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이명박·권영길·이인제·문국현·이회창 BBK·대북관 설전

6일 대통령후보 첫 TV 합동 토론회가 서울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열리기에 앞서 후보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민주당 이인제,창조한국당 문국현,민노당 권영길,무소속 이회창,한나라당 이명박,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뉴시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6일 17대 대선후보 첫 TV합동토론회에서 참석했다.

정치 외교 안보 통일 분야를 주제로 이날 오후 8시부터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각 당 대선 주자들은 권력구조 개편과 헌법 개정,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정책 등을 의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토론회 곳곳에서 분쟁의 도화선이 됐다. 사회자가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 비방성 발언은 삼가 달라"고 주의를 줬지만 소용없었다.

특히 정동영 후보는 작심한 듯 기조연설부터 "나란히 앉아서 TV 토론을 하는 것 자체가 창피하다"며 '이명박 때리기'에 나섰다.

◇ 정동영, 작심한 듯 '이명박 때리기'

정 후보는 "가짜와 위장이 판치는 대선 판도에서 거짓과 진실을 밝혀줄 힘은 국민 여러분밖에 없다"며 "미국 같으면 BBK 말고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 말고도 이명박 후보는 TV 토론 자리에 앉을 수 없다"고 선제공격했다.

그는 "검찰은 어제 이 후보를 세탁해 주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이 후보가 부패한 후보라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진실이 매장되고 개인의 인권은 협박 회유 유린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공 분야인 북핵 문제가 나왔지만 정 후보는 발언 시간 대부분을 이 후보 공격에 할애했다.

보다 못한 권영길 후보가 "대한민국 검찰이 이명박 검찰, 이명박 경호원 된 거 국민이 다 아니까 오늘은 북핵 토론만 하죠"라며 만류했지만 공세는 계속 됐다.

정 후보는 "김경준 씨의 혐의를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고 했다"며 "검찰이 협박 회유해서 진실을 생매장하고 인권을 짓밟았는데, 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품으로 간 걸 바로잡는 게 급선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 후보의 대북관에 대해서도 "이 후보의 말을 국민이 과연 믿겠느냐"며 "외교의 기본은 신뢰와 일관성인데 이 후보는 상황에 따라 자주 말을 바꿔왔다"고 몰아붙였다.

발끈한 이명박 후보는 "대한민국 검찰을 못 믿겠다면 혹시 '북조선 검찰'이라면 믿겠느냐"며 "오늘은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인데 정 후보는 전쟁을 하러 왔다"고 쏘아붙였다.

이 후보는 "(정 후보가) '조금 전에 대한민국 검찰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러면 범죄자 (김경준 씨)의 말은 믿고 검찰은 믿지 않는다는 건가"라며 "대한민국 검찰을 누가 임명했느냐. 정동영 정부, 노무현 정부가 검찰을 임명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즉각 "범죄자 얘길 믿느냐고 했느냐. (이 후보는) 범죄자와 동업하지 않았느냐. 범죄자인 줄 알고 동업을 했나 아니면 나중에 알고 보니 범죄자였느냐"라고 응수했다.

그는 "이 정부에 들어와서 내가 권력기관의 자율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냈더니 이번에 검찰이 그것을 악용해서 이명박 후보의 품에 안겨 버렸다"며 "김경준 씨가 (최근 언론에 보도된) 자필 메모에 '한국 검찰이 이명박을 무서워한다'고 했는데, 검찰이 불신의 대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 대선 주자들 대북관 '충돌'

이날 토론회 첫 번째 의제로 선정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정책'을 놓고 각 당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다른 해법을 내놨다.

특히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강경한 대북관을 밝혔다. 이 후보는 "가만히 앉아 있는데 돈 주고 지원하면 어느 바보가 핵을 포기하겠느냐. 정신 나간 소리"라며 "분명히 원칙을 정하고 협조할 때는 협조하되 협조 안 하면 불이익을 주는 것만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후보들의 대북관을 경청하고 나서 "후보들의 말을 듣고 있으니 답답하다"며 "모두 한반도 문제가 북한과 교섭하는 동시에 북한과 대치해야 하는 이중구조의 모순 구도라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햇볕정책 10년간 이렇게 해 왔으니 남북관계를 이길 밖에 없다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 첫 단추를 제대로 뚫었다면 건전한 남북관계가 됐을 것"이라며 "대북지원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핵 폐기로 가게 해야지 안 그러면 그게 무슨 평화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이회창 후보의 대북관과 궤를 같이하는 의견을 내놨다. 이 후보는 "이회창 후보의 정책이 내 정책과 별 차이가 없다"며 "북한이 핵을 실질적으로 폐기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전쟁"이라며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주장하는 것과 가까운 것을 주장하면 그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6자회담에서 공조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북핵 불능화를 선언하면서 북미 관계가 변하고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해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끌고 가겠다"며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 비무장지대 철책 제거, 이산가족 상시 면회소 설치 등으로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 후보는 이명박 후보를 겨냥, "남북 적대 시대인 60년대의 반공 투사 같다"며 "그러나 남북철도 개통시대를 60년대로 되돌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화해와 평화의 시대다. 통일과 평화가 오는 시대를 반드시 만들겠다"며 "이인제 후보는 당적을 바꾸듯이 대북정책도 오락가락하는데, 인도적 지원은 상호지원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이회창 후보와 나는 철학이 분명히 다르다"며 "이명박 이회창 후보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맹비난했다.

정 후보는 "두 분은 한미동맹을 강화하자면서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대북 무시 정책으로 일관했는데, 그러다 몇 달 전에 바꿨다. 부시 정책은 정동영 정책과 닮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6자회담 참가국 모두 동쪽으로 가는데 유일하게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만 서쪽을 향하고 있다"며 "한미공조 민족공조 남북공조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남북 신뢰가 약하지 않느냐. 그래서 대한민국이 방관자가 되어선 안 된다"며 "안 그러면 우리는 소외된다. 이명박 이회창 후보처럼 하면 우리는 완전히 소외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이회창 후보는 군사적인 문제와 비군사적인 문제를 혼동하고 있다"며 "북핵은 제거돼야 하지만, 남북교류협력에 엄격한 상호주의를 적용해서 핵을 폐기한다는 건 잘못된 접근"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국가와 국가 사이에는 엄격한 상호주의가 적용되지만 남북은 특수한 관계"며 "평화의 틀을 넓히고 상호이익을 주면서 통일로 가야 하는 특수한 관계이므로 상호주의가 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권 후보 의견 중에 몇 가지 보완할 점이 있는데, 일단 북핵은 우리 힘으로 절대 없앨 수 없다"며 "어떤 위협을 가해도 어떤 경제적 지원을 해도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6자회담만으로도 안 된다. 북미 수교 만으로만 된다"며 "그래서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한미 동맹 해체는 위험하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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