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구 여권의 선거자금으로 지원된 안기부 예산 빼내기가 지난 92~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보도를 계기로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의 사과, 국고환수, `장외투쟁' 중단 등의 요구를 더 강하게 쏟아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당4역회의에서 “보도내용이 사실일 개연성이 크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한나라당이 `참회'할 것을 주장했다.



김영환 대변인은 “사실이라면 굉장히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는 과거 신한국당 정권이 `돈놀이·돈세탁·돈살포 정권'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이날 이회창 총재의 회견을 겨냥, “이런 사실을 듣고도 야당이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투쟁방식을 계속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장외로 나가려면 가마니를 깔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것이 돼야 한다”며 부산집회 등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검찰은 국고환수에 나서야 하고 돈을 받은 정치인들 역시 받은 돈의 일부라도 국고에 돌려넣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대변인은 “모처럼 증시가 거의 100포인트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야당의 장외투쟁과 국회농성으로 정치가 파행하면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투자자들의 안정희구심리도 대야 압박에 활용했다.



한 당직자는 92·93년의 불용액과 관련, “김영삼 정부 이전 정권에서 대통령의 통치자금으로 쓰던 것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통치자금으로 사용하지 않음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석'을 달기도 했다.



◇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안기부가 총선자금 지원을 위해 92·93년 안기부 예산불용액 등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도, 촉각을 세웠다.



한나라당은 이날 총재단회의와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 검찰의 또 다른 `정치공세 품목'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강력 대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권철현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선 박순용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에 대한 국회 탄핵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이회창 총재도 이날 연두 기자회견에서 “특별검사가 문제가 된 안기부자금 뿐 아니라 김 대통령과 나를 포함해 여야 정치권 모두의 정치자금에 대해 전면수사토록 하자”며 “이를 통해 만약 안기부 예산이 유용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나와 우리 당은 국민 여러분께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권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예산유용이라는 억지주장 꿰맞추기에 정신이 없는 검찰”이라며 “아무리 대응논리가 궁해도 이런 `막가파식'이 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안기부 불용예산 사용규모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점을 감안, 당 차원의 자체조사와 함께 면밀한 대응논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장광근 수석부대변인은 “국회 정보위가 안기부 예·결산 심의를 시작한 때가 지난 94년부터로, 검찰이 92~93년 예산을 들고 나온 것은 원천적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정부자료 보관기간이 5년이라는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 자민련



자민련은 안기부가 불용예산을 국가에 반납하지 않고 선거자금으로 유용했다면 이는 엄연한 위법행위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민련은 그러나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이 총선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데 이어 당 총재인 이한동 총리도 당시 정황상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대야공세의 톤을 낮추고 안기부쪽에 비난의 초점을 맞추는 등 곤혹스런 표정이다.



이에 따라 변웅전 대변인도 논평에서 “안기부가 설상가상으로 불법으로 조성된 비자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해 발생한 이자까지 유용했다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불법행위로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한 처사”라고 안기부를 몰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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