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등급제, '공교육 강화' 취지 불구 '사교육 쏠림' 초래

▲ 수능 성적발표일, 대입지원설명회에 모인 많은 사람들
올해 수능에서 수능 등급제가 처음으로 시행됨에 따라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사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58만여 명의 수험생들이 단 9개 등급으로 묶임으로써 동점자가 많아진데다 학생부도 등급으로 표기돼 반영 정도가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1~2등급 학생들이 경쟁하는 서울 상위권 대학일수록 논술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능 등급제는 당초에 수능의 영향력을 낮추고 학생부의 역할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대학별로 비슷한 등급의 학생들이 같은 학교에 몰리기 때문에 대학별 고사의 영향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고려대가 발표한 지난해 합격자 논술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97~95점으로 90점 이상의 기본점수를 부여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 수치가 올해 그대로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논술이 10점의 변별력을 가지는 것이다. 비슷한 등급의 학생들이 경쟁하는 것을 고려하면 10점의 변별력은 엄청난 수치다.

다른 대학은 정확한 논술 기본점수와 평균점수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체로 고려대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서울대도 내신과 수능으로 1차 합격생을 뽑고, 2차에서는 1차 전형요소를 '제로베이스화'하고 논술과 구술만으로 선발해 한층 논술의 영향력을 높였다.

비타에듀 오장수 박사는 "반영점수 자체는 크지 않더라도 수능과 학생부보다 논술의 영향력이 훨씬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상위권 대학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강남 일대 논술학원은 '대기자 명단'이 등장할 정도로 학생들이 몰려 '호황'을 맞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모집하는 학원일수록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강남 일대 논술강의는 회당 5만∼8만 원씩, 한 주에 50만∼100만 원짜리 강의가 대부분이고 일부 업체는 한 시간에 15만 원짜리 강의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수강료가 300만 원이나 되는 '긴급 수시모집반'도 열리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논술 강의를 2주간 듣는다고 해도 100만∼200만 원이 들고, 고액논술을 선택한 학생들은 수백만 원에 이르는 논술학원비를 내는 셈이다.

A 논술학원 관계자는 "정시 논술반 개강을 앞두고 등록 문의가 많아졌다"면서 "그 어느 해보다 논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비싼 강의도 마감률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방학원들은 논술 사교육 시장 호황을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수원에서 논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현 모 원장은 "논술학원에 학생들이 몰린다는 이야기는 서울에 국한된 것"이라며 "여기 학생들은 작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아무래도 상위권 학생들일수록 논술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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