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잔치에 가족 아닌 다른 친구들과 친지들을 초대해서 성대하게 여는 일은 회갑, 고희 때 아니면 그리 흔치 않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생일 잔치가 친구들을 10명, 30명까지 초대하여 레스토랑까지 빌려가면서 2차, 3차까지 가는 경우가 성행한다고 하니 참으로 의아해 할 일이다.
비용도 만만찮아 20만원, 30만원씩 든다고 한다. 아무리 우리 경제가 어려워져도 어린이들의 소비문화, 또 어린이와 관련된 소비문화는 이와 무관한 듯하다. 아이들은 부모들에게서 받는 용돈으로 뭐든 쉽게 살 수 있고, 부모가 마련해 주는 생일 잔치도 자칫 ‘왕따’ 당할 수도 있다는 명분에 분에 넘치게 벌일 수도 있다. 돈을 버는 방법 보다 쉽게 쓰는 공부부터 무분별하게 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의 생일잔치가 호화판이라는 것은 아직은 일부 현상이겠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미치는 여파나 교육적 가치를 생각하면 부정적인 면은 결코 적지 않다.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여 호화판 기준이 다르고 돈 쓰는 일이 별 문제가 안된다 하더라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번 돈이 아닐진대 과소비임에는 틀림없는 일이다. 특히 유아, 초등학생 연령의 아이들은 작은 일이라도 주변의 모든 일이 자신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기인데, 단순한 생각에 남 하듯 아이들 분에 넘치는 생일 잔치를 열어 교우관계에서 기세를 잡도록, 또는 왕따를 당하지 않도록 했다면 이 아이는 늘 자신의 부와 경제적 능력으로만 자신의 가치를 잴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다른 사람의 가치 역시 경제적인 측면만 보려 할지 모른다.
상대적으로는 부모가 넉넉하지 못한 아이들은 위축감을 느낄 수도 있고 자칫 자기 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잃게 될 수도 있을까 우려된다. 또한 친구 생일 잔치에 가면서 맨손으로 가는 아이는 별로 없다. 부모가 주는 용돈으로 선물을 사 가기 마련인데 이 또한 아이들에게 항상 넘치는 학용품, 장난감으로 둘러싸이게 하는데 한 몫하게 된다. 결국 아이들이 근검절약의 정신과는 점점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생일은 가족과 함께 그 날의 뜻을 새기며 기쁨을 나누는 날이다.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아이들의 생일 잔치는 가족간의 정겨움을 나누는 날로 할 수 있도록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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