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을 전후하여 경남지역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방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름은 방학인데 아이들에게는 방학이 없다. 방학이 되기가 바쁘게 초.중등학생들은 학원에 다녀야 하고, 고등학생들은 특기적성이라는 보충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방학을 되돌려 줘야 한다. 방학이 되면 시골 외갓집으로 달려가 매미를 잡고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이던 일은 옛날얘기가 되어 버렸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방학을 시작하기 바쁘게 오전에는 미술학원이나 컴퓨터학원에 나가야 하고 오후에는 피아노 학원이며 영어학원으로 뛰어야 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질서와 인간관계를 배운다. 그러나 경쟁에 지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노는 것이 두렵다. 노는 것도 공부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놀면 불안해한다.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을 마시면서 학원을 떠도는 아이들에게는 이미 자연의 소중함이나 친구간의 우정을 나눌 시간이란 반납한 지 오래다. 이를 안타까워하는 전교조 초등위원회에서는 노동의 가치와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시간에 쫓겨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혼자 집 보기’와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욕실과 변기를 청소’해 보자는 숙제를 내기를 권유하고 있다. 특히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들어보기’도 하고 ‘친구 집에 가서 함께 자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보자는 것이다. 컴퓨터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자신을 돌아 볼 시간이 없는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하기’와 같은 과제는 권장해 보고 싶은 방학과제다.
아이들에게 방학동안만이라도 자연과 만나고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듣고 싶은 음악도 듣고 읽고 싶은 책 몇 권이라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아이들의 정서가 메말라 가고 이기적인 성격으로 바뀌는 것은 잘못된 교육의 결과다. 방학동안만이라도 이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할 기회를 주지 못한다면 아이들의 정서는 점점 삭막해지고 메말라 갈 것이다. 이제 부모님들도 경쟁적인 가족이기주의를 벗어나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방학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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