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들이 맛 머금고 밥상 위로 올라온 게

게장은 주로 참게와 꽃게로 담는다.

참게는 한자어로 해(蟹) 또는 천해(川蟹)라 하였는데, 해는 또 참게와 동남참게를 가리키기도 하였다. <동국여지승람>에 참게가 강원을 제외한 전국 각지의 토산물로 소개되어 있다. <자산어보>에 '참궤'라 하였고, 그 형태·생태와 잡는 법이 설명되어 있다. <전어지>에도 참게 잡는 법이 기록되어 있다. <규합총서>에는 게의 보관법·게젓 담그는 법과 굽는 법·게찜 등이 기록되어 있다.

◇'갑각'의 생김새와 사는 곳은?

갑각 길이는 약 63㎜, 갑각 나비는 약 70㎜이다. 갑각의 윤곽은 둥그스름한 사각형이다. 이마에는 4개의 납작하고 삼각형인 이가 있으며 그것들의 등면은 오목하다. 갑각의 옆 가장자리에는 눈 뒷니를 포함하여 4개의 뾰족한 이가 있는데 뒤의 것일수록 더 작고 맨 뒤의 것은 매우 작다. 갑각의 등면은 어느 정도 볼록하고 등면의 H자 모양의 홈은 뚜렷하다. 갑각의 모든 모서리에 과립들이 촘촘히 널려 있다. 갑각의 등면에는 제3이에서부터 안쪽으로 가로로 달리는 뚜렷하지 않은 과립선과 제4이부터 안쪽으로 비스듬히 달리는 과립선이 있다. 양 집게다리는 대칭을 이루며 억세게 생겼고 가시들을 지닌다. 손바닥은 짧고 넓으며 그 앞면과 손가락 기부에 연한 털 다발이 있다. 4쌍의 걷는 다리는 가늘고 길다. 배는 암수 모두 7마디로 되어 있다.

이 종은 크고 작은 하천 유역, 특히 바다에 가까운 곳의 민물에서 살며, 흔히 논두렁 또는 논둑에 구멍을 파고 산다. 식성은 잡식성이다. 산란 전인 가을철에 살던 곳을 떠나 바다로 내려간다. 해변의 바다에서 산란한 알을 품고 부화한 다음 유생이 민물로 올라와 성장하는 것 같다. 폐디스토마의 중간 숙주이므로, 참게를 잡거나 매매하는 것을 금한 적도 있다. 한국에서는 서해에 유입하는 하천수역에 분포한다.

◇'참게, 강원도를 제외한 7도(道) 71개 고을의 토산물'

이때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남한 게는 전북이다. 한국에서 산란기는 11∼12월이고, 1∼4월에 유생이 부화한다.

참게는 불과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어느 하천에서나 흔히 잡혔다. 조선시대의 지리지인 <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참게는 강원도를 제외한 7도(道) 71개 고을의 토산물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참게는 이때쯤의 늦가을 말고도 매화꽃 필 즈음 이른 봄철에도 많이 잡힌다. 강 하구에서 겨우내 자란 어린 게들은 영등사리(음력 2월 그믐)를 전후해 상류 쪽으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게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던 어부들은 참게가 지나는 길목을 골라 통발을 설치한다. 이 무렵 잡힌 참게는 가을 참게와 달리 6개월쯤 양식장에 가둬두고 더 키워야 한다. 몸통이 굵어지고 알이 가득 찼을 때 참게 맛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 '까치내 참게', 예부터 유명한 임금님 진상품

민물과 바닷물을 왔다 갔다 하는 참게는 본래부터 '귀물'이다. 특히 전남 이북과 충청, 임진강 지역에서 나온 '까치내 참게'는 예로부터 유명한 임금님 진상품이었다.

조선조 궁중에서는 찌개를 '조치'라 하고, 고추장찌개를 '감정'이라 하였다. 맑은 찌개는 소금이나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두부, 호박, 무, 조개 등을 넣어 담백한 맛이다. 궁중에서는 조치는 토장이나 고추장 조치보다 맑은 조치를 많이 올렸다고 한다.

조치는 뚝배기에 재료를 담아 직접 불에 얹는 것이 아니고, 밥솥이나 중탕을 해서 쪄서 다시 화롯불에 잠깐 끓여서 반상에 곁들인다.

그러나 고추장찌개는 감정이라 하였고 감정의 대표적인 음식이 '게 감정'이었다.

게 감정은 '게 딱지를 벗기고 살을 발라서 쇠고기, 으깬 두부와 합하여 양념하여 게 딱지에 도로 채워 밀가루와 달걀을 묻혀 전을 지진다. 고기 장국에 된장, 고추장을 풀어 끓이다가 지져낸 게를 넣고 끓인다.'

이 게 감정은 <원행을묘정리의궤>에서 8일간의 수라상에 등장한다.

옛날에는 참게가 내려가는 길목에 삿갓처럼 생긴 움막집 '게막'을 짓고, 한쪽 여울목에는 대나무와 싸리를 촘촘히 엮은 발을 둘러쳐 놓았다. 물을 통째로 막지 않고 3분의 1 정도의 길목은 숨통을 터주었다. 다른 물고기들이 내려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때로는 게막 안에서 대나무를 얼기설기 얽은 통발을 가만히 대고 있기도 한다. 모두 산란하러 바다로 가는 참게를 '막아서' 잡기 위한 장치다. 자연친화적이고 원시적인 정취마저 물씬 풍긴다. 참게가 바다로 내려가는 10월 말~11월께는 직접 참게잡이를 할 수도 있다.

살아 있는 참게에게 얇게 저민 소고기를 먹이는데, 잔뜩 배부르게 소고기를 먹은 참게를 오지항아리에 넣고 마늘 고추 생강을 넣어 다린 간장을 붓는다. 산 게들은 본의 아니게 간장을 머금게 되며 하루 이틀 지나고 나서 그 간장을 퍼내어 끓여 식힌 다음 다시 독에 붓고 하기를 여러 차례 하면, 게도 먹고 게의 뱃속에 차 있는 소고기도 꺼내 먹는 맛, 그리고 게딱지의 장을 발라내고 밥을 넣어 비벼먹는 바로 밥 도둑이라고 일컫는 간장게장이 된다.

◇꽃게는 6~8월이 산란기

꽃게는 보통 게와는 달리 헤엄을 잘 치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swimming crab'이라고 한다.

몸통의 껍데기는 길이 약 8.5㎝, 너비 약 17.5㎝의 옆으로 퍼진 마름모꼴이며, 다리가 양쪽에 각각 다섯 개씩 있다. 가장 위쪽의 집게다리는 크고 억세며, 모서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나머지 4쌍의 다리는 걸을 때 사용하며, 가장 아래쪽의 한 쌍은 부채 모양으로 넓적하고 평평하여 헤엄치기에 적합하다. 암컷은 어두운 갈색 바탕에 등딱지 뒤쪽에 흰 무늬가 있고, 수컷은 초록빛을 띤 짙은 갈색이다. 뒤집으면 하얗고 단단한 꼭지가 복부를 덮고 있는데, 암컷은 그것이 둥글고, 수컷은 모가 나 있다.

수심 20~30m의 바닷가 모랫바닥에서 서식하며, 야행성으로서 낮에는 보통 모래펄 속에 숨어 지내다가 밤이 되면 활발하게 먹이를 잡아먹는다. 육식동물로서 바다 속의 모래나 진흙을 파고들어가 눈과 촉각만 남겨놓고 숨어서 먹이를 기다리다가, 먹이가 다가오면 재빨리 집게발을 들어 작은 물고기 등을 공격한다. 겨울에는 깊은 곳이나 먼바다로 이동하여 겨울잠을 자며, 3월 하순경부터 산란을 위해 얕은 곳이나 만의 안쪽으로 이동한다. 산란기는 6~8월이다.

◇ 게장, 6월에 알이 찬 암게로 담근 것이 '최고'

찜, 탕, 게장 등으로 조리하며, 게장은 6월에 알이 찬 암게로 담근 것을 최고로 친다.

껍데기에는 아스타잔틴(astaxanthin)이라는 물질이 있어 단백질과 결합하여 다양한 색을 내는데, 가열하면 결합이 끊어져 본래의 색인 붉은색을 나타내기 때문에 삶으면 껍데기가 붉은색을 띠게 된다.

간장게장은 잘못 담그면 자칫 비린내가 나 먹기가 거북해진다. 우선, 손질을 깨끗하게 한 뒤 간장에 향신 재료와 술을 넣어 팔팔 끓이는 게 요령이다. 살아 있는 게를 손질하기가 좀 까다로운데, 다리를 잡으면 스스로 끊어버리기 때문에 집게발 반대편에서 몸통을 꽉 눌러 잡고 흐르는 물에 대고 솔로 껍데기와 배를 박박 문질러 씻으면 된다.

깨끗이 씻은 꽃게는 체에 밭쳐 물기를 빼두었다가 간장 물을 붓기 직전 손질하는데, 같은 요령으로 게를 잡고 집게발을 제외한 나머지 발끝을 가위로 자른다. 그래야, 간장 물이 다리 속까지 쏙 배어들며 이때 재빨리 잘라야 다리가 끊어지지 않는다. 그런 다음 꽃게를 도마 위에 놓고 등딱지와 집게다리를 칼등으로 내리쳐 금이 가게 한다.

간장 물이 잘 배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이 과정을 생략하면 간이 잘 배지 않아서 비린내가 난다. 간장에 물과 설탕, 청주를 섞는데, 이때 간을 보아서 좀 짜다 싶으면 물을 더 넣어도 괜찮다. 비린내를 없애는 향신 재료로는 청주와 마른 고추, 양파, 대파 흰 부분, 생강 정도가 가장 기본이고 여기에 통후추나 계피, 월계수 잎, 감초나 황기 등을 넣기도 한다. 또한, 다시마를 넣으면 간장의 감칠맛이 더 좋아지는데, 표고버섯이나 대추, 황태포, 국물용 멸치 등을 넣기도 한다.

게를 입구가 좁은 용기에 담고 식힌 간장 물을 붓는다. 하루가 지난 후 게만 건지고 국물을 끓여 식히고 나서 다시 붓는다. 하루 지난 후부터 먹을 수 있다. 많이 해서 두고두고 먹지 말고 사나흘 분량 만큼씩만 만들어서 맛있게 먹는다.

/경남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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