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할 짬 안 주면 처벌 실제론 신고 못해 무용지물

함안 칠서공단의 한 제조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김모(29) 씨는 투표를 하고 싶지만 할 수가 없다. 내심 대통령과 도교육감 후보를 고르고 있었지만 사실상 임시 공휴일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투표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김 씨는 "투표권을 행사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임시 공휴일이 적용되지 않는 데다 정시 출근까지 요구하고 있어 투표장에 갈 형편이 되지 못한다"며 "정규직으로 큰 회사에 다니는 동료를 보면 부럽기도 하다"고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투표율이 사상최저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투표를 원해도 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최대한 투표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쏠리고 있다. 18일 민주노총 경남도본부에 따르면 비정규직 중 건설일용직·계약직·파견직·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이 투표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경남도본부 소속 115개 단위조직에 공문을 보내 하청업체 비정규직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는 실정이다.

경남도본부가 단위 조직에 요구한 내용은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도 투표일에 쉴 수 있도록 해주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출근 시간을 연장해주자는 것. 경남도본부 관계자는 "일례로 건설기계 조합원들은 한밤중에 대기했다가 새벽같이 짐을 싣고 떠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투표를 할 수 없다"며 "재·보궐선거처럼 투표 시간을 오후 8시까지라도 연장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선거일이 법정공휴일로 바뀐 이번 대선에서 만일 투표를 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요구하는 노동자의 청구를 사업주가 거부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벌칙을 받게 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후환이 두려워 자발적 신고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선관위 역시 이를 감시할 만한 여건을 못갖추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투표일이 임시 법정 공휴일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 쉽게 단속하기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사용자나 노동자 스스로가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노동계와 학계 등에서는 낮은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도내 비정규직은 정부 통계로 약 40만 명이지만 노동계는 60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비정규직 대부분이 유권자인데 이들이 투표장으로 간다면 투표율은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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