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난리통’이라고까지 표현하는 아침 시간, 남편 출근시키랴, 아이들 학교 보내랴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나면 주부는 온전히 제시간을 갖게 될까·



잠시 숨을 돌리라치면 TV는 주부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들인다. MBC <모닝스페셜> <아주 특별한 아침>, KBS <행복채널>, SBS <한선교·정은아의 좋은 아침> 등 ‘스페셜’에 ‘행복’에 온갖 좋은 말은 다 집어넣어 본격적인 주부 대상 프로그램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자면 지난 밤에 보았던 연예 프로그램과도 비슷하고, 간밤에 보았던 충격적인 사건을 보도하는 보도프로그램 같기도 하고, 때론 <도전 지구탐험대>까지 보는 것 같아 조미 안된 섞어찌개를 먹는 기분이다.



이 중 MBC <모닝스페셜>은 <피자의 아침>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백지연을 히든카드로 내세워 지난해 말부터 방영됐다. 같은 시간 EBS 라디오에서는 영어 프로그램 <모닝스페셜>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듯 공교롭게도 같은 이름으로 문을 연 <모닝스페셜>은 하루하루 테마를 정해 방영된다. 한날은 경치좋은 외국을 소개하기도 하고, 주부들끼리 인테리어 경쟁도 펼치게 했다가 또 어떤 날은 강사들을 초청해 미니 강연을 펼치기도 한다. 연예인 신변잡기에서 벗어나 메뉴가 다양한 음식백화점 같기는 하지만 사회 문제를 다루다가 금세 표정을 바꾸어 버리는 것이 아직은 낯설다.



금요일에 방영되는 ‘김완태의 세상 따라잡기’코너는 <피자의 아침> 때의 ‘손중위가 간다’를 떠올리게 하는데 지난 주에는 자신의 아이가 장애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를 목졸라 죽인 엄마의 사건을 다루면서 상황을 재현하고 유아 시체 사진을 몇 차례 내보내는 등 사건의 심각성과 각성을 요하기 보다 요즘 뉴스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보도 프로그램의 선정성을 부추기는 인상이었다.



특히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그래도 아침인데”하는 표정으로 다시 밝은 표정으로 다음 이야기를 전하는 것을 보면 진행자들의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시청자들만 멍할 따름이다. 주부 대상 아침 프로그램이 연예인 신변잡기식의 흐름을 떨쳐 버리려고 하니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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