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계약서 원본 공개 안돼 진위 공방만 가열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부인 이보라씨가 2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 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후보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다는 이면계약서 사본을 공개 했다. YTN화면 캡처/뉴시스
김경준 씨 가족의 미국 기자회견을 앞두고 긴장의 밤을 보냈던 한나라당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오히려 이번 건을 국면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김씨 가족의 기자회견이 우려와 달리 알맹이 없이 끝났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은 김경준 씨 부인 이보라씨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사실이 아무것도 없다"며 "한편의 코미디"라고 비웃었다.

한나라당은 에리카 김 대신 부인 김보라 씨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는 점, 또 이면계약서라고 주장하며 사본만 슬쩍 내비쳤을 뿐 서류를 공개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기자회견의 '영양가'가 부족하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나 대변인은 "세상을 바꿀 것 같이 큰소리 치던 에리카 김은 한국으로부터 범죄인 송환을 받을 것이 두려워 숨어버렸다"고 주장했다. 또 "이명박 후보가 BBK를 소유했다는 증거도, 후보가 주가조작 및 횡령에 가담했다는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후보의 결백이 오히려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특히 에리카 김 역시 주가조작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김경준 가족은 이 사건 범죄에 가담하거나 범죄이익을 독차지했기 때문에 김경준과 같은 배를 탄 입장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

결국 BBK는 '한방'이 아니라 '헛방'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해 이 후보 대세론을 회복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면 똑같은 기자회견을 놓고 신당 쪽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

신당 최재성 대변인은 이보라 씨 회견에서 주식회사 다스 사장 김성우 씨와 이명박 후보의 비서 이진영 씨의 진술 장면이 공개된 것에 대해 "이명박 후보가 주가조작 횡령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근거"라고 주장했다.

에리카 김이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편 미국 LA에서는 예상됐던 에리카 김 대신 부인 이보라 씨가 변호사를 대동하고 예정 시간보다 두 시간여 늦게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씨는 "어느 곳에서고 제 남편 김경준 씨가 사기 혐의로 판결을 받았거나 주가조작을 범했다는 판결문이 없다"며 "이명박 후보가 근거없는 비방을 한다고 해서 제 남편이 사기꾼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와 이 후보가 만난 시점이 2000년 1월이라는 이 후보의 주장과는 달리 1999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옵셔널벤처스 직원이었으며 현재 이 후보의 비서인 이진영 씨가 진술한 내용을 상영하기도 했다.

이 씨는 이명박 후보가 BBK를 소유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계약서로, 이 후보의 친필 사인이 있는 사본을 내보였으나 원본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씨는 "검찰이 이 후보에게 대조를 위한 친필 서명을 요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 후보측이 서명을 변조할까 우려해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데일리/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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