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과 권력>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우스력(曆)은 16세기에 도입되었다. 그런데 그 도입과 함께 나라마다 시차는 있지만 열흘내외의 시간이 역사에서 사라졌다. 로마의 경우는 1582년 10월 5일 다음날은 10월 14일이 되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왜 일어났을까. 거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레고리우스력 이전에 사용하던 율리우스력에는 1년에 11분 42초의 오차가 발생했고 그 오차는 계속 누적되어 16세기에 접어들면서는 달력상의 춘분과 천문학적인 춘분에 열흘이라는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 답이다.



달력을 소재로 한 과학사이자 달력과 권력 사이의 갈등과 봉합과정을 그린 사회사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크게 9개 장으로 나뉜다. 1582년 로마에서는, 달력의 구성요소, 현대달력의 기원, 그레고리우스 달력, 혁명과 달력, 고대문화권의 달력들,우리나라 달력, 현대달력의 허점들, 또 새로운 달력이 필요한가 등이다. 진실을 추적해가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문부호를 만날 수 있다. 또 책의 내용처럼 계산해가면 노스트라다무스가 말한 종말의 해는 최소 200년, 최대 400년 정도 더 남았다는 주장도 이색적이면서 신선한 충격이다. 이정모 지음. 260쪽. 부키. 8500원.



<찔레꽃 그 여자>



이 책은 자전에세이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소설보다 더 소설같다. 기구하다, 드라마틱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한 여성의 파란만장한 서른 여덟해의 삶이다.



그녀는 1963년 경북 영일만 구룡포에서 복잡한 가계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지독히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초등학교도 채 마치지 못했다. 열세살때 전처소생의 큰 아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열다섯, 열여덟살에도 끔찍한 일을 당한다.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한 엄마는 급기야 외가로, 또 다른 곳으로 피해다니고 그만큼 그녀의 삶도 고달팠다.



무거운 기억과 점철되는 고난속에서도 그녀는 매번 굽힐 줄 몰랐다. 어린 나이에 4H연합회 경북여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스무살에는 유일한 여자강사로 청송교도소 재소자들앞에서 감동어린 강연을 펼쳐보이기도 했다. 스물한살땐 최연소 교정위원도 되고, 청송보호소 내의 참혹한 인권유린에 분노해 사회보호법 폐지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막막한 절망도 좌절을 극복한 그녀의 삶이 보여주는 ‘희망’ 은 구절마다 페이지마다 살아있다. 박순애 지음. 318쪽. 북하우스. 7800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