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식성 바꿔놓은 모성애

   
 
 
"고기 없으면 밥 못 먹냐, 우리 이번에 식단 한번 바꿔보자 응."

얼마 전만 해도 '작심 3일'이었다. 워낙 고기를 좋아하는 탓이다. 집에 들어가는 길, 고깃집에서 풍기는 고소한 냄새를 맡으면 여지없이 전날 다짐은 무너졌다. 벌써 저녁 8시인데 음식 준비하고 설거지까지 생각하면 더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발길은 어느덧 싸고 푸짐한 주변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집에서 음식 해먹는 날이 부쩍 늘었다. 아침 출근길에 먹던 김밥도 그 횟수가 대폭 줄고, 식단도 일명 '참살이'로 바뀌었다. 고기는 입도 대지 않는다. 채소와 과일, 생선의 양을 적정하게 맞추고 음식 양도 3분의 2로 줄였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자리도, 커피믹스도 매몰차게 마다한다. 200mL 우유를 가방에 챙겨다니고 유산소 운동도 생각나는 대로 규칙적으로 한다. 이런 증상(?)은 4년 여 전에도 나타난 적이 있었다. 기간은 단 2년. 임신과 모유 수유 기간이다.

내 의지로는 되지 않던 체질개선이 임신하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모성애가 체질도, 식성도 바꾼 것이다. 후닥닥 해치웠던 아침 밥상부터 달라졌다. 아침부터 갈치를 구웠다. 비린내를 없애고자 부침가루를 묻히고 노릇노릇하게 구웠다. 시원한 맛이 우러나도록 된장 속에 미더덕을 넣었다. 톡 터트리니 울렁거리던 속이 다소 누그러지는 듯했다. 첫아이 임신 때도 느꼈지만 정말 놀라운 변화요, 혁신이다.

"그렇게 안 고쳐지던 식성도 바뀌잖아. 그때처럼 1년 정도 지나면 술 살과 지방이 빠지면서 군살도 쏙 빠질 거 아냐. 모성애가 무섭긴 무서워. 그 어렵다는 살도 빠지고."

하지만, 내재한 모성애가 발휘되는 기간은 단 2년이라는 것을 잘 안다. 모유 수유 기간이 지나면 엄마에게만 집중돼 있던 모성애는 자연스럽게 모성과 부성으로 나뉜다. 모성은 내재해 있기도 하지만 만들어지는 성향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유효기간 2년이 지나면 모성애는 악용될 소지가 커진다. 아빠는 '아이한테는 엄마가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모성애를 이용해 슈퍼우먼의 역할을 요구해서는 안 되고, '너를 가졌을 때 엄마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아느냐?'라는 식으로 엄마 또한 자신의 모성을 이용해 아이의 모든 상황에 적용하면 안 된다.

단 2년 뱃속 아이와 함께 '참살이 식단'을 즐겨보는 것, 마음먹지 않고도 살을 뺄 수 있다는 것뿐이다. 모성애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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