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물 넣거나 대나무 통에 넣어 쪄내는 등 퓨전화 돼'고려인삼' 유명해지면서 덩달아 외국인에게도 인기

◇ 소문 난 삼계탕집

서울 서소문동 '고려삼계탕(서울 중구 서소문동 55-3, 전화 02-752-9376, 2734)'을 1960년 이상림(李相林) 씨가 명동입구에 개점한 이래 1976∼79년 4년동안 서소문 유원빌딩 자리에서 장사를 하다가 현재의 장소로 이전, 삼계탕 전문점으로서 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고려삼계탕은 이미 미국, 일본, 동남아, 대만 등지의 관광객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곳이다.

이 집은 삼계탕용 병아리보다 4~5일쯤 더 키워서 약간 크고 살이 충분히 올라 맛이 한결 부드럽고 담백한 옹추를 삼계탕 재료로 쓴다.

옹추는 지방이 적고 육질이 담백해 오래 삶아도 고기가 흐무러지지 않는다. 삼계탕에 곁들여 나오는 인삼주도 아마 고려삼계탕에서 제일 먼저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10년 단골집이라는, 3호선 경복궁역에서 효자동 방면으로 나와 직진하여 GS25시 골목에 위치한 '토속촌 삼계탕(전화 02-737-7444)'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오찬 회동을 이 곳에서 하므로 더 알려져 있는 삼계탕집이다.

특히 토속촌은 삼계탕 닭으로 40∼50일간 키운 닭을 사용한다고 한다. 여기에 4년된 인삼과 찹쌀, 호박씨, 검정깨, 호두, 잣, 토종밤, 약대추, 은행, 마늘, 해바라기씨와 함께 특수재료 3가지가 더 들어간다고 한다. 견과류의 내용이 다양해 씹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1970년대에 명동에서 개점한 '백제삼계탕(서울 중구 명동 2가 50-11 전화 02-776-3267)'은 국물이 담백하고 닭살이 쫄깃한 맛이 있다.

대부분의 삼계탕집이 점심 때부터 영업하는데 비해 이 집은 오전 9시부터 영업을 한다. 주로 일본 등지의 외국인들이 찾는 집으로, 관광객들이 아침에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란다.

◇ '퓨전화'된 삼계탕

요즘에는 사람들이 갈수록 고급스럽고 색다른 메뉴를 찾게 되면서 삼계탕 조리법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인삼 외에 동충하초·감초·황기·녹각 등 온갖 한약재가 다 들어가는 '한방삼계탕'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고, 낙지와 꽃게· 전복 등을 넣은 '해물삼계탕'까지 등장하는 등 삼계탕도 '퓨전화'되고 있다.

뚝배기나 돌솥이 아닌 대나무통에 닭을 넣고 찌는 '대나무통 삼계탕'이 있는가 하면, 끓는 물에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 삼계탕도 나왔다. 최근에는 삼계탕 한 그릇 먹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닭 한 마리를 반으로 갈라 넣어 만든 '반계탕(半鷄湯)'을 취급하는 음식점도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필자는 1986년경 닭에 흑임자, 율무, 찹쌀, 거피 된 녹두, 수수, 조, 대추, 인삼, 감자 또는 토란, 잘게 썬 당근, 거피팥, 거피 검은 콩을 넣고 '닭 흑숙'과 '닭흑삼계탕'을 개발한 적이 있다.

이 흑삼계탕은 전라북도 익산의 '본향(익산시 신동 139-6, 전화 063-858-1588)'에서 완성도를 높여 성공적으로 성업 중이다. 이 흑삼계탕은 '본향' 여 주인의 노력으로 이미 마약밥과 함께 익산의 맛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마산의 '백제령(마산시 중성동 25-3, 전화 055-248-8800, 0777)'은 1982년에 백제삼계탕으로 개점한 삼계탕집으로 이미 마산의 맛집을 넘어 전국 유명 맛집의 범주에 들어간 집이다.

이미 2대 경영수업에 성공하고 있는 '백제령'은 삼계탕의 진득한 국물과 어느 부위할 것 없이 고른 맛이 전국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 같다.

요즘 전복 삼계탕으로 마산 식도락가들에게 인기가 있는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 뒤편에 위치한 '고궁삼계탕(마산시 합성동 265-9, 전화 055-252-2050)' 역시 국물의 진한 맛과 닭 한마리와 전복이 통째로 들어 있어, 여름 한철 더위로 지친 몸을 추스르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는 듯하다.

◇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진생 치킨 수프'

삼계탕을 좋아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뿐이 아니다. 1970년대 밀물처럼 들어오던 일본 관광객들이 '고려 인삼'이 들어있는 삼계탕을 즐겨 찾으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삼계탕 전문점이 생겨나기도 했을 정도로 삼계탕은 인기 있는 한국 음식이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는 자신의 소설에서 삼계탕을 한국 최고의 음식이라고 칭찬했고,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 장이머우는 삼계탕을 '진생 치킨 수프'라 부르며 한국에 올 때마다 찾는다고 한다.

<붉은 수수밭>, <국두>, <연인>, <황후화>, <투란도트>로 널리 알려진 중국 영화감독 장이머우는 한국 음식중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삼계탕이라고 한다. 몇 년전 <투란도트> 공연차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한국 음식중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는 필자의 질문에 "삼계탕을 제일 좋아하며 한국에 오면 어김없이 삼계탕을 먹는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여름 더위에 지쳐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안의 단백질과 비타민C를 소모하게 된다. 이때 고단백식품인 영계와 비타민C가 풍부한 인삼을 넣은 삼계탕 한 그릇은 소모한 단백질과 비타민C를 충분히 보충해 주기 때문에, 삼복(三伏)에 개장국(狗醬)을 꺼리는 사람들은 삼계탕을 먹는 이상적인 식이법을 찾는다.

특히 닭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섬유질과 염분이 적어 단백질 96%, 지방 97%로 소화 흡수율이 높고 콜레스테롤 성분이 훨씬 적으므로 식이요법에 아주 좋은 음식이다. 계탕은 우리 고유의 닭과 약효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고려 인삼이 만들어 낸 우리의 전통음식이라 하겠다.

/김영복(경남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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