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한 줌 바다 한 숟갈 들 한 방울

진주비빔밥

진주 비빔밥은 '꽃밥(花飯)', 좀 지나치게 표현한다면 일곱색깔 꽃밥인 '칠보화반(七寶花飯)'이라고도 한다.

진주 비빔밥의 유래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하자. 진주시청 홈페이지에 보면, '문헌에 의하면 고려 중엽때 채합식(蔡合食)이란 말이 발견되기 시작하여, 삼국시대에는 지금의 진주지방에 효채(淆菜)밥이 유명하였다고 전해지며, 후삼국시대에는 채혼(菜混)밥이라 불렀다고 한다. 진주 비빔밥은 그 맛과 영양성이 뛰어나 조선시대에는 궁중에서 즐겨먹는 음식중 하나였으며, 특히 태종때에는 한양의 정승들이 비빔밥을 먹으러 진주에 자주 왔다는 기록이 있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그 문헌이 어떤 문헌인지는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아 논리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

◇ 콩나물 대신 숙주나물

진주 비빔밥에 대한 문헌적 근거는 1985년에 한양대학교 (고) 이성우 교수가 쓴 <한국요리문화사>(76p) '비빔밥의 문화'가 전부다. 이 책에서 '진주 비빔밥은 양이 적고 진주 비빔밥은 콩나물 대신 숙주나물을 쓰는 것이 특이하다'고 적고 있다. 전주 비빔밥은 쇠머리를 고아서 그 국물에 밥을 하지만, 진주화반은 기름을 걷어낸 사골 국물로 밥을 지어 윤기가 나고 고소하다.

나물은 비빔밥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밥 양은 적은데 반해 고사리, 숙주나물, 무, 죽순, 부추, 쑥갓 등 그 계절에 나는 채소류를 풍부하게 이용하고 모두 숙채를 쓰며, 갖은 양념으로 충분히 주물러 뽀오얀 국물이 나올 때까지 무친다. 그리고 해조류인 속대기(돌김)를 구워 뜯어 무쳐서 넣으며 콩나물을 넣지 않고 그 대신 숙주나물을 넣는다.

나물류는 일찍부터 토착되고 보급된 음식으로 궁중에서부터 평민에 이르기까지 일상식과 의례식에 널리 이용되어 왔다. 곡류를 주식으로 하는 우리 민족은 밥과 나물류를 배합하여 먹으므로 비타민과 무기질을 공급받을 수 있었고 양념에 이용되는 식물성 기름은 영양균형을 이루는데 한 몫을 하였다.

◇ 고명으로 '육회' 꼭 얹어

다진 바지락 살을 참기름에 볶아서 약간의 물을 첨가하여 자작하게 끓여 간장으로 간을 맞춘 보탕국을 끼얹는다. 진주는 지리적으로 농산물뿐만 아니라 신선한 수산물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이같이 진주 비빔밥에 해물을 이용하였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쇠고기 우둔살을 채썰어 갖은 양념으로 무친 육회를 얹는다. 진주 비빔밥은 밥과 함께 비벼져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밥 위에 나물, 보탕국, 그 위에 고추장, 육회 등이 순서대로 얹혀져 나오기 때문에 먹는 사람이 직접 비벼서 먹도록 되어 있으며 반드시 선짓국이 따라 나온다.

동황색의 둥근 놋대접과 흰빛의 밥테, 다섯가지 나물이 어우러진 녹청색, 여기에 보탕국, 그 위에 묽은 엿고추장과 특히 쇠고기를 채로 썰어 깨소금, 마늘, 참기름 등으로 양념한 육회를 반드시 얹어 먹는데 시각적으로나 영양적으로 매우 우수한 음식이다.

진주 비빔밥의 또다른 특색은 비빔밥과 같이 나오는 국은 놋탕기에 담겨 나온다. 국은 소의 양지머리, 허파, 양을 넣고 무르게 고아 만드는데, 이때 무를 통으로 넣고 토란대, 고사리 등도 같이 넣어 끓인 국이 나온다. 간혹 선지를 넣은 쇠고기 선짓국이 나오는 경우도 있어 이 또한 타 지방과 다른 점이다.

◇ 진주 비빔밥의 맥 잇는 집

'화반'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아름다운 비빔밥집은 없고 임진왜란 설을 내세우는 '천황식당'과 '제일식당'만 진주비빔밥의 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 1999년 자료조사(화반→칠보화반은 이 때 필자에 의해 용어가 정리됨)를 하여 진주비빔밥의 레시피 정리와 재현 작업 후, 시청에서 진주비빔밥에 대한 세미나를 연 이후 진주시내에 진주비빔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재현 작업에 지원과 참여를 했던 '갑을가든(055-742-9292/진주시 신안동 24-6 천수교 옆)'이 칠보화반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 '설야(055-762-0585/진주시 상대동 276-5 진주시청 옆 자유시장 내)'등 진주비빔밥 전문점들이 생겼다.

한편 필자에게 고증을 받아 진주냉면을 하여 성업중인 봉곡동 서부시장 내 '진주냉면 본가(055-741-0525/진주시 봉곡동 28-11)'에서 2005년 진주비빔밥(칠보화반)의 고증 작업을 하여 진주냉면과 함께 진주비빔밥을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진주 비빔밥하면 '천황식당(055-741-2646/진주시 대안동 4-1 중앙시장 내)' 비빔밥이 맛있느니 '제일식당(055-741-5591/진주시 대안동 8-291 중앙시장3-63)' 비빔밥이 맛있느니 하면서 쌍벽을 이루는 두 집이 독보적이다. 이 두 집은 모두 진주비빔밥의 유래가 군사문화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진주 비빔밥은 임진왜란 때 진주성 싸움에서 민간 부녀자들이 싸움중인 군관들을 위해 밥을 지어 나를 때, 밥과 반찬을 따로 나르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밥 위에다 각종 나물을 얹었던 것이 그 유래라고 한다.'

진주 비빔밥이 화반(꽃밥)이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라면 과연 전쟁터에서 먹던 비빔밥 유래가 가당키나 할 것인가마는 80여년이 넘는 역사와 3대째 가업을 이어 내려오는 전통을 가진 비빔밥집이 존재하고 있는 이상 또 하나의 진주비빔밥 유래로 남겨 둘 필요는 있다.

통영비빔밥· 마산비빔밥

통영 사람들은 명절의 차례나 기 제사 생일잔치, 혼인잔치 때 비빔밥을 해 먹는다.

이 통영 비빔밥은 제철에 맞게 콩나물, 오이, 호박, 가지, 박, 시금치, 미나리, 국파래, 생미역, 톳나물, 솎음배추, 방풍, 무, 부추, 건대, 쑥갓 중에서 계절에 따라 10가지 이상의 나물을 넣는다.

◇ 통영 비빔밥엔 '방풍나물' 들어가야 제 맛

여기서 빠져서 안되는 재료가 미륵도 근처 이끼섬에서 자생하는 방풍초(防風草)라 불리는 '방풍나물'이다.

만드는 법은 콩나물은 삶고 부추와 시금치는 파랗게 데쳐 양념에 각각 무친다. 톳나물과 미역도 각각 양념장에 무친다. 무, 호박은 채 썰고 오이, 가지는 은행잎 모양으로 썰어 조갯살과 함께 각각 볶아 놓는다.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조갯살을 볶은 다음 물을 5컵 부어 간장으로 간을 맞추어 한소끔 끓인 후 두부를 썰어 넣는다. 위의 각각의 나물을 대접에 둘러 담고 중앙에 두부 탕수국을 부어 밥을 넣고 고추장에 비벼 먹는다.

통영 사람들 대부분이 좋아하는 톳나물은 볶은 조개에 두부를 섞어서 만든다. 이 톳나물을 나물밥의 꽃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특히 통영 나물비빔밥을 돌김에 싸서 건어찜과 먹는 감칠 맛은 통영 사람들이 아니고는 알 수 없는 특별한 맛이다. 통영사람들은 제사에는 여러 가지 신선한 생선을 말려 커다란 솥에 넣고 쪄서, 그 것을 된장국물에 발라서 먹는다. 일명 건어찜이다. 통영에는 가자미, 삼뱅어, 민어 등 맛있는 건어가 많이 있었다.

통영 문화동에 '쪼깐이네 집'이라는 전설 같은 유명한 비빔밥집이 있었다. 이 집의 비빔밥 맛은 전국에 알려져 통영에 들르는 식도락가들이 꼭 찾는 집인데, 이 집이 쪼깐이 집으로 불리게 된 이야기가 재미 있다.

주인 할머니의 키가 작아 쪼깐이, 비빔밥 양이 작아 쪼깐이, 손님들이 음식을 재촉하면 "쪼깐 기다리소!" 해서 쪼깐이 집이라는 애칭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최근에 해초 비빔밥이 유행하지만 아마 통영비빔밥이 해초 비빔밥의 원조가 아닌가 추측해 본다.

◇ 마산 비빔밥은 장 맛이 별미 비결

통영 비빔밥 못지 않게 유명했던 비빔밥이 마산 비빔밥이다. 마산의 언론인 고 김형윤 선생이 1970년대에 쓰고 1973년 12월 5일에 발행한 <마산야화>에 보면 '마산 비빔밥은 조창(제일은행) 뒤 김점조집과 복남네집 비빔밥이 천하일미(天下一味)였다'고 극찬하였다.

전기가 없던 시절 마산의 비빔밥집은 집 문전에 석유호롱불을 밝혀 놓고 비빔밥집임을 알렸으며, 당시 곰탕 값이 15전 할 때 비빔밥 값은 10전 했다고 한다.

이 당시는 선창 방면에 손씨 할머니와 최대규네 집 비빔밥이 맛이 있어 청년들이 두 그릇씩 해치워야 직성이 풀렸다고 한다.

마산 비빔밥이 이렇게 맛이 있었던 비결이 무엇일까?

물 좋은 마산의 장 맛에 미더덕과 조개가 어우러진 육즙으로 무친 나물을 넣고 비빈 마산 비빔밥의 감칠 맛은 먹어 본 사람이 아니고는 모른다. 곰탕집으로 유명하던 박복년 할머니도 곰탕과 함께 비빔밥을 했었으며, 한동안 마산 비빔밥은 '마산집'에서 그 명맥을 이어 왔으나 지금은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어느 집이 마산 비빔밥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지 필자도 잘 모르겠다.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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