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라면 지긋지긋하다! 그렇지만 침공해 오는 적을 맞아 싸우지 않을 수도 없고….’



연(燕)나라 왕은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이웃 조(趙)나라가 쳐들어온다는 소문이었다.



왕의 고민을 눈치챈 옆의 신하가 넌지시 말했다.



“소대(蘇代)를 불러보시지요.”



“소대를?”



소대라면 합종책(合從策: 趙·魏·韓·燕·齊·楚가 남북의 종으로 연합하여 秦나라에 대항하던 攻守同盟)의 주창자로 유명한 소진(蘇秦)의 아우인 것이다.



소대는 연나라를 위해 여러가지 좋은 일을 많이 해 객경(客卿)에 올랐지만, 결정적으로 연왕의 신임을 받게 된 것은, 진왕을 죽이기 위해 연왕을 진으로 초청했을 때 초청에 응하지 말도록 논리적으로 설득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소대는 왜 불러야 하오?”



연왕이 되물었다.



“군대가 아니더라도 소대의 세 치 혀로써 조나라를 설득시킬 수가 있을 지 모릅니다.”



즈음의 연나라 사정은, 서쪽으로는 조나라한테서 위협받고, 남쪽에서는 제나라와 대치해야 할 형편이었다. 게다가 나라에는 기근이 들어 백성들의 고통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소대가 불려왔다.



“대 흉년이라는 연나라의 불행을 기회 삼아 조나라가 쳐들어오는 것 같소. 더구나 제나라 쪽도 심상치가 않아 대부분의 병사들을 그쪽으로 보냈기 때문에 병력으로 조나라에 대처하려 해도 우리에겐 여력이 없소. 이런 상황에서 조나라가 침공해 오면 연나라는 끝장이오. 어떻게 하면 좋겠소?”



“염려 마십시오. 소신이 조나라에 다녀오겠습니다.”



뜻밖에 소대의 대답은 명쾌했다.



한편 조나라 사정은 인상여와 염파라는 명재상과 명장을 등용해 국위를 날로 떨치고 있던 즈음이었다. 연나라 사정을 염탐해본 조나라로서는 소국 연나라를 삼키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 보다 쉽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이제까지 군사 행동을 자제하고 있었던 이유는 서쪽의 강대국 진(秦)의 움직임이 조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나라는 드디어 연나라 침공을 결정했다. 좋은 기회인 데다가,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럴 즈음에 세객 소대가 연나라로부터 왔다.



“무슨 일로 오셨소?”



조왕은 소대한테 설득 당하지 않겠다는 속다짐으로 미리 경계하며 물었다.



조왕의 소대에 대한 경계심은 당연했다. 형 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교묘한 변설로 여섯 나라의 재상 인(印)을 허리에 꿰어찬 천하의 달변가 소진의 동생이 아닌가.



“물론 유세하러 왔습니다.”



“그럼, 과인을 설득시켜 보시오.”



“그러지요. 대왕께서는 지금 연나라를 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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