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잡아온 바지락 누가 뭐래도 "맛있어"
일단 목적지는 거제. 목적지 고민 끝에 옥수수 파는 구멍가게에 들렀다. 찰옥수수를 튕겨가며 물었더니….
"가족여행 가나보네예. 어른도 계시고 얼라도 있네. 보자. 멀리 갈 필요 없고 요서 쪼매 가면 작은 해수욕장이 있어예. 물들 때 얼라는 수영하고 아저씨는 낚시하면 되고 물 빠지면 아지매는 바지락 캘 수 있는 곳이라예. 함 가보이소."
가는 곳에 길은 있는 법이요, 밑져야 본전인 셈이다. 도착 후 실컷 수영을 즐기고 있는데 오후 3시쯤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마치 준비라도 한 듯 머리에 수건을 쓴 관광객들이 하나 둘 해수욕장 한쪽에 드러난 갯벌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친정 엄마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수건으로 머리를 싸매더니 빠른 손놀림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내 어릴 때 마산 봉암갯벌에서 바지락 마이 캤다 아이가. 옛날 생각 나네."
4살 난 딸아이도 쪼그려 앉아 그 어려운 바지락 캐기를 해내는 게 아닌가. 남편이 아이 몰래 얕은 곳에 숨겨놨기 때문이다. 수영하다 말고 바지락을 캔 남편은 온 몸이 빨갛다 못해 까매져 있었다. 할머니의 얼굴엔 미소가 주름이 돼 새겨져 있었다.
바지락을 집에 가져오자마자 곧바로 떠올린 메뉴는 바지락 칼국수. 비싸서 엄두도 내지 못했던 바지락만으로 국물을 우려낸 바로 그 칼국수다. 15% 정도 되는 소금물에 바지락을 담그고 꼬박 하루를 기다렸다.
물은 바지락의 두 배 정도만 넣었다. 끓자마자 향이 올라왔다. 아, 이 바다냄새. 맛을 보는 순간 국물은 진한데 짠 내가 확 올라왔다. 물을 붓고 또 부어도 묘한 짠 맛이 사라지지 않았다. 짠맛은 그렇다 치고 살짝 모래도 씹혔다. 사 온 바지락으로 만든 것 같으면 몇 번이고 투덜댔을 만한 상황인데도 아이와 남편의 표정이 밝다. 나 역시 칼국수가 입안에 착착 감돈다.
"아빠, 이거 아까 채은이가 잡은 거다 그지, 아~ 맛있다."
"이야, 우리 채은이가 잡은 거 진짜 맛있네. 또 잡으러 갈까?"
"좋아, 좋아."
추억은 그 예민하던 미각도 잃을 만큼 강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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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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