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발표된 5ㆍ31 교육개혁안에 이어 정부가 두번째로 발표한 중장기 교육정책 로드맵이 지나친 시장 논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가 16일 발표한 '미래교육 비전과 전략안'에는 2015년께부터 '초ㆍ중등학교의 학년 구분을 없애는 학년군제 및 고교 무학년제, 가정에서의 학습을 학력으로 인정하는 홈스쿨링제도입' 등을 담고 있다.

또 교사들의 자격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자격증을 박탈하는 교사자격갱신제, 현재의 교대와 사범대를 대신할 교원전문대학원제 도입 등도 검토된다.

'열린교육, 수요자중심의 교육개혁'만이 살 길이라며 시행한 것이 5·31교육개혁이다. 5·31교육개혁을 수행하기 위해 개정된 7차교육과정은 7.5차교육과정까지 만들어 수정, 보완했지만 역시 달라진 게 없다. 달라졌다면 사교육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영어 광풍이 영어마을이며 해외유학을 부추겨 공교육이 더더욱 황폐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가 대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내놓은 제 2의 5·31교육개혁이라 할 수 있는 '미래교육 비전과 전략안'도 5·31교육개혁과 마찬가지로 시장논리를 깔고있다. 교육을 상품으로 보고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참여정부의 로드맵이 실효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의 현실을 무시한 선진국 흉내 내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벌이는 경쟁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고교 무학년제'와 '고교 학점이수제'만 해도 그렇다. 고액과외를 받은 부유층 자제들은 고교를 조기 졸업하고 서민들의 자제들만 학교에 남아 무너진 교실을 지키게 될 게 뻔하다. 교대와 사대가 없어져야할 구체적인 사유도 없이 '외국에서 하니까 우리도 해보자'는 식은 현실을 무시한 지나친 이상론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교사자격갱신제도'도 교사 퇴출의도와 맞물릴 경우 대량 해직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며 교원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대학서열화와 학벌을 그대로 둔 채 제도만 바꾼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임기만료를 두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교육혁신위원회가 어떻게 여론수렴이나 관련법령개정까지 하겠다는 것인가. 실현가능성도 없는 혁신안은 다음정권의 몫으로 넘기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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