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은 한달 전부터 주부들의 마음을 바쁘게 한다. 설날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장만하는 게 ‘큰 일’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차례상을 책임져야 할 장손 며느리인 경우는 장보는 일부터가 만만찮다.



주부 김봉순(55·마산시 대내동)씨는 결혼하고 얼마후부터 시어머니로부터 제사를 물려받아 30년간 설·추석 명절과 기제사 상을 차려왔다. 올 설은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설 장보는 일도 마뜩찮다.



그는 한달전에 튀김과 전에 쓸 새우와 문어를 사두었다. 다른 주부들도 그렇겠지만 설밑에는 해산물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때문에 한달전 쯤 장에 갔다가 좋은 물건이 보이면 재빨리 사서 손질해 냉동실에 넣어두는 게 상식이다.



생선은 설 일주일전에 장을 본다. 지난 16일에 그는 마산 어시장에 갔는데 생각만큼 적당한 가격에 적절한 생선이 없어 기본적인 것만 몇가지 샀다. 냉동 안한 민어 2마리, 냉동 국산 수조기 1마리, 냉동 안한 돔 1마리, 냉동 안한 제주옥돔 1마리, 자반용 돔 6마리 등 생선만 장보는 데 15만원 이상이나 들었다. 원래 여유가 있으면 거제 대구도 사지만 이번 설에는 생략했다. 자반용은 돔 대신에 볼락을 쓰기도 한다.



생선 장만 보고나면 설날 장보기의 반이 끝난 셈이다. 과일과 채소는 마산 청과물 시장을 이용해 음력 섣달 그믐날 장을 본다. 과일은 사과·배·귤·감·곶감·대추·밤 등을 사고, 채소는 나물할 고사리·도라지·콩나물·시금치·무·표고버섯·톳 등 7가지를 살 예정이다. 그는 시금치는 통영시금치가 온실이 아닌 노지에서 자라서 제수용품으로 좋다고 귀띔한다. 또 특이하게 미역나물 대신 톳나물을 장만한다고.



탕국거리로는 조개·홍합·쇠고기·피문어·두부·무를 준비한다. 전거리는 냉동대구 1마리를 사서 직접 포를 떠 전을 부치고 쇠고기로는 육전을 부친다.



또 화양적을 만들려면 당근·대파·버섯·쇠고기·신김치 등을 준비해야 하고, 쇠고기에다 두부를 넣고 간해서 완자로 빚어 부치는 알지단거리와 부추로 만드는 야채전거리, 연근·고구마·새우 등 튀김거리도 청과물 시장에서 사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선택의 폭이 넓다.



그외 닭과 갑오징어·문어를 산다. 닭은 찜으로 요리해 제수용품으로 쓰고, 갑오징어와 문어는 그냥 삶아 차례상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진간장·청주·물엿·설탕 등을 넣어 조림형식의 산적을 만든다. 문어와 갑오징어는 한달전에 사서 장만해 두었다 사용한다. 떡은 콩고물시루떡과 떡국거리를 떡집에서 맞춘다. 생선 외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재료인 쇠고기는 마산 대우백화점에서 구입한다.



“옛날 어른들에 비하면 요즘 차례상 차리는 것은 일도 아니예요”라고 말하는 그는 미혼때 통영의 친정어머니가 장손집 며느리여서 이미 제사문화에 젖어 살았고, 결혼후 9남매인 시조부형제와 5남매인 남편 형제의 대소사를 도맡는 맏며느리로 살면서 제사에 대해 그 또래 주부들보다는 ‘전근대적’인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데는 아껴쓰지만 제수용품 살 때는 가능하면 우리 것·제일 신선한 것·가장 좋고 큰 물건을 고르려고 애씁니다. 내가 형편이 되는 한은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걸 어쩝니까. 또 산 사람이 먹을 음식인데 차례지내러 오는 친척들과 형제들에게 나눠주는 정도는 장만해야죠. 그러니까 장보는 내용을 줄이려 해도 늘 똑같아지네요”라고 말한다.



부산에서 두 동서가 차례음식 장만을 도와주러 오지만 설 전날 오니까 장보기부터 음식 만들기 직전까지의 손질은 모두 그의 차지다. 그래도 그는 “명절때 약과·전과·강정도 집에서 만들고, 떡도 집에서 시루에 찌던 옛날 어머니들을 생각하면 편한 거죠”라며 어차피 지낼 차례라면 마음 가볍게 받아들여 흔쾌히 차례음식을 장만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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