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창원시선거관리위원회가 우리나라 의정사상 처음으로 병가중인 1인을 제외한 창원시 의회의원 전원(14명)을 ‘시민과 함께하는 창원시 의정연수’와 관련,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창원시의회는 이달 9일부터 10일까지 산청군 삼성연수원에서 시의원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1972만6000원의 시예산으로 창원시 읍.면.동의 통장, 새마을 지도자 등 국민운동단체 150명과 경남정보사회연구소 등 NGO단체 33명 등 200여명을 초청, 강의 및 팀별토론을 통한 합숙연수를 가졌다.
선관위측에서는 지방선거를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지역의 영향력 있는 선거구민을 초청해 시의원들과 함께 숙식을 하면서 합숙연수를 한 것은 사전선거운동의 소지가 짙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창원시의회측은 지난해에도 11월 14일부터 15일까지 동일장소에서 국민운동단체 회원 등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100만원의 예산으로 의정연수를 개최했었거니와, 시민들에게 지방의회를 알려 의정에 주민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진 연수회였기 때문에 선거운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또 행사 참석자도 공식적인 공문을 통해 추천되었음은 물론, 지역에 따라 현시의원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사람까지 참석한 시의회 공식행사라는 것이다.
사전선거운동 혐의에 대해서는 창원시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연수회는 지방자치기구인 창원시의회의 결정으로, 예산관계법에 따라 성립한 창원시 예산으로, 공식적인 공문에 의해 연수참석자를 추천받아 이루어진 창원시의회의 공식행사였던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창원시의회라고 하는 주민대의기구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거니와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위법.부당한 처분이나 결정에 대해서는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장치가 지방자치법에 마련되어 있으므로 여기에 따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선관위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도.감독기관을 통하지도 않고 시의회 공식행사에 대해 그것도 대표자가 아닌 병가중인 1인을 제외한 전의원을 각각 사전선거운동혐의로 고발한 것은 아무리 행사전에 선거법 저촉사실을 알렸는데도 이를 듣지 않은 시의회의 대응태도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번 일로 창원시의회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창원시민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안기고 말았다. 나아가 가뜩이나 중앙집권적 행정시스템하에서 수도권 일극집중으로 활로를 타개하지 못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또 한번의 패배주의 그늘을 드리우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지방자치는 주민자치를 그 본질로 하지만, 특히 최근에는 주민들의 사회참가욕구 향상에 따라 NGO나 NPO(비이익단체), 그리고 볼런티어(자원)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주민들의 활동이 바로 자치의 원점이라 할 수 있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이들 주민활동과의 제휴협력을 도모해 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할 때, 이번의 창원시의회 의정연수는 선거법으로만 재단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창원시의회 의원 개인이 사전선거운동을 하였다면 선거법에 따라 처벌함이 마땅하겠지만, 창원시의회의 공식행사가 분명한데 그것이 위법.부당하였다면 자치법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OECD의 선진국반열에 들어섰고, 자치를 회복한 지 10년이 경과된데다 반세기에 걸쳐 대의정치를 발전시켜오면서 공명선거 또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비록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선거법도 잘 정비되어 있고, 판례.유권해석 및 관례도 많이 축적된 한편, 선거행태 또한 크게 향상되었다.
차제에 우리나라 선거관리체제에 대한 재검토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주민대표의 선출과정을 지방자치단체 스스로가 관리하지 못하고 국가기관에만 의존한대서야 이를 어디 자치시대의 민주시민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오래전부터 중의원(비례대표선출)의원 또는 참의원(비례대표선출)의원의 선거는 중앙선거관리회가 관리하지만, 중의원(소선거구선출)의원, 참의원(선거구선출)의원, 광역자치단체 의원 및 장은 각 광역자치단체 선거관리위원회가, 그리고 기초자치단체의 의원 및 장은 각 기초자치단체의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데, 이들은 모두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에서 선출하고 있는 것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지 않겠는가.
창원시민은 시의원의 선거법 위반혐의를 두둔하지도 않거니와 또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창원시의회가 공식행사로 전원이 고발되는 자치기구로 매도되는 것도 크게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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