유일 '온고지신' 떡 연구…시대흐름 따른 변화 필요 공감

떡집이 늘어나고 있다. 명절 때나 먹던 떡이 일상 간식이 되면서 떡은 이제 명절용이 아닌 일상음식으로 바뀌고 있다. 방앗간 못 지나가는 참새처럼 손님들은 좌판에 둘러선다. 따끈따끈한 떡이 떡판에 내려앉기 무섭게 소량으로 나뉘어 장바구니에 담긴다. 떡집이 전문화, 분업화하면서 프랜차이즈 떡집도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떡집도 성행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에 의해 재래시장이 무너져 내리듯 프랜차이즈 때문에 동네 떡집이 문을 닫은 경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동네 떡집도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경남대 경영대학원에 개설된 떡·한과 연구과정은 지역 떡집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지난 수요일 찾아간 실습실에는 학생들이 1년 동안 배운 내용을 토대로 떡을 한 가지씩 만들어 중간평가를 하는 시간이었다.

지난 12일 경남대 경영대학원 '떡·한과 연구과정'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실습실에서 1년 동안 배운 내용을 토대로 떡을 만들어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떡도 변해야 산다
= 학생 대부분이 도내 유명 떡집의 사장들이다. 지금은 지역에서 잘 나가는 방앗간이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떡을 변형하면서 소비자의 욕구도 꾸준히 점검하고 있다. 의령 백산식품을 경영하는 안경란(68) 씨. 그는 일본강점기 독립운동가로 독립운동 자금의 젖줄이 됐던 백산상회를 세운 백산 안희제 선생의 친손녀다.

의령 망개떡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택배로 전국 배달을 하는 안 씨의 스케줄은 눈코 뜰 새 없다. 백화점, 대형상점 등도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얼마나 어떻게 팔리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학생 대부분 유명 떡집 운영자…이론·실습 병행한 1년 과정

안 씨는 "전 국민이 망개떡을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애국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안 씨 가게의 망개떡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일손이 모자라지만 떡 연구과정 수업시간은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학생 중 나이가 가장 많지만 젊은 떡집 사장님들의 아이디어에 놀라는 경험을 자주 합니다. 항상 새로운 떡에 대한 관심은 버릴 수가 없네요. 그래서 망개떡도 새로운 실험을 해볼 생각입니다. 10년 전 빛깔을 입힌 망개떡을 내 놓았는데 실패했어요. 시대를 너무 앞서 간 것이지. 이제는 알록달록한 망개떡을 내놓아도 될 것 같아요. 한번 시도해 볼 겁니다."

산청군에서 산청 떡집을 운영하는 민병갑(34) 씨는 "솔직히 시골에서는 시루떡, 인절미, 절편, 떡국만 만들 줄 알면 떡집을 운영하는데 무리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시대에 맞춰 떡도 시각이나 맛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해에서 낙원 떡집을 운영하는 우창수(42) 씨는 "떡 하는 사람들이 보통 고집이 있다. 그래서 남에게 배우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씨는 "일본의 떡 유통기한은 1주일이다. 우리나라 떡 유통기한이 1일인 것에 비하면 상품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제 떡 산업도 체인화, 대기업화하면서 동네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이들은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떡 교육 과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한다.

1년(2학기) 과정을 수료하면 취득하는 떡류 식품관리사 자격증.
◇국내 대학원서 처음 시도 = 수업은 이론과 실습이 병행된다. 이론과정은 떡 문화론에서부터 원산지 표시 관련 법, 식품위생법, 전분의 실체와 이용방법, 천연색과 응용, 떡 마케팅까지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실습은 웃기떡, 약선떡, 기능성 떡 만들기부터 떡 케이크 장식까지 기초부터 응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사라져버린 향토 떡을 재현해 그 명맥을 잇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밀양에서 '서울 떡 방앗간'을 운영하는 강홍원(51) 씨는 지난주 수업에서 강의 선생님의 도움으로 문헌 속에서 이름만으로 남아있던 밀양지역 전통떡 '부편'을 재현했다. 강 씨는 부편을 브랜드화 해서 밀양의 향토떡으로 알릴 계획이다.

이런 일도 전국의 떡 전문가를 초빙해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내 대학원으로는 유일하게 떡·한과 연구과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자부심도 대단하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장은 "이제 대충 어깨너머로 배우는 떡이 아니라 레시피를 체계화해서 일정한 맛과 색 등 떡의 품질을 상향시키는 일을 연구과정에서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매주 수요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떡·한과 연구과정은 1년(2학기) 과정이며 학기당 등록금은 150만 원이다. 수료 후에 총장 명의의 수료증을 주며 떡류 식품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내년 떡·한과 연구과정 신입생은 오는 12월 말까지 접수한다. 문의 055-242-8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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