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 좋은 '천혜의 술 안주'

조개로 말하자면 손톱만큼 작고 앙증맞은 재첩부터 막대기처럼 기다란 맛조개, 손바닥보다 더 큰 키조개까지 아주 다양하지만 대합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 조개도 없을 성싶다. 쫀득하고 날큰한 대합 속살에 쇠고기와 두부를 넣고 달걀로 노릇하게 구워내는 대합구이는 임금님 수라상에 자주 오르는 단골 메뉴였고, 두 짝의 껍데기가 똑같이 생긴 데다 짝 물림이 꼭 맞아떨어져 이상적인 부부 화합의 상징으로 혼례 상을 멋지게 장식하곤 했다

대합은 날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생합', 깨끗하다는 의미에서 '백합'으로도 불리는데 맛뿐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양질의 단백질과 소화하기 편한 당분을 함유하고 있는데다가 지방이 적다. 간이 나쁘거나 담석증 환자에겐 대합 요리가 안성맞춤이다.

청나라 왕맹연이 저술한 약선 요리책인 <수식거음식보(隨息居飮食譜)>에 따르면, 대합은 음기를 보충하고 혈을 생성하여 여성의 하혈과 대하증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또 열을 내리는 효능이 탁월해 화병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두통에 시달리는 이들에게도 유익하다. 애주가들에게는 뛰어난 알코올 분해력 덕에 간장 보호를 겸할 수 있는 천혜의 술안주이다. 이는 대합에 함유된 히스티딘, 라이신 등 아미노산과 인체의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이 풍부한 덕택. 또 대합 특유의 개운한 감칠맛은 타우린, 베타인, 아미노산, 핵산류와 호박산에서 우러난다.

대합은 탕, 찜, 구이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지만, 대합 고유의 맛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대합탕은 조리도 간편해 널리 사랑받는 품목이다. 대합찜은 손이 많이 가는 탓에 한 단계 품격을 높인 음식으로 통한다. 술안주보다는 잔칫상이나 특식으로 즐기게 마련이다.

◇ 대합찜

△ 주재료: 대합 4개, 다진 쇠고기 60g, 다진 두부 2큰술, 양념(다진 청양고추 1개, 붉은 고추 1/2개,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간장 1작은술, 깨소금 1/2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 달걀 물 1/2개분), 고명(황백 지단 1개분, 잣 2큰술)

△ 만들기: 1. 대합은 살아 있는 것으로 준비해 조개 사이에 칼을 밀어 넣고 좌우로 움직여 입을 벌린다. 입을 벌린 대합에 칼끝을 넣어 살을 발라내고 나서 연한 소금물에 씻어 물기를 뺀 뒤 물기를 없애고 잘게 다진다. 2. 쇠고기는 곱게 다지고, 두부는 칼등으로 눌러 으깨고 나서 물기를 꼭 짠다. 다진 조갯살과 다진 고기, 으깬 두부를 한데 섞어 간장, 다진 청양고추, 붉은 고추,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소금, 후춧

   
 
가루로 간하고 나서 달걀 물을 넣어 골고루 섞는다. 3. 대합 껍데기는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넣고 소독하고 나서 밀가루를 바르고 양념한 소를 소복이 담는다. 4. 대합은 오래 찌면 조갯살이 질겨져 맛이 떨어지므로 김이 오른 찜통에 면 보를 깔고 센 불에서 10~15분쯤 쪄낸다. 5. 달걀은 황·백으로 나누어 소금을 넣고 얇게 지단을 부친 뒤 가늘게 채 썰고 잣은 고깔을 떼고 손질한다. 대합찜이 다 익으면 접시에 담고 지단과 잣을 고명으로 얹는다.

△ 포인트: 대합 껍데기에 들어갈 재료는 곱게 다질수록 잘 섞인다. 대합 껍데기에 밀가루를 뿌려 두면 재료가 분리되지 않는다.

/허정주(LG아워홈 조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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