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서 살아가는 돌이네 이야기


지금 부모가 된 30~40대는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렸던 동화 〈메아리〉를 기억 할 거예요. 아니 〈메아리〉란 제목보다 마지막 장면 아무도 없는 산을 향해 ‘내 산아~’하고 부르고 메아리가 답하는 장면을 기억 할 겁니다.
어린이 책 전문 출판사 ‘길벗어린이’에서는 우리나라 작가들의 좋은 작품들을 그림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 왔답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을 평균 2년마다 한 권씩 책으로 만들었는데, 이들의 시도는 지금까지 그림책이 유아나 저학년 어린이들만 보는 책으로 생각되어 온 것을 고학년과 청소년도 볼 수 있는 것으로 바꿔 놓았죠.
지금까지 나온 책으로는 중국 연변 동포 작가 리혜선이 쓴 〈폭죽소리〉를 시작으로, 황순원 선생의 〈소나기〉를 화가 강요배 님의 그림으로 만들었고, 방정환 선생의 〈만년샤쓰〉를 김세현 님의 그림으로 만들었죠. 네 번째 책으로 이주홍 선생의 〈메아리〉를 그림책 작가 김동성 님의 그림으로 만들었답니다.
이주홍 선생은 합천에서 나서 오랫동안 부산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분이랍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 김동성 님은 우리 전통 수묵채색화의 기법을 현대 그림책으로 옮겨놓은 독특한 작가인데, 대표작으로는 〈삼촌과 함께 자전거 여행〉(재미마주 간)이 있습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깊은 산골에 화전을 일구어 살아가는 돌이 가족은 어머니는 돌이가 세 살 때 돌아가셨고, 얼마 전 누나가 먼 산길을 너머 시집을 간 후 집에는 새끼를 밴 암소 한 마리와 아버지뿐이었어요.
이런 돌이에게 단 하나 ‘사람의 말소리’로 대해 주는 동무가 있었답니다. 그것은 메아리 였죠. ‘오 ~’하고 목을 뽑아 외쳐보면, 산 저쪽에서도 ‘오~’하고 대답을 해 줬죠. ‘내 산아~’하고 부르면, ‘내 산아~’하고 대답해 줬답니다.
이런 돌이가 며칠째 누나 생각이 나서 메아리하고 장난도 끊어 버렸답니다. 누나 생각이 나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 것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돌이는 누나가 보고 싶어 산을 내려갔어요. 몇 번의 재를 넘었는지 몇 번 산모롱이를 돌았는지 모릅니다. 가도 가도 산이었죠.
날이 어두워지면서 길이 잘 안 보이고, 앞으로 걷는 것이 앞으로 가는 건지 뒤로 가는 건지 분별이 되지 않았어요. 결국 돌이는 더 걸을 수가 없을 만큼 어두워지자 그만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소리를 내어 울고 말았죠.
이때 눈앞에 쳐다보이는 산마루위에서 사람 소리가 나면서 횃불이 보였어요. ‘돌아~ 돌아~’. 집에 업혀 온 돌이는 아버지가 부르는 소리에 겨우 눈을 떴답니다. 그날 밤 돌이네 소는 새끼를 낳았답니다.
돌이에게 새 식구가 생긴거죠. 돌이는 누나가 시집가던 날처럼 잠이 오지 않았어요. 돌이는 다음날 아침밥을 먹고 누나가 넘어가던 산마루로 올라가서 길게 소리를 질렀답니다. 메아리는 저도 반가운지 같이 흉내내어 답해줬죠.
이 그림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초등학교 4학년은 되어야 할 것예요. 이 책은 엄마나 아빠와 함께 보면 어릴 적 교과서에 실린 동화가 떠오르고, 특히 여러분들의 요즘 생활과 비교 해가며 읽으면 더욱 좋은 책이랍니다.이주홍 지음. 김동성 그림. 길벗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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