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가장 더운 때다. 더위를 피해 바다나 산으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많지만 바캉스를 다녀와도 '휴가 피로'에 지치기는 마찬가지. 역시 먹는 걸 잘 먹어야 힘을 쓸 수 있다.

여름은 보양식의 계절이다. 삼계탕이 가장 대중적인 보양식이라고 하지만 바다를 곁에 끼고 있는 지역 사람들은 역시 바다에서 나는 보양식을 먹어야 여름을 잘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생선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보양식은 누가 뭐래도 장어다. 마산 어시장에서 파는 장어를 살펴보자.


◇아나고? 붕장어? 돌장어?


장어라는 이름은 몸이 뱀처럼 길다고 해서 붙여진 것인데 크게 4종류가 있다. 붕장어, 갯장어, 먹장어, 뱀장어가 그것이다.

붕장어는 흔히 사람들이 '아나고'라 부르는 장어를 말한다. 일본말 '아나고'는 바다 모래바닥을 뚫는 고기라는 뜻이라고 한다. 어시장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붕장어다. 붕장어는 머리 모양이 뱀처럼 생겼다. 색깔은 등쪽이 짙은 갈색이고 배쪽은 흰색이다. 옆면에 작고 하얀 구슬 같이 둥근 모양이 배열되어 있어 다른 장어와 쉽게 구별된다. 이빨은 그다지 날카롭지 않다. 다 자란 것은 길이가 80㎝정도 된다.

붕장어 중에는 '돌장어'라는 것도 있다. 어시장 상인들 설명을 들어보면 다른 붕장어보다 겉 색깔이 좀 더 짙은데 껍질을 벗기면 약간 노르스름한 빛이 난다고 한다. 보통 붕장어가 껍질을 벗겼을 때 색깔이 하얀 것과는 차이가 있다. 돌장어가 다른 장어보다 더 비싸거나 몸에 좋은 것은 아니고 다만 기름기가 많아 식성에 따라 찾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붕장어는 보통 회나 구이로 많이 먹지만 국으로 끓여 먹기도 한다. 널리 알려진 아나고 회는 붕장어를 잘게 썰어 물에 세척을 하고 다시 탈수시켜서 담백한 맛을 낸다. 잘게 잘라 물로 세척하는 이유는 붕장어 피에 고농축 다이옥신이 들어있기 때문이다(가끔씩 붕장어를 먹고 속이 체한 것 같다는 사람이 있는데 소화제를 먹어 봤자 소용이 없다. 다이옥신에 감염됐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물로 세척하고 탈수시키면 지방질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마산 사람들은 그냥 통으로 자른 회도 많이 좋아한다는 게 상인들 말이다. 길이가 50㎝이상 되는 큰 것을 보통 횟감으로 쓰고 있다.

길이가 50㎝ 내외인 것이 중간 크기라고 볼 수 있는데 주로 구이용으로 사용되고 30~40㎝정도 하는 것은 국을 끓여 먹는데 적합하다. 구이는 마산 시민에게 잘 알려진 장어거리에 가면 1인분에 9000원 정도에 맛을 볼 수 있다.

어시장에 있는 붕장어는 주로 통영에서 잡은 것이고 거제, 고성, 진동 쪽에서도 많이 들어온다. 어시장 횟집촌에 있는 붕장어 가격은 1㎏에 1만3000~1만5000원 선이다.


◇갯장어는 잘 문다고 '하모'


갯장어는 흔히 '하모'로 알려진 장어다. '참장어'라고도 한다. 하모라는 명칭은 '물다'라는 일본말 '하무'에서 왔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견아려'라고 불렀다는데 이 말뜻 역시 '개 이빨 장어'다. 이름처럼 실제로 무엇이든 잘 문다. 사진을 찍으려고 상인에게 갯장어를 손으로 들어달라고 하니 손사래를 칠 정도다. 힘이 세고 무는 힘도 강해 손으로 잡았다간 크게 다친다고 했다. 장어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길이가 2m까지 하는 것도 있고 무게는 보통 것이 1㎏내외다. 붕장어와 달리 입이 돌출돼있고 위턱이 아래턱보다 더 튀어나왔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보이는데 안쪽으로 휘어있어 전체적인 모양이 포악하게 생겼다. 힘도 좋아 장어 중에서 최고 보양식으로 꼽힌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나는 갯장어는 모두 일본으로 수출했다. 일본 교토 지방은 삼복기간 중에 갯장어 생선회와 국을 먹는 전통인 '유비끼(샤브샤브, 데침)'요리가 있어 그 수요에 맞춘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도 갯장어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 수출 가격보다 국내 가격이 높게 형성돼 국내에도 공급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갯장어를 국으로는 잘 먹지 않는다. 잔뼈가 많아 국으로 끓이면 가시가 강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시 회로 가장 많이 먹는데 어시장 상인들은 모두 '고급회'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1㎏에 가장 싼 것이 3만원이고 비싼 것은 5만원도 한다.

어시장에 있는 갯장어는 고성 자란만과 사량도, 욕지도, 삼천포 앞바다에서 잡은 것이 많고 광양만과 여수만 등 전라도에서 오는 것들도 있다. 갯장어는 6~8월에 기름기도 많고 담백하다고 한다. 이때가 지나면 뼈가 굵어지기 때문에 맛이 없다.


◇곰장어는 먹장어, 뱀장어는 민물장어


마산에서 보통 '곰장어'라 부르는 것이 바로 먹장어다. 다른 지역은 '꼼장어'라고 부르는 곳이 많다. 먹장어는 등뼈가 없어 장어류가 아니라 하등한 원구류에 속한다. 크기는 많이 자라도 50~60㎝정도다. 먹장어는 원래 가죽을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서 잡았다고 한다.

마산 어시장으로 들어오는 먹장어는 주로 동중국해 연안에서 잡은 것들이다. 먹장어는 역시 구이가 최고다. 어시장 횟집에서 구이용으로 먹장어를 사면 1㎏에 2만5000원 정도고 장어거리에서 파는 장어구이 1인분은 1만원이 조금 넘는다. 양념조림 1인분은 1만5000원이다.

민물장어로 불리는 뱀장어는 주로 약재로 쓰인다. 어시장 버스 정류장 쪽으로 늘어선 수산물 가게에서 주로 판다. 요즘은 양식이 많은데 어시장에 있는 장어는 충청도에서 온 것이 대부분이다. 가격은 1㎏에 1만4000원. 자연산은 찾기가 쉽지 않고 가격도 비싸다.

현재 시세는 1㎏에 최소 10만원 이상이다. 장어를 고를 때는 꼬리가 피지 않고 색깔이 뚜렷한 것을 고르면 좋다. 전체적으로 윤기가 흐르는 것도 건강한 장어다. 어시장 상인들은 "일단 커야 한다"며 "무조건 큰 놈을 고르면 좋은 장어"라고 일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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