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간단하고 만들기 쉬운 매력만만한 부추전 '잘게 썰기'가 핵심당근 갈아넣어 보기도 좋게덜 기름지게 하려면 덜 뒤집어라

'♪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

매년 6월이면 찾아오는 손님. 장마는 때론 불쾌지수를 높이기도 하지만 막걸리와 부침개로 이맘 때 잃기 쉬운 입맛을 돋우는 운치 있는 손님이다.

이집 저집 부침개 부치는 고소한 냄새에 코만 킁킁거리지 말고 직접 한번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냉장고에 있는 유통기간 다 되어가는 식재료도 처리(?)할 겸.

간단한 레시피야말로 부침개의 강점. 주재료와 부침가루, 물 등 간단히 준비할 수 있는 재료들에다 반죽 농도만 걸쭉하게 맞추면 전 뒤집는 재주만 남는다.

그렇다고 전 뒤집는 재미에 너무 자주 뒤집으면 안 된다. 자주 뒤집으면 기름만 잔뜩 머금게 되기 때문이다. 간을 잘못 맞추겠다 싶으면 싱겁게 만들어서 간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다.

퇴근길 '이모 집'도 좋지만 오늘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보자.

명심해야 할 것은 부침개 맛에 홀려 거하게 낮술을 즐기다간 시골서 올라온 부모님도 못 알아본다는 거.

◇ 재밌는 한판 뒤집기

프라이팬 뒤집는 재주만 있다면 만들 수 있다는 부침개는 쉬운 요리에 속한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부침개라도 바삭하고 쫀득한 맛을 살리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기름을 잔뜩 머금은 부침개는 있던 식욕도 꺾게 만든다.

비만 오면 즐겁다는 김순남(42) 씨. 술을 즐기는 남편은 비오는 날이면 일찍 들어온다고 한다. 김 씨의 부침개 부치는 솜씨는 동네에서 유명하다.

"사실 다른 요리는 잘 할 줄 몰라서 재료가 간단한 부침개 하나만 파고들었다"며 "초기엔 실험정신으로 이것 저것 넣어보면서 직접 맛보며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고, 결코 간단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김 씨가 다양한 재료 중 선택한 것은 청양고추. 잘게 썬 고추가 싱거운 전에 매운 맛을 전해줘 이제 가족 모두가 매운 고추가 안 들어가면 싱거워하는 지경이다. 매콤한 맛을 더욱 잘 살리기 위해 고추를 씨와 함께 썰어 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부침개 중 가장 만만한 상대는 부추전. 부추만으로도 훌륭한 재료가 되지만 오징어나 홍합 등 해산물을 잘게 썰어 넣으면 더할 나위 없다. 특히 부추는 2~3㎝로 잘게 썰어야 먹을 때 한 입에 쏙 들어간다.

부추를 길게 썰면 먹을 때 부추의 질감이 늘어지고 줄기가 접시 밖으로 늘어져 지저분해 보이므로 최대한 잘게 썰어 넣는다.

흔히 부침개는 반죽을 할 때 점성이 뚝뚝 떨어질 정도일 때 요리를 하라고 경험자들이 전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마산 오동동에서 막걸리집 '감나무집'을 운영하며 38년째 전을 뒤집고 있는 곽판남 할머니는 부침개의 기본은 묽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침개의 반죽을 걸쭉하게 해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부침개 요령이지만, 곽 할머니는 물을 많이 타 농도를 묽게 하는 것이 맛의 비법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반죽을 묽게 하면 뒤집을 때 잘 찢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요령이 생기면 묽게 해야 맛있다"고 고수만의 노하우를 전했다. 초보자에겐 무리라는 점도 빠트리지 않았다.

◇ 눈으로 먹는 부침개

보기 좋은 전이 먹기도 좋은 법. 색이 밋밋한 부침개에 고운 빛깔을 입힌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근이나 토마토 등 채소를 갈아 색을 입혀주면 눈이 즐거운 부침개가 된다.

특히 채소는 눅눅한 장마철에는 입맛을 살려주고, 비타민 C가 풍부해 영양·맛·색 등 세 가지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재료다.

하지만 야채나 채소의 즙을 이용해 반죽하면 부침개의 형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부침개가 늘어지지 않도록 녹말가루를 조금 넣거나 반죽이 뻑뻑하지 않도록 찹쌀가루를 조금 넣어 함께 반죽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마산 중리에 사는 5살 아이 엄마 박정숙(32) 씨는 "김치전 만들 때 김칫국물을 이용해봤더니 간도 잘 맞고 색도 예뻐서 아이가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장마철 음식을 간수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장마철은 고온다습해 음식이 상하기 쉽고, 식중독으로부터 노출이 빈번하다. 따라서 상하기 쉬운 고기와 어패류 같은 재료는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는 것보다 재래시장에서 먹을 만큼 소량으로 사서 요리하는 것이 재료비와 병원비를 아끼는 길이다. 장마철 음식요리는 '끓이고 익히는' 위생이 기본이다.

땅콩·카레가루 넣으면 아이들도 '좋아라∼'

남편의 술안주로 부침개를 3~4개 만들었다면 남은 재료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부침개를 만들어 보자.

첫째, 견과류를 넣는다. 부침개는 씹히는 맛이 덜한 요리이므로 아삭아삭 씹히는 견과류를 넣어 구우면 아이들 영양식으로 제격이다. 특히 땅콩, 호두, 아몬드 등을 잘게 다져 전을 부칠 때 뿌리면 고소한 맛이 잘 살아난다.

둘째, 카레가루나 치즈가루를 넣는다. 이전의 식상한 부침개가 싫다면 나름대로 독특한 향과 맛을 지닌 가루를 조금(향이 밸 정도) 첨가한다. 부침가루에 카레가루나 파마산 치즈가루를 섞으면 새로운 맛으로 태어난 퓨전 부침개가 완성되어 아이들 입맛에 딱 맞는 영양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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