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 없애 마음의 순결 지키기정신은 잇되 입맛에 맞게 변형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은 음식 한번 먹어볼까. 일반 식당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고 집에서 먹는 음식도 조미료의 늪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시대의 화두가 되었는데도 밥상 위의 조미료는 아직 굳건하다. 그래서 사찰 음식은 진정한 참살이 밥상이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절에서 먹어 봤던 절밥이 생각나 따라해 봐도 뭔가 빠진 맛이 난다. 사찰 음식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사찰 음식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사찰 음식의 대가인 적문스님의 문하생으로 창원서 음식점(수선재·창원시 대방동 (055)274-5757)을 운영하고 있는 정문성(60) 씨를 찾아 가을철 사찰 음식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두부소박이.
◇ 사찰 음식이란?

"사찰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생강) 등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초장도 없이 회를 먹는다는 말과 비빔국수에 양념을 넣지 않는 것과 같은 이런 '엽기적' 음식 만들기가 사찰 음식이라면 이것이야말로 고된 수행이 아닌가.

정씨는 "맞다"고 맞장구를 친다.

"행자와 보살들이 온종일 허리를 굽혀 노동으로 땀을 흘리고 소박하게 상을 차려놓으면 스님이 욕심 없이 먹는 것이 모두 수행이지요." 아닌 게 아니라 스님의 모든 일과가 수행 일부분이란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순결한' 음식의 본래 뜻은 순결한 마음을 지키려는 스님들의 자구책이다. 오신채라고 부르는 다섯 가지 채소는 익혀서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게 되고 날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더하기 때문이다.

사찰 음식의 또 다른 특징은 대표적 슬로푸드이자 제철 음식이란 점이다.

"사찰에서 음식재료는 보관이 힘들었기 때문에 장아찌가 아닌 음식들은 제철에 나는 음식만이 식탁에 오르게 됩니다. 또한, 사찰마다 산 주변에서 나는 나물이나 재료들이 바로 요리재료가 됩니다. 그래서 사찰마다 주요 메뉴가 다릅니다. 예를 들면, 합천 해인사에는 고수 나물무침이 유명하고 지리산 화엄사는 죽순 나물과 갓김치가 발달해 있습니다."

정문성 씨가 자신이 만든 튀김류 사찰음식을 접시에 담고 있다.
◇ 한번 만들어 볼까?


재료들조차 도를 닦는 듯한 사찰 요리. 그러나 그렇게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어차피 먹고 싶은 대로 변형해서 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사찰 음식은 대표적인 퓨전 음식입니다. 지금의 사찰 음식을 예전에 스님들이 먹던 사찰 음식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음식에 담긴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산사를 떠난 사찰 음식이 '웰빙'이란 포장을 했지만 입맛에 맞게 변형해서 먹으면 된다는 이야기다. 정씨가 추천한 요리 2가지. 연근과 표고버섯을 이용한 요리다.

△ 연근을 이용한 요리

가을철 대표적인 사찰 음식 재료는 연근이다. 연근은 튀김으로 먹기도 하고 연근 밥을 해서 먹기도 한다. 또한, 연꽃의 씨앗인 연자를 이용해 죽으로 만들어 먹는다. 하지만, 가장 간단하게 연근을 접하는 방법은 연근 주스를 만들어 먹는 것이다. 연근 주스는 연근을 곱게 갈아 계란 흰자에 섞어 소금으로 간을 해서 먹는다. 연근은 심신을 안정되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 스님들이 즐겨 찾는 요리다. 특히 수험생들에게 연근은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요리다.

반면 생 연근은 독성이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섭취하게 되면 오히려 해롭다.

△ 표고버섯을 이용한 요리

대승불교에서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 그렇다고 육식의 달콤한 기억까지 지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등장한 대안 음식이 표고버섯이다.

표고버섯은 혼자 음식으로 만드는 것보다 다른 음식에 들어가야 맛과 향이 부드러워진다. 정씨의 추천메뉴는 두부소박이. 두부샌드위치라고 보면 된다. 두부를 샌드위치 빵처럼 자른 후 두부 사이에는 다진 표고를 얹는다. 이들의 접착력을 높이려면 밀가루를 이용한다. 이렇게 만든 재료를 기름에 튀기면 완성. 모양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판매하고 있는 '몬테 크리스토'를 닮았다. 하지만, 두부소박이는 전혀 느끼하지 않다. 왜냐면 소스 대용으로 먹는 참나무 겉절이가 시큼하면서 담백한 맛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표고버섯은 들깻가루를 이용해 만든 들깨 탕에 넣거나 장아찌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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