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요금이 얼만지 아세요?" 최근 TV 토론에 참석한 함안 군수 후보들에게 사회자가 던진 돌발질문이다. 후보들은 겸연쩍어하며 "모른다"고 답했다. 군수 선거에 나올 만큼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면 운전기사가 모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닐 수 있기에 그깟 시내버스 요금쯤 모른다고 크게 흠 될 일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군민의 살림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군수 후보의 모습으로는 올바르지 않다. 심하게는 "유권자들의 머슴이 되겠다"고 공언하는 그들이 시장을 보고, 일터를 찾고, 학교에 가기 위해 학생들이 타고 다니는 시내버스 요금조차 모르는데, 무슨 정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마찬가지다. 경남도 교육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 역시 학생, 학부모, 국민의 기초 생활이 무엇인지 점검해봐야 한다. 교육감 출마자들은 중·고등학생을 둔 가장의 평균 수입과 공·사교육을 막론하고 학비에 들어가는 비용도 알아야 한다.

또 급식비를 못 내는 학생들이 누구이며 그들의 학부모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을 보면서 그저 자립심을 키우려고 하는 것인지, 실업계에 진학하려 하는 학생들이 진짜 기술을 배우고 싶어서인지도 알아야 한다.

대통령 후보 역시, 갓난아기의 분유 값을 위해 도둑질한 아버지의 사연이 무엇인지, 새벽같이 나온 인력시장에서 팔려가지 못한 사람은 또 누구이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온종일 길거리에 버려진 박스를 줍고 다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왜 저러는지, 그래서 하루에 얼마나 버는지도 알아야 한다.

대학을 졸업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취직을 하지 못한 후배 중에는 선거일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이들이 꽤 많다.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선거 뭣 하러 하느냐"는 볼멘소리를 한다. 나이가 지긋한 일부 중장년도 "누가 한들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고 말한다. 그 속에서는 여러 번 선거를 치러본 경험, 즉 정치 불신이 그대로 묻어 있다. 알다시피, 많은 수의 유권자들이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 그들의 마음을 돌리고, 나라를 풍요하게 하기 위해서 지도자가 해야 하는 일. 바로 서민처럼 살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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