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유래? 천만의 말씀! '쇄양육→훠꿔→샤부샤부'?'몽골이 원조' 주장은 억지…우리나라 '토렴법'과 비슷

우리 가열 동사 중에 '데친다'는 말이 있다.

이 '데친다'는 말은 맹물이 펄펄 끓을 때, 채소나 고기 등을 살짝 넣었다 건져내는 것을 말한다. 기름이 끓을 때 재료를 넣었다 꺼내는 것은 '데친다'는 표현보다 '튀긴다'고 표현한다.

'데친다'는 우리말은 음식의 영양소 파괴를 적게 하고 담백한 요리 문화에 영향을 많이 주는 계기가 된다. 물론 중국에서도 데치는 음식은 있다. 그게 바로 몽골족 음식 중에 쇄양육(羊肉; 쏸양러우)이라는 요리다.

'훠꿔(火鍋-샤부샤부)'는 말 그대로 불(火)을 밑에 두고 그 위에 솥(鍋)을 얹어 솥 안에 있는 국물에 각종 고기와 채소를 살짝 익혀 먹는 음식으로, 북방지역에서는 '슈안양로우(몽골지역에서는 주로 얇게 편을 썬 양고기를 데쳐 먹는다)'라고도 부른다.

◇ 얇게 썬 양고기 데친 몽골의 쇄양육이 샤부샤부일까?

쇄양육은 원나라 때 북경이 수도가 되면서 먹기 시작했고 명나라 때 대중화되면서 북경의 명물요리로 자리 잡게 된다.

이 쇄양육은 양고기를 종이처럼 얇게 썰어 화과에 살짝 데친 것을 간장, 새우 소스, 참기름 소흥주(紹興酒), 고추기름, 식초 등에 찍어 먹는다. 쇄양육은 양고기가 잿빛으로 변하면 빨리 꺼내 국물을 화과에 잘 털고 먹어야 제 맛을 볼 수가 있다.

쇄양육은 18세기 청(淸)의 가경제(嘉慶帝, 仁宗)가 1000명의 건강한 노인을 초청해 잔치를 베풀었을 때 등장했던 야화과(野火鍋) 또는 양육화과(羊肉火鍋)로 불리던 요리다. 이 요리를 우리는 '칭기즈칸'이라고 하는데, 이는 단순히 이 요리가 몽골족의 요리라는 연유 때문에 호사가들이 붙인 이름이다. 양고기나 닭고기 혹은 물고기를 삶아 우려낸 국물에 데쳐 먹는 음식으로, 주재료로는 고기(양고기, 소고기, 편으로 썬 민물고기), 해산물(해삼, 어묵, 오징어, 새우, 조개 등), 채소(무, 배추, 상추, 쑥갓, 콩나물, 청경채 등), 버섯(팽이, 목이, 느타리, 표고, 牛肝菌-소간 모양의 버섯 등), 기타류(두부, 유부, 오리 피, 돼지 피, 천엽, 만두, 면 종류 등)가 있다.

국물에 데친 이러한 재료들을 찍어 먹는 장(醬-소스)이 있다. 보통 '마지앙(麻醬-깨를 갈아 걸쭉하게 만든 소스)', '하이시앤지앙(海鮮醬-여러 가지 해산물을 우려낸 간장)'과 '시앙요우(香油-참기름)' 등이 있다. 그리고 기호에 따라 한국인이 주로 꺼리는 '시앙차이(香菜-고수)'를 소스에 넣어 먹기도 한다. 진정한 샤부샤부 좋아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시앙차이(香菜-고수)'를 넣어 먹어야 그 참 맛을 느낄 수가 있다고 한다.

북경에서는 1903년에 창업해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똥라이쉰(東來順)' 훠꿔집이 유명하다. 아직도 순동(純銅)으로 제작된 커다란 신선로 가운데에 목탄을 넣어 탕(湯)을 끓이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그 맛 또한 일품이라 많은 식도락가의 환영을 받고 있다.

더욱이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은 얼큰하고 따뜻한 음식을 찾게 되고, '훠꿔(火鍋-샤부샤부)'를 주 메뉴로 하는 식당들이 많이 생겨난다.

예전의 '훠꿔'는 커다란 신선로나 세숫대야만 한 크기의 그릇에 3~5명이 둘러앉아 함께 먹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최근에는 소수 인원이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개인용 '훠꿔'가 각광을 받고 있다.

◇ '중국서 일본으로 넘어간 요리'란 근거 없어

'훠꿔'의 또 다른 유래에 대해 중국에서는 그 기원이 이미 상고(上古)시대의 정(鼎-발이 세 개나 네 개가 달린 그릇으로, 그 밑에 불을 지펴 고기를 삶아 먹었다고 함)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촉(蜀) 나라 시기 유비(劉備)가 지금의 사천(四川)지역에 촉 나라를 건설하였고, 유명한 군사 지략가인 제갈량(諸葛亮)이 만들어낸 음식이라고 한다.

당시 군대에서 사용된 음식도구인 '오숙부(五熟釜-하나의 솥에 다섯 개의 칸막이를 만들어 칸마다 다섯 가지의 다른 재료를 넣을 수 있도록 함)'라 불리는 것을 사용해, 이 솥에 다섯 가지 다른 재료를 넣어 끓이고, 이것을 병사들에게 먹였다. 이로 말미암아 전쟁에서 승리하였다고 한다.

유래를 억지로 '칭기즈칸'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중국에 칭기즈칸이라는 요리의 이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샤부샤부는 칭기즈칸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일본의 샤부샤부는 '찰랑찰랑'이라는 뜻의 일본어 의태어일 뿐 결코 요리 명은 아니다.

만약에 샤부샤부가 중국의 야화과(野火鍋) 또는 양육화과(羊肉火鍋)나 쇄양육(羊肉, 쏸양러우)에서 비롯된 음식이라면 이 음식명에서 요리 명을 붙이거나 칭기즈칸이라는 이름에서 비롯되었다면 칭기즈칸에서 요리 명을 따 오지, 샤부샤부(しやぶしやぶ)라는 의태어가 요리 이름이 될 수는 없다. 일본 사람들 즉 샤부샤부를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한 오사카 사람들이 쇠고기나 채소를 끓는 물에 데쳐 먹는 요리에 대한 이름을 몰랐을 리가 없다.

칭기즈칸의 대륙정벌 정책에 의해 유럽까지 영토를 넓힌 몽골군이 스위스에 전통요리 '퐁듀'를 남겼다는 말에 대하여는 그렇다고 치자. 샤부샤부 요리 방법이 쇄양육과 비슷하다 하여 아무 근거도 없이 억지로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다.

◇ 샤부샤부는 제주도 '토렴'에서 유래했을지도

필자는 1999년 오사카에서 샤부샤부를 먹으러 갔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본 오사카 대부분 식당에 종사하는 요리사나 참모들 중 제주도 출신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한 아줌마를 불러 제주도 출신들이 오사카에 많이 정착하여 살게 된 동기를 듣게 되었는데, 4·3 제주사태 때 제주에서 일본 오사카로 많이 와 정착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우리와 음식문화가 비슷한 오사카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직장으로 식당이 제일 적합했던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샤부샤부 유래에 대해 갑자기 의문을 갖게 되었다. '제주의 토렴에서 유래한 것이 아닐까?' 필자는 귀국하자마자 제주도를 찾아갔다. 제주도의 해녀들은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오래전부터 물질을 한 후 시장기를 없애고자 자신들이 잡아 올린 해산물을 먹게 되는데, 특히 여름에는 해산물을 날것으로 먹게 되면 탈이 나는 경우가 많아 물을 팔팔 끓여 해산물이 익으면 익을수록 질겨지므로 살짝 데쳐 먹는데, 이를 '토렴'이라고 한다. '태임 꿩 요리전문점(제주시 노형동 한라수목원 가기 전. 064-744-2008)'

해산물 즉 조개류 등을 데쳐 먹는 것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서산 등 서해안 지방에서도 즐긴다. 제주도의 해산물 토렴법이 오사카에 건너간 제주도 여인들에 의해 새로운 요리로 등장하게 되고 이 새로운 요리를 일본 사람들은 의태어인 '샤부샤부'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필자가 한국 토렴법에서 '샤부샤부'가 태어났다고 단정하지 않고 추측으로 남겨 두는 것은 아직도 얼이 빠져 있는 우리 학계에 화두를 던져두고 싶기 때문이다.

일설에 샤부샤부는 13세기 칭기즈칸이 대륙을 평정하던 시절, 투구에 물을 끓이고 즉석에서 조달한 양고기와 채소를 익혀 먹던 야전 형 요리에서 생겨났으며, 일본에서 현대적 요리로 정리해 샤부샤부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하는 근거나 연관성을 전혀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가정도 논리가 빈약하다.

칭기즈칸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는 일본 요리로는 비단 샤부샤부뿐만 아니라 '스키야키'도 있다. 한반도에서 건너간 요리가 일본화하고, 일본은 그 유래를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찾으려 한다. 일본은 한반도에서 유래한 식생활문화를 일본화한 후 부메랑이 되어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김영복(경남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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