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부산밀면예∼고향은 진줍니더 '평양냉면 유래설'은 잘못…일제시대 '진주 밀국수냉면'이 원조

부산밀면의 유래에 대해 왜곡된 내용을 바로 잡고자 한다. 여기서 <오마이뉴스> 김대갑 기자의 밀면에 대한 기사를 잠시 인용해 보고자 한다.

"부산식 냉면인 '밀면'의 역사는 6·25 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6·25 전쟁의 흔적을 가장 많이 지닌 도시는 부산일 것이다. 단 한 차례의 폭격이나 전투도 벌어지지 않았지만,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피란민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겨진 곳이 바로 부산이기 때문이다. 밀면도 바로 그런 아픈 상처 속에서 탄생한 음식이었다. 6·25 전쟁 중에 전국 각지에서 부산으로 몰려온 피란민들은 대개 산꼭대기나 바닷가 근처에 집단 거주지를 형성하였다. 그 대표적인 거주지가 중구 영주동과 동광동 산꼭대기이고, 그 외 영도 신선동과 청학동 산꼭대기나 우암동 산꼭대기, 서구 감천동 산꼭대기도 대표적인 피란민 주거지였다. 밀면은 바로 이 피란민 주거지에서 발생한 음식이다. 이북 출신의 피란민들이 북한에서 먹던 냉면을 만들고 싶었는데, 재료인 메밀을 구하기가 힘들어 밀가루로 냉면을 만들어 보았던 것이다. 당시 밀가루는 미군부대에서 풍족하리만치 나누어줬기 때문에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몇 차례의 실패 끝에 밀가루와 전분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면을 만들어 보았는데, 그렇게 만든 면이 국수보다 쫄깃하면서도 냉면보다 덜 질긴 맛을 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부산 밀면이었다." 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내용은 1999년 PSB, 지금의 KNN이 필자의 조언을 받아 '밀면을 아십니까'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부산의 모 냉면집 주인으로부터 들어 방송에 나간 적이 있지만 이는 객관적으로 검증된 내용이 아니다. 그런데 이 방송을 보고 일반 사람들은 부산밀면의 유래를 일부 그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

◇ '진주 밀국수냉면'이 밀면의 원조

그러나 부산밀면은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으로부터 유래된 것도 아니며 피란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진주 출신인 듯한 성명미상의 분이 '다음(daum) 신지식'에 올린 글을 참고 삼아 올린다.

"어머니가 해준 밀국수 냉면은 기억하고 있다. 멸치로 육수를 내고 열무김치와 달걀 지단, 무채, 파 따위로 고명을 올렸다. 밀국수 냉면은 우리 집에서만 해먹던 음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경남지방에서 시작해 최근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가야밀면'이 밀국수 냉면이다. 해물로 육수를 내고 건면에서 생면으로 바뀌긴 했지만 밀국수를 마는 것은 똑같다. 그런데 대중매체는 이 밀면을 소개하면서 평양냉면이 남녘으로 건너와 변화를 일으킨 것이라고 한다. 이는 잘못된 얘기다. 밀면은 평양냉면과는 맛의 포인트가 완전히 다른 음식이다. 평양냉면은 육수와 면의 조화로운 향을 중시하는 음식인 데 비해, 밀면은 쫄깃한 면의 식감과 시원한 해물육수에 맛의 포인트가 있는 음식이다. 평양냉면이 한국 냉면의 대명사라 하더라도 전국의 냉면을 모두 여기에 비유하면 곤란하다."

맞는 말이다. 진주의 밀국수냉면이 밀면의 원조라고 할 만한 문헌적 근거와 부산밀면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그 역사적 경로와 당위성도 있다.

1980년대 당시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에서 전국의 향토음식에 대해 조사해 쓴 <한국민속종합보고서> 식생활편에 보면 진주 전통향토 음식중에 '밀국수냉면'이 나와 있는데, 이 밀국수냉면이 부산밀면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일본 조선총독부에 의해 1925년 4월 1일 경상남도청이 진주에서 부산으로 이전을 했다. 이 당시 진주를 생활터전으로 했던 관료와 상인들이 부산으로 이주했고 이들에 의해 진주의 밀국수냉면은 '부산밀면'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의 향토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한다.

◇ "부산밀면, 부산사람만 즐기는 향토음식"

진주에는 밀국수냉면을 만들어 파는 집이 없다. 그러나 진주의 일반 가정에서는 여름에 아직도 밀국수냉면을 해 먹는 집들이 있다.

멸치를 이용해 해물육수를 낼 때 멸치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쇠를 벌겋게 달궈 육수를 순간 가열시키는 진주냉면 육수비법과도 다를 바가 없다.

진주의 밀국수냉면이 부산에서 밀면으로 준말이 되고 부산에는 이러한 역사성을 갖고 너덧 군데 밀면집이 있었으나, 가야밀면(전화 051-891-2483 : 부산 지하철 2호선 동의대역 7번출구 쌍용자동차 바로 옆 샛길 안쪽 주택가 위치)이 성업중 체인화하면서 갑자기 부산밀면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은 마치 가야밀면이 부산밀면의 대명사인 것처럼 너도나도 가야밀면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집이 많이 생겼다.

부산에 가야밀면만큼 유명한 집은 춘하추동(전화 051-809-8659 : 부산진구 서면 영광도서 근처 한미은행 쪽), 개금밀면(개금 홈플러스 옆 개금시장 쪽으로 올라가다 첫 번째 사거리 좌회전 골목 끝 개금밀면이라는 간판이 보임), 본가밀면(전화 051-628-7577 : 수영구청 밑 골목), 한약재를 이용해 독특한 맛을 낸 육수와 쑥을 넣어 뽑는 면발로 유명한 소문난밀면(전화 051-517-1183 : 부산시 금정구 부곡3동 225-62)을 부산의 5대 밀면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부산에서 성업중인 부산밀면이 부산과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장사가 안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부산밀면은 부산사람들만 즐기거나 아니면 타지 사람들도 부산에서만 즐기는, 그야말로 부산의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경남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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