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남지역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이하 경공련) 김영길 회장이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고 한다. 경찰과 검찰은 김영길 회장을 국가공무원법상 명령불복종에 따라 체포한다고 밝혔지만, 이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핵심은 경공련 회장 개인이 저지른 위법여부가 아니라 공무원 노조결성에 대한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점이다.
공무원 노조결성에 대해 현 정부는 먼저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사항인 공무원 노조인정을 행자부는 지금에 와서 '시기상조'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때, 국가통치에서 앞으로 시정되어야할 사항들이 지적되었다. 바로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가입 당시 전교조합법화 문제가 관건이었다면, 가입 이후 지금에는 공무원 노조의 완전한 인정이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자부가 계속 시기상조라는 말만 뇌까리는 것은, 속된 말로 볼일 보러 갈 때와 일 처리하고 나서의 마음이 천양지차라는 사실만 두드러지는 꼴밖에 아무것도 아니다.
공무원들이 노동의 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정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바로 우리 근대사를 관통하는 독재정권의 권력욕 때문이다. 이전의 권위주의적 정권들은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공무원을 공복으로서가 아니라 사병화 하였다는 사실을 그 누가 쉽게 부정할 수 있겠는가. 지체 높은 분(.)들의 행차 때마다 거리에 동원되는 공짜 인력으로서 공무원, 자연재해나 대형 사고가 일어 날 때마다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바쁜 잉여인력으로서 공무원이라는 자괴감이 오늘의 공직사회를 여전히 짓누르고 있다. 게다가 공무원은 일도 하지 않으면서 놀고 먹는 직업이라는 사회적 폄하에 하위직 공무원은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공무원들이 이제야 두 팔 걷고 나서고 있다. 바로 그들이 그동안 빼앗긴 권리를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는 중앙정부의 감시, 감독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역대 정권들은 하나같이 부정부패를 뿌리뽑겠다고 큰소리 쳤지만, 결과는 언제나 동일했기 때문이다. 공직사회를 제대로 감시하는 역할은 중앙정부가 아니라 공무원 노조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행자부는 더 이상 은폐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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