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걱정이 된다. 지난 암울했던 시절 정경유착으로 성장해온 악덕사업자들에게 기만당하던 노동자들이 자기권익을 찾기 위하여 거리로 나와 시위하던 때가 있었다. 그들은 나름대로 정당성을 인정받아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시위를 할 수 있었다.
새천년을 맞이하면서부터 교원노조도 인정을 받았다. 교사라는 특수한 신분을 고려할 때, ‘후세들에게 지혜를 심어주는 위대한 직업을 권익의 보호와 노동의 대가로 교환할 수 있는가?’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전교조의 합법화로 인해 우리 사회는 분명 진일보했다.
그러나 약사와 의사가 반 년 동안 의약분업을 두고 첨예하게 맞섰을 때, 국민의 반응은 냉담했다. 인간의 생명을 다로는 직업의 특수성을 외면하고 서로 이권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모습이 국민에게 좋게 비춰질 수 없었던 것이다.
최근 공무원직장협의회로 이루어진 전공련 공무원들이 자신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라는 집단행동은 위의 경우보다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그들은 어느 부서와 어떤 직위에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국민에게는 손과 발이요, 공복이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전공련 집회를 우유부단하게 보며 실정법을 위반하였으니 처벌하겠다는 극약처방으로 사태를 몰아갈 것이 아니라 전공련과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국민들이 현실을 아주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정부와 전공련은 극단적 대결을 피하고 제자리로 돌아와 사회발전을 위한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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