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끈 잠시 놓으며 자유의 포만감 느낀다

무인도라 하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릴까. 일정이 빡빡하게 묶이지 않은 사람이라도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지만 무인도는 자유나 해방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히려 아무 것도 갖추지 못했거나 현대 문명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무인도는 고달픔만 안겨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일상의 모든 구속과 부자유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결국 세상의 끈을 놓아버린 듯, 잠시 떠났다 돌아오는 곳이 바로 무인도인 셈이다.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 해수욕장 앞바다에 떠 있는 무인도 윤돌섬. 가까운 구조라 해수욕장이나 학동몽돌.명사 해수욕장 등지에서 즐기다 한나절 정도는 들러볼만한 섬이다.
300여 평 넓이의 섬은 소나무는 물론 이파리가 두꺼운 후박나무.동백나무 등으로 우거져 있다. 모두 사철 푸른 나무여서 멀리서 섬을 보면 짙푸른 풍경을 하고 있다.
섬은 썰물 때면 마주보이는 윤돌마을에서 걸어 건널 수 있다. 1년에 한두 번 물이 가장 많이 빠질 때는 신발을 신은 채로 건널 수도 있다는데, 보통 때는 바다가 완전히 열리는 것은 아니어서 바지를 둥둥 걷어올리거나 수영복 차림으로 300m 가량 걸어가야 한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윤씨 성을 가진 효자들이 바다 건너 연인을 만나러 가는 홀어머니를 위해 징검다리를 놓았다는 곳이다.
전설에서 어머니는 아마도 어느날 바다 건너 마을에 사는 영감을 만나게 되는 모양이다. 영감의 예전 아내는 ‘얄궂게도’ 물질 나갔다가 파도에 쓸려 돌아오지 못했고, 아내를 못잊어 달만 쳐다보며 시름에 젖는 바람에 영감은 이름을 망월(望月)이라고 할 정도였다.
어머니는 남이 알까 두려워 밤을 틈타 바닷길을 건너가 만나곤 했는데, 추운 겨울이 되니까 온몸이 떨리고 발이 시려서 할 짓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윤씨 삼형제가 어머니의 연정 길을 위해 공사를 벌였다는 것이고, 섬이름도 그래서 윤돌섬이 됐다.
섬은 육지쪽으로 등을 돌린 듯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소라를 엎어놓은 듯하다고도 하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물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아낙네 모습을 띠기도 한다.
그러면서 양팔을 벌린 듯 갯바위들을 펼쳐놓았다. 물론 밀물 때는 거의 모두 물에 잠기므로 썰물 때 가야 하는데, 옹기종기 울퉁불퉁 갯바위들이 좍 늘어서 있다.
왼쪽으로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균형 맞춰 늘어서 있어 아이들이 게나 조개를 잡으며 놀기 좋다. 갯바위를 훑어나가는 아이들 이마에는 땀이 맺혀 흘러내린다. 새롭게 맛보는 즐거움에 눈은 빛나고 등뒤로는 시원한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간혹 잡은 게나 소라가 클 때는 즐거운 탄성이 터진다.
오른쪽 바위들은 식구들이 죽 늘어앉아 낚싯대를 드리기에 딱 좋게 돼 있다. 네모 반듯한 평상 바위는 돔 낚시가 잘 되는 포인트여서 웬만한 낚시꾼이라면 다 알 정도다. 날씨가 어느 정도 심술을 부려도 안전한 곳이니 가족 단위 낚시터로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뭍에서 바라보이는 쪽은 모두 걸어서 다닐 수 있다. 하지만 뒤쪽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배를 빌려서 한 바퀴 둘러보는 편이 좋겠다. 가까운 윤돌마을에는 빌릴만한 배가 없어 학동 쪽으로 조금 더 나간 망치마을에 가야 한다. 아니면 구조라 해수욕장에서 운영하는 유람선을 타도 된다.
섬 뒤편으로는 조그만 천연 동굴 두 개가 나 있어 신기한 느낌을 준다. 또 우람하지는 않지만 깎아지른 절벽도 제법 멋을 내고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봐둘만하다.

▶윤돌섬 찾아가는 길

창원.마산에서는 14번 국도를 따라 계속 달려가면 된다. 진주.사천 쪽에서는 33번 국도를 타고 오다 고성에서부터 14번 국도와 합류하게 된다.
신거제대교를 지나 신현읍까지 곧바로 와서 1018번 지방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꺾어들어도 좋으나 계속 14번 국도를 타는 것도 좋다.
1018번 지방도는 남부면의 명사해수욕장으로 곧바로 가는데, 저구리와 거제.둔덕을 거쳐가는 해안관광도로 노릇도 하고 있다.
반면 14번 국도는 옥포 대우조선을 거쳐 일운면 구조라 해수욕장에 먼저 가 닿는다. 윤돌섬은 구조라 해수욕장에서 1km 남짓 떨어져 있고 윤돌마을에서는 300m 정도 거리에 있다. 윤돌마을에서 망향.양지마을을 지나면 망치 마을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빌려탈만한 배도 있고 조그맣지만 예쁜 해수욕장도 있다.




▶윤돌섬 주위 해수욕장

바다면 다 같은 바다고 해수욕장이면 똑같은 해수욕장인줄 알았다. 여름철이면 똑같이 사람들로 붐비고 10대 아이들이 어울려 어슬렁거리며 한쪽 차일 아래서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올망졸망 어울리는 것으로만 여겼다. 하지만 해수욕장마다 바다와 사람이 주는 맛과 느낌이 나름대로 독특했다.
▷윤돌섬과 마주보는 구조라해수욕장은 덜 붐비는 편이다. 아주 빨리 바다를 가로지르며 내는 모터보트의 요란한 소리와 박자 빠른 유행가가 나오는 스피커 소리가 우렁찼다. 위험 표지 부표가 떠 있는 곳까지 헤엄을 쳐 나가는 사람들도 제법 보였고 모래사장에서는 살갗이 발갛게 익은 10대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결 고운 모래밭에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중년들도 군데군데 띄었다.
▷학동몽돌해수욕장은 완전 도시풍이었다. 차량이 넘쳐 길가 곳곳에 빼곡이 세워져 있었고 장승포인가 신현인가에서 온 나이트클럽 선전차가 요란하게 떠들어댔다. 아직은 본격 피서철이 아닌데도 바닷가까지 사람들이 빽빽했다. 놀기 좋아하는 20대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느낌이다.
▷14번 국도의 끝 명사 해수욕장은 솔밭이 좋았다. 소나무 사이로 천막을 치고 쉬는 모양이 보기 좋았는데 아이들이 유난히도 많이 보였다. 창원공단 회사들이 집단으로 오도록 지정한 해수욕장인 것 같은데,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많기 때문이지 싶다.
▷어쨌거나 가장 좋기로는 조그맣고 알려지지 않은 해수욕장일 텐데 이같은 조건을 망치 마을은 갖추고 있다. 들머리에는 주차 시설이, 마을 안쪽에는 자연산 횟집까지 갖춰져 있으며 민박집도 드문드문 간판을 내걸고 있다. 해변은 조그마해서 덩치 좋은 사람 몇 명만 드러누워도 꽉 찰 것 같은데, 고개를 뽑아 내다보니 해안이 옆으로 가늘지만 이어져 있었다. 잠시 후 한 가족으로 보이는 일행이 물에서 걸어나와 민박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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